[투데이에너지 박병인 기자] 지난해 5월 강릉 수소탱크 3기 폭발사고로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6월에는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외각 쿄보에 위치한 수소충전소에서 100MPa급 고압 저장용기에서 수소 누설로 인해 화재사고도 발생했다. 한달 새 수소관련 폭발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것. 이에 수소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기 시작했고 안전관리강화의 필요성도 일부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현재 수소설비 관리를 전담하는 기관이 없어 안전문제 뿐만아니라 고장으로 인해 수소충전소의 가동이 중단되는 등 총체적인 관리부실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향후 에너지전환시대에서 수소연료의 사용량은 점차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수소산업전반에 걸쳐 관리·지도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가스기술공사(사장 고영태)는 지난 27년간 가스를 취급하며 쌓아온 초저온·고압설비 기술을 바탕으로 수소 시설관리의 ‘적임자’임을 자처하고 있다. 가스기술공사는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소 정비기술을 표준화하고 있으며 14개 지사 네트워크를 활용한 전국단위 비상대응체계 운영도 가능하다.

수소설비 정비기술 표준화부터 충전 인프라 확충, 대용량 생산기지 구축까지 가스기술공사가 수소산업발전을 위해 제시한 청사진에 대해 알아봤다. /편집자 주

■ 수소설비 정비기술 표준화
수소충전소·생산 설비의 주요 기자재는 제작업체에서 직접 유지보수를 진행하고 있는데 대부분 외산이어서 예방정비 절차서 등은 전무한 상황이다.

이에 가스기술공사는 수소 생산·충전 설비를 항상 사용가능한 상태로 유지하고 조기에 결함을 발견해 정비할 수 있도록 예방점검정비 절차를 명문화 해 표준절차서를 작성할 계획이다.

표준절차서에는 정비대상, 주기, 방법, 계획 등 예방정비 행위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포함될 예정이며 특정 제조업체에 국한되지 않는 범용적인 절차서가 작성될 예정이다.

또한 관리인력도 시운전단계부터 업무에 참여시켜 장비에 최적화된 기술을 보유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별도로 교육도 진행해 전문성도 크게 배양할 계획이다.

장비가 고장나지 않아도 완전히 분해해 정비하는 ‘오버홀’ 작업을 주기적으로 시행해 최상의 상태로 유지시킬 방침이다.

가스기술공사는 누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잠재적인 장비고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예측점검정비에 대한 기술표준화도 진행한다.

이를 위해 가스기술공사는 고장을 인식한 후 신호를 분석하고 고장과 신호의 상관성을 누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파악해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한 기자재 업체들과의 기술교류를 통해 고장진단 절차를 고도화하고 자체적인 신호분석 기법 개발 등 다양한 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장비의 갑작스러운 고장은 발생시점이 일정하지 않고 원인을 찾는데 오랜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초동대처가 가장 중요하다.

운전 중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고장에 대해 가스기술공사는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단기간내 정비하고 안정화 시킬 수있는 대응체계 구축방안도 모색한다.

특히 전국 정비 네트워크를 활용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고장발생 장비에 대한 원인진단 착수가 가능하다. 또한 주요 고장 빈도순에 따라 예비자재를 상시 확보하고 관리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 안전·유지·보수·운영 통합관리체계 수립
가스기술공사는 총 예산 8억원을 투입해 통합관리시스템을 지난해부터 구축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알고리즘이 적용된 가스기술공사의 통합관리시스템은 올해는 설비진단 신뢰도 97.5% 확보를 목표로 실증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며 상용화는 오는 2021년 실시할 예정이다.

통합관리시스템은 운영, 유지보수, 예측·진단, 휴대용 장비의 연동기능이 있으며 기계적 결함에 대한 진단·예측 방법 등 4개의 자체기술도 포함됐다.

가스기술공사는 스마트 통합관리시스템과 연계해 자체운영, 진단기술을 활용하는 ‘무인화 실증사업’도 전개한다.

무인화 실증사업은 사람의 실수, 즉 ‘휴먼에러’의 발생빈도를 줄이고 인건비도 효과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가스기술공사는 지난해 하반기 무인화 실증 사업화를 기획해 중기부와 지자체 사업제안을 통해 투자를 유치해왔다. 올해 상반기부터는 통합관리시스템과 연동시켜 운영 데이터를 수집·활용해 매뉴얼, 절차서를 작성한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약 6~12개월간 본격적인 실증사업을 추진해 초기모델을 구축할 예정이며 2021년 이후에는 수요관리시스템과 통합관리시스템의 융·복합화로 완벽한 무인화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가스기술공사는 장비 뿐만아니라 전문인력 양성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현재 수소관련 설비를 전문적으로 정비할 수 있는 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인데 가스기술공사는 장비 제조사에 국한되지 않는 전문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교육은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기본교육 수료 후 실무경험이 3년이 지나면 장기 위탁교육 등 ‘심화교육’을 진행한다. 심화교육 수료 후 자격시험을 통과하면 가스기술공사로부터 수료인증을 받게된다.

또한 기술고도화 실적제도를 운영해 특수 등급부여와 함께 별도의 수당도 지원할 예정이며 숙련기술자들의 경우에는 ‘기술인 보호제도’를 실시해 한 업무에 장기간 배치하면서 전문성을 키우고 인력유출도 방지하는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 사업인프라 확대
가스기술공사는 대외홍보 전략을 강화해 수소의 대중적인 이미지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사회공헌활동, 홍보책자, 기술원 건립 등 가스기술공사가 수행하고 있는 수소설비 유지보수사업에 대한 대외적인 홍보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가스기술공사는 수소충전소 유지보수 비용지원도 지자체에 적극 요청할 예정이다. 지자체 산하기관, 민간에서 위탁 운영 중인 수소설비에 대해 원활하게 점검하고 유지보수 할수있도록 지자체에 중장기 보조금 예산책정을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가스기술공사는 한국가스안전공사(사장 김형근) 등 유관사와 연계해 유지보수사업영역도 적극 확대할 계획이다.

가스안전공사가 수행하는 수소 생산·충전 설비 품질인증검사에는 회당 600만원이라는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는데 1년에 2회 받아야 하며 인증실패 시에는 사업자가 재검사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에 가스기술공사는 수소충전소 기준인 SAE-J2601의 적합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해 테스트 지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가스기술공사는 수소관련 교육사업도 확대한다. 수소 생산 충전설비에 대한 지속적인 안전, 운영, 정비교육을 실시해 안전사고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현재 수소 민간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수소의 안정성 및 운영, 정비교육을 시행하는 교육기관이 없는 상태다. 지난해 발생한 강릉 수소탱크 폭발사고에서도 봤듯이 수소는 폭발위험성이 있는 위험한 물질이기 때문에 안전교육을 주관할 기관도 필요하다.

이에 가스기술공사는 자산관리공사, 안전기술원 등 우수 교육기관들의 벤치마킹을 통해 정부부처 및 지자체 민간위탁교육기관 지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자체적으로 교육사업부서 비영리 법인설립을 추진해 수소분야 전문 교육기관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 수소충전소 안전관리, 스마트화 추진
지난해 6월 오슬로 외각 쿄보 수소충전소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하면서 그동안 안전하다고 여겨져왔던 수소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원인은 100MPa 고압 저장용기 이음새(플러그)의 수소누설로 인한 화재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수소충전소 사고가 발생했던 적은 없었으나 노르웨이의 사례처럼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고 수소에 대한 사용량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더욱 위험에 노출될 확률은 높아진다.

또한 향후 수소에너지가 빈번하게 사용될 경우 주거지역과 수소충전소가 가까워지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비록 현재는 사용량이 적더라도 선제적인 예방관리 차원에서 수소충전소의 안전관리도 각별하게 신경쓸 필요가 있다.

이에 가스기술공사는 수소충전소에 필수 안전장치인 안전밸브, 화재감지기, 누설가스감지기, 비상정지 밸브 등에 자동제어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다.

여기에 24시간 365일 자동 무인 운전가능시스템을 도입하며 원격제어 모니터링시스템을 도입해 각 장비의 데이터, 알람설정, 시스템 모드 전환 등을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정전 시에도 최소 30분간 제어가 가능하도록 UPS시스템을 내장해 안전하게 시스템과 사용자를 보호하도록 했다.

■ LNG 개질 대용량 수소생산기지 구축
현재 부생수소 생산시설은 주로 울산, 여수, 대산 등 3개 석유화학단지를 중심으로 몰려있다.

원활한 공급을 위해 LNG를 개질해 대량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기지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대량으로 생산할 경우 개질단가가 급격하게 낮아져 공급안정화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다.

가스기술공사에 따르면 개질용량이 하루 150kg일 경우 개질비용이 kg당 6,351원이지만 하루에 1,000kg을 생산할 경우 개질비용은 kg당 3,500원으로 절반 가까이 내려간다.

이에 가스기술공사는 천연가스 주 배관망에 300~1,000Nm³/h 이상급 수소 개질기를 구축해 수소를 대량 생산하거나 도시가스 배관망을 활용한 소규모 생산기지를 구축방안을 마련했다.

수소를 기존 튜브트레일러 이송 방식이 아닌 파이프라인으로 전송하게 될 경우에 대해서도 대비책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가스기술공사는 주배관 상태검사, 예측 등 자사가 보유한 고유기술을 수소배관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에 있다.

■ 수소기반기술 R&D
현재 에너지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수소, 신재생에너지 등이 각광받고 있어 복합에너지 공급 허브가 필요해졌다.

이에 가스기술공사는 에너지기술평가원과 손잡고 지능형 통합에너지플랜트 기반 복합에너지 허브사업 실증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천연가스 감압발전, 태양광을 혼합해 수소를 생산하는 형태의 ‘수소생산형 하이브리드 통합 에너지플랜트’가 연구된다.

연구에는 약 500억원의 연구비가 투입돼 3년간 진행될 예정이며 한전을 비롯한 6개 에너지공기업도 이번 연구에 참여한다.

현재 호주는 일본으로 수소 수출을 위해 호주-일본간 컨소시엄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향후 2년이내 2,500m³급의 소형 액화수소 운반선이 상용화 되며 2030년에는 16만m³급의 대형 액화수소운반선도 상용화 예정이다.

이에 가스기술공사는 KAIST 등 8개 기관 컨소시엄을 구성해 5만m³급 액화수소탱크의 로딩·언로딩 터미널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완료되면 대규모 수소수송이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 평택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 참여
가스기술공사는 산업부, 경기도와 함께 천연가스를 개질해 수소를 생산하는 ‘천연가스 추출형 수소 생산기지’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가스기술공사는 지난해 11월 경기도, 평택시, 경기도 경제과학진흥원, 평택도시공사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산업부가 공모한 수소생산시설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

컨소시엄에서 가스기술공사는 생산기지의 설계와 시공을 담당하며 기지 구축 후에는 운영, 유지보수, 수소제조 및 판매 등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약 210억원의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천연가스 추출형 수소 생산기지는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에 총 11만4,198m²의 대규모 부지에 건설되며 사업장 면적은 약 9,917m²(3,000평)이다.

지난해 사업협약과 생산기지 표준화 설계는 끝난 상태이며 이달부터 건설에 필요한 각종 자재들과 장비발주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오는 6월 저장용기 발주와 함께 건축, 토목 등 기초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며 2021년 3월경 준공 및 상업운전을 시작할 계획이다.

생산기지건설이 완료되면 하루 5톤 정도의 수소 생산이 가능하다. 이는 경기도권 내 약 8,000여대의 수소전기차가 이용할 수 있는 양이며 현재 수소 공급가격인 8,800원/㎏에서 5,500원/㎏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천연가스를 개질(CH₄→H₂+CO₂)하는 방식으로 수소를 추출, 최대 500Bar까지 압축해 트레일러를 통해 각 소비지역으로 운송된다.

고영태 사장은 “EPC사업뿐만 아니라 운영 및 유지보수업까지 이르는 우리나라 수소 경제 전반을 선도해갈 것”이라며 “수소시범도시, 액화 수소생산 등 단계적인 수소산업 진출을 통해 수소 토탈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 수소충전소 확충
가스기술공사는 기존 건립된 수소충전소에 대한 안전지원, 정비사업 뿐만아니라 충전소 구축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먼저 지자체별 수소차 할당 공급과 연계해 도심지·고속도로 휴게소 등 주요 교통거점, 버스·택시 차고지 등을 중심으로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고 있다.

튜브트레일러를 활용한 운반형시스템으로 가장 보편적인 ‘Off-Site' 형태의 충전소를 설치 중이며 한 충전기당 약 30억원의 금액이 투자된다.

가스기술공사는 지자체 위탁운영, 입찰참여 등의 형태로 충전소 구축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가스기술공사는 LPG, CNG 등의 가스충전소를 수소충전까지 가능한 융·복합 스테이션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융·복합 스테이션은 LNG, CNG, LPG 등의 가스연료 개질을 통해 자체적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충전소를 말한다.

가스기술공사는 지자체와 연계해 기존 충전소, CNG 버스 차고지 등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개조해 나가고 있다.

특히 액화점이 낮아 운반이 어려운 수소의 특성상 생산지와 소비지가 멀수록 가격이 급등하기 때문에 주 생산지인 울산 등으로부터 먼 서울, 경기, 광주, 충북, 대전 등을 중심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수소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충전 등 수소유통과정 전반에 걸친 안전인증과 성능평가도 중요하다.

가스기술공사는 기반시설·성능·효율 등의 평가설비를 순차적으로 구축하는데 참여하고 시험항목 및 인증확대, 전문인력양성을 통한 수소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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