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홍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회장.
정달홍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회장.

[투데이에너지 홍시현 기자] 지난 18일부터 ‘기계설비법’ 시행으로 기계설비인들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 기계설비법 시행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의 기계설비 검사가 의무화되고 기계설비의 주기적인 점검과 성능확보를 통해 건축물 수명연장 및 에너지 절감 등 국가 기계설비산업 전반에 걸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기계설비법은 2017년 윤후덕 의원 ‘기계설비산업 진흥법안’ 대표발의를 시작으로 2018년 3월30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거쳐 최종 법률로 제정·공포됐다. 일련의 과정에 대한기계설비단체총연합회가 중주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올해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에 회장으로 취임한 정달홍 회장은 “기계설비법 시행 첫 해에 법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기계설비의 미래를 준비하는 협회를 만들겠다”며 기계설비법에 대한 협회의 열의를 밝혔다. 정달홍 회장과 서면 취임 인터뷰를 통해 기계설비법 제정의 의미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 일반 국민들은 기계설비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겨울에 따뜻해야 하고 여름에는 시원해야 하며 화장실에서는 뜨거운 물과 찬물이 나와야 하고 주방이나 화장실·욕실에서는 사용한 물을 버리기도 한다. 이러한 위생, 냉난방, 급수·급탕, 오·배수 등의 설비를 기계설비라 한다. 미세먼지가 많은 요즘 실외보다 실내가 안전한 것은 실내의 오염된 공기를 밖으로 배출하고 깨끗한 공기를 불어 넣는 공기조화설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맑은 물을 생산하는 정수장,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소, 비료공장, 반도체, 소각로 등의 생산시설도 기계설비영역이다. 인체에 비유하면 순환계, 호흡계, 소화계, 신경계를 합친 기능이 기계설비다.

그러나 일반인이 건축물과 시설물 속에 설치된 기계설비시스템을 알기는 쉽지 않다. 무더운 여름 날 사무실의 냉방이 중단되거나 한겨울 밤 보일러가 작동되지 않는다면 또 샤워 중 물이 나오지 않거나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후 물이 내려가지 않는다면 기계설비의 가치를 확실히 느끼게 될 것이다. 

■ 코로나19 대응책으로 기계설비업계의 주문사항은.

우리는 메르스 사태 때 환기설비와 음압병실의 중요성을 경험한 바 있다. 최근에는 미세먼지로 인해 실내 공기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기정화장치등 기계설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종교시설과 장례식장, 노인요양병원, 콜센타 등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 환기시설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케 하고 있습니다. 다중이용시설의 환기기준이 미흡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고 설령 설치됐어도 에너지비용 때문에 가동을 하지 않는 건축물이 많아서 더욱 확산됐을 것으로 생각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비말로 전파되기 때문에 만약 환기시설이 제대로 설치됐고 정상적으로 작동됐다면 비말된 침은 금방 말라버렸을 것이기에 감염병 예방에 조금이라도 기여했을 것이다.

지난 18일부터 시행된 기계설비법은 1만㎡ 이상 건축물과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는 착공 전 확인과 사용 전 검사를 하게 된다. 또한 기계설비를 관리하는 유지관리자도 의무적으로 둬야 한다. 그러나 1만㎡ 이하의 규모가 작은 종교시설, 교육연구시설, 장례식장 등은 기계설비 유지관리자 의무사항이 제외돼 있어서 감염병 예방에 취약하다. 우리 협회는 앞으로 작은 규모의 다중이용시설도 착공 전 확인과 사용 전 검사가 확대될 수 있도록 또한 유지관리자가 상주하기 어려운 작은 규모의 건축물은 성능점검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 건강한 건물을 만들어 가겠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차단을 위해 개인위생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도 중요하지만 이번 기회에 환기설비 설치가 모든 건축물에 강화되고 유지관리자가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유지관리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또한 비상 시 음압병실로 전환 가능한 병실을 많이 확보하는 등 감염예방 준비를 철저히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환기장치가 있는 기존 건축물은 환기장치를 자주 가동하고 필터 관리를 잘해 건강한 건물을 만들어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 기계설비법 시행으로 달라지는 점은.

기계설비는 전체 공사비의 20~30%를 차지한다. 예를 들어 전체 공사비가 100억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기계설비 공사는 20~30억원이 들어간다. 이렇게 중요한 기계설비는 그동안 법적인 기준이 없다 보니 에너지 낭비 및 건축물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요인이 됐다. 

기계설비법이 시행되면 국가에서 정한 KS처럼 기술기준과 유지관리기준에 의해 설계, 시공, 유지관리 등이 체계적인 시공 및 관리를 통해 좋은 품질의 기계설비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기계설비의 기술기준에 의해 실내의 미세먼지와 유해가스를 신속히 배출해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게 되며 먹는 물관리시스템으로 국민의 보건위생을 지키고 기계설비 장비를 관리해 에너지 절감은 물론 관리비 절감, 장비의 수명 연장, 건축물의 수명 연장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더 설명하자면 기계설비 기술기준에 의해 최적의 설비 시공이 가능해져 에너지 낭비를 방지할 수 있으며 에너지 효율도 더욱 높아진다. 건축물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71%가 기계설비의 냉난방 및 급탕에서 소비되고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25조원 정도다. 이중 10%만 절감해도 연간 약 2조5,000억원 정도 절감될 것으로 추정된다. 기름 한 방울도 안 나는 우리나라의 국가에너지 절감에도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시행 초기라 준비가 덜 돼서 법적 대상 범위가 1만㎡ 이상 건축물,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300세대 이상 중앙집중식난방 공동주택)부터 시행된다. 

■ 협회의 중점 사업은.

협회 회장에 취임한 지 두 달 지났다. 예전 같으면 벌써 집행부를 구성하고 집행부 워크숍 개최 등 본격적으로 활동할 시기이나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라 아직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11대 집행부의 사업추진을 위한 물밑작업은 계속 진행해 왔다. 엊그제 11대 집행부의 상견례를 겸해 시도회장 및 이사회를 개최하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기계설비법이 최초로 시행되는 역사적인 시기에 협회를 이끌게 돼 어깨가 무겁지만 안전하고 건강한 국민생활과 국가에너지를 절감하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기계설비법을 하루 속히 안착시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또한 기계설비산업이 독립된 법 기반 하에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초석을 다지며 기계설비 유지관리자 교육 및 경력관리 업무를 적극 수행하겠다.

기계설비미래발전위원회를 신설해 산업의 미래발전과 비전을 제시하고 제도개선, 기술개발 등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노무전문가, 법률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회원사의 노무 및 법률 관련 업무처리에 실질적인 도움이 주고자 한다. 우리 업계에 기술인력이 많이 유입될 수 있도록 기술인 양성사업, 수주물량 확대 등 회원사의 경영환경이 개선되도록 노력하겠으며 기계설비산업의 교류, 화합, 발전을 위해서도 집중하겠다. 

■ 협회 산하기관의 중점 추진사업은.

협회 산하 기관으로는 회원사의 안정적인 금융보증을 지원하는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과 싱크탱크인 대한기계설비산업연구원, 언론기관인 기계설비신문이 기계설비산업의 도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제조합은 자산 1조원, 자산대비 수익률 2% 달성을 목표로 조합원사가 공사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금융지원과 함께 수익창출을 위한 투자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올해로 창립 6주년을 맞은 연구원은 기계설비법 제정 과정에서 연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앞으로도 기계설비법 관련 연구용역을 수주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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