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박병인 기자] 가스시공업계가 도시가스사들이 가스공급권을 악용해 법적인 근거가 없는 전산업무를 자신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도시가스사업법 시행규칙 제 20조에 시공업자는 시공기록 및 완공도면만 작성, 보존하고 그 사본을 공사 완료일로부터 7일 이내에 도시가스사업자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가스시공업자들은 건설사와 하청계약을 맺고 공동주택 등에 가스시설을 시공해주고 대금을 받는 형태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가스시공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가스시설 시공완료 후 각 세대별로 가스공급까지 완료돼 보일러, 가스레인지 등의 가스기기들이 정상적으로 작동돼야 공사대금을 지급한다.

가스공급권은 해당권역의 도시가스사가 보유하고 있는데 가스공급권을 악용해 법적인 근거가 없는 전산업무를 가스시공업자에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산업무는 도시가스사가 수용가 관리를 위해 필요한 주택구분, 고객명, 사용처, 설치장소, 제조회사, 계량기 번호·지침·등급, 유효기간 등의 정보입력을 의미하며 이는 도법상 가스시공업계가 도시가스사에 통보할 의무가 없는 정보들이다.

도시가스사들이 시공업자들과 도시가스 공급 계약을 체결할 시 조건에 계량기, 연소기 등의 정보제공을 명시해 놨기 때문에 전산업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가스공급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가스시공업자들의 입장에서는 공사대금 지급도 늦어지게 되며 발주처인 건설사로부터 불만을 듣는 등 이중고를 겪게 된다.

실제로 A사의 공급신청서 양식을 보면 가스공급 조건에 ‘신청인은 도시가스 공급 전 검사시 계량기 및 연소기에 대한 정보를 공급자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가스시공업협의회의 관계자는 “도시가스사가 요구하는 정보를 입력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과 인건비가 소모되며 이는 수요자의 공사비 상승요인으로 적용된다”라며 “상대적 약자인 시공업자들은 도시가스사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 문제를 두고 한국도시가스협회와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가스시공업협의회는 지난해 3월 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

가스시공업협의회에 따르면 당시 진행된 협의에서 전산업무에 대해서는 시공업자가 아닌 건설사에 요청하기로 양측은 구두로 합의했다.

하지만 시공업계는 도시가스사가 건설사에 전산업무를 요청해도 건설사들이 하청관계인 가스시공업자에게 다시 전산업무를 요구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합의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가스시공업협의회는 지난 1월20일 전국 34개 도시가스사들을 대상으로 ‘가스계량기 등 기물정보 및 시공결과표 징구 개선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해당 공문에는 ‘도시가스사들이 가스계량기 기물정보를 시공자, 건설사에게 제출토록 요구하고 있다는 시공업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라며 ‘이는 지나친 요구로 가스계량기 등 기물정보 파악 및 시공결과표 제출방식을 개선해 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가스시공업협의회의 관계자는 “내달부터 법적인 의무가 없는 정보를 도시가스사에 제출하지 않을 계획이며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불공정 행위에 대해 조사하고 공정위에 고발조치할 것”이라고 강경하게 말했다.

도시가스協, “가스시공업협의회가 일방적으로 합의 파기”
이와 관련해 도시가스업계 측은 가스시공업계가 양측이 합의한 부분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지난해 3월 도시가스사가 건설사에 전산업무를 요청하기로 양 업계가 합의를 끝마쳤고 시공업협의회 내부적으로도 합의내용에 대해 충분히 검토가 끝났던 내용이라는 것이다.

건설사가 시공업자에게 전산업무를 다시 떠맡기는 문제의 경우 도시가스업계에서 해결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한 도시가스협회 측은 모든 도시가스사가 아닌 극히 일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현재 시공업협의회 측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일부 제보한 도시가스사의 경우 확인해보니 사실이 아닌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협의회에서 제출한 자료는 회원사들을 대상으로한 설문조사를 통해 작성된 것인데 시공업계에 유리하게 작성된 일방적인 자료라고 주장했다.

현재 도시가스협회는 지난 1월부터 이번 문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했으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아직 내부승인절차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도시가스협회의 관계자는 “요구한 사항들에 대해 지난해 대부분 합의를 마쳤고 하나하나 시정해 나가는 단계인데 시공업계가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있다”라며 “현재 도시가스업계는 양 업계가 원활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장기화로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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