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박병인 기자] 그동안 발전이 없었던 가스계량기분야에 ‘가스AMI(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가 등장하면서 변혁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가스AMI는 기존 재래식 계량기와는 달리 서버와의 양방향 통신이 가능해 무선원격검침이 가능하다.

특히 원격검침뿐만 아니라 가스누출알람기능을 통해 사용자의 안전까지 지켜주는 똑똑한 장비라고 할 수 있다.

원격통신, 가스누출알람 등 다양한 기능이 존재하지만 매우 적은 양의 전력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배터리 수명이 5년 이상 보장된다는 점도 강점이다.

계량기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가스AMI의 효과와 향후 보급계획 등을 알아봤다. /편집자 주

■ 그동안 문제 많았던 재래식 계량기
가스계량기는 도시가스가 공급되기 시작한 지난 1987년 이래로 큰 발전이 없던 분야였다.

도시가스업계는 눈부시게 기술이 발전한 현대에도 여전히 수십년된 재래식 계량기가 주류로 사용돼왔다.

재래식 계량기는 통신기능이 없기 때문에 검침원이 직접 집을 방문해 미터기를 확인해야 했으며 사용자 부재 시에는 자가검침, 인정고지 등으로 사용량 여부에 대한 민원도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대구에서는 가스검침원을 사칭해 거주자 동의없이 무단으로 침입하는 등 관련범죄도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침원 입장에서도 재래식 계량기는 불편한 점이 많았다. 계량기가 건물의 높은 외벽, 좁은 담벼락 사이에 위치해 있는 경우 검침원들은 위험을 무릎쓰고 계량기를 확인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또한 최근 경주지진 등으로 자연재해가 발생하면서 에너지시설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가 이슈화된 상황인데 재래식 계량기는 누출감지 기능이 없어 사용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 닻 올린 AMI실증사업, 코로나19로 지지부진
산업통상자원부와 도시가스업계는 지난해 11월부터 가스AMI 실증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총 예산 22억5,000만원이 책정된 이번사업은 가스AMI 기기 구입비 16억5,000만원, 계량기 설치비 3억원, 플랫폼 및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3억원이 투입된다.

기간은 내년 12월까지로 상반기 중 AMI플랫폼 구축을 완료하고 올해 내 AMI계량기 설치를 완료해 실시간 검침값 제공, 상시 안전관리, 과금 등을 내년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제주에 1만5,000대, 전국 5개 권역(서울, 경기, 강원, 대구, 광주)에 2만1,500대 등 총 3만6,500대가 보급될 예정이고 1인가구, 검침원 환경개선이 필요한 가구 등 AMI가 필요한 가구에 우선적으로 보급된다.

현재까지 제주시에 100대 가량 보급됐으나 최근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가스AMI보급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도시가스업계의 관계자는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었으나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실증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 보급 확대 위해 보안•가격 해결 필요
도시가스업계는 이번 실증사업을 통해 가스AMI의 장단점을 명확하게 파악해 보완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업계는 가스AMI의 보안 문제에 대해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데 개인정보 침해, 악의적인 해킹을 방지하기 위해 통신 및 네트워크에 강력한 보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또한 계량정보의 유효성 및 신뢰성 확보를 위해 가스AMI시스템 내 모든 정보를 인증하도록 해 객관성을 확보하고 실증사업 기간 내 가스AMI 인증 및 단체표준 등록을 추진할 예정이다.

도시가스업계의 관계자는 “가스AMI를 보급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계량정보의 유효성 및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가스AMI실증사업에서는 시스템 내 모든 정보를 인증하도록 해 객관성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가스AMI를 보급하는데 발목을 잡는 또 다른 문제는 단말기의 가격이다.

가스AMI가 먼저 보급된 해외 선진국들의 경우 단말기의 높은 비용으로 인해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한해서만 정상적으로 보급되고 있다.

이 때문에 도시가스업계에서는 계량기 소유권을 사용자가 보유하고 있는 현 규정을 개정해 공급자인 도시가스사에 귀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재래식 계량기보다 가격이 비싼 가스AMI를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공급자가 투자해 가스AMI를 설치하도록 하고 대신 소유권을 공급자에 귀속시켜 달라는 것이다.

또한 가스AMI 보급에 막대한 금액이 들기 때문에 정부의 예산지원도 필요한 상황이다.

■ 데이터, 엄격한 보안절차 통해 수집
기존 재래식 계량기와 가스AMI의 가장 큰 차이점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도시가스 사용량이 데이터화 된다는 점일 것이다.

데이터화 된 사용량은 무선통신을 통해 서버로 전송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정보가 누적돼 빅 데이터로써 분석해 활용할 수 있다.

전자부품연구원에 따르면 가스AMI시스템은 스마트가스미터, 무선통신기기, 가스AMI 플랫폼, 운영 및 관리시스템, 보안기술로 구성돼 있다.

스마트가스미터는 기존 재래식 계량기 대신 설치되는 계량기기로 무선검침, 누출알람 기능이 포함돼 있으며 전자식 지시부, 무선통신 및 안테나, 보안 SIM, 유성통신 인터페이스, 배터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저전력 임베디드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에 배터리 수명이 길며 유선통신, 전원 등 추가적인 설비 없이 기존 기계식 계량기를 대체할 수 있다.

시간당 1회(하루 24회) 이상 검침하고 하루에 한번 데이터가 전송되며 데이터 유효성(지시부와 원격검침값의 오차)은 99.99% 이상 보장한다.

가스 AMI플랫폼은 스마트가스미터를 통해 수집된 모든 데이터를 저장하는 운영체계다. 표준 oneM2M 기반으로 이종간 통신, 플랫폼 간 상호운용성(open API 지원)을 확보할 수 있다.

도시가스사와 소비자간 상시 핫라인을 구축해 원격검침, 안전관리 서비스 제공도 가능하다.

또한 통일화된 운영체계로 모든 도시가스사들의 정보를 통합해 처리할 수 있는 대규모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정보가 무선통신을 통해 오가기 때문에 기기간 인증절차가 엄격하게 진행된다.

먼저 스마트 가스미터와 보안SIM간 인증키 및 데이터 암호화가 진행되며 스마트 가스미터와 AMI플랫폼간 통신할 때에도 상호인증, 암호화 과정을 거친다.

별도의 보안서버를 구축해 각 사에서 보내진 데이터가 저장되며 인증키 권한자와 보안SIM의 이중 보안을 통해 엄격하게 데이터가 관리된다.

■ 향후 각계에 미칠 영향은
이렇게 누적된 데이터는 도시가스사에서는 도시가스 검침, 과금, 계량기 관리, 사용자 서비스 선진화에 활용할 수 있고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누적된 데이터를 통해 권역 내 도시가스 수급상황을 파악하기 용이하다.

산업부 입장에서는 가스 에너지 사용실태, 가스에너지 수급현황 및 에너지 정책에 활용이 가능하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자가검침, 가스검침원 방문이 필요 없어져 사생활보호, 편의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스마트 가스미터에 내장된 누출알람 기능을 통해 안전관리체계를 확고히 구축할 수 있다.

기존 기계식 계량기대비 데이터가 상당히 정밀해지고 소비자 사용량을 적시에 검침이 가능하기 때문에 도시가스사와 사용자 간의 요금과 관련된 분쟁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도시가스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에너지절감에 관련 정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자부품연구원은 가스AMI가 상용화 될 경우 2018년 기준 국내 가스계량기 내수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8년 기준 국내 가스계량기 내수시장은 430억원(69%), 수출 190억원(31%) 규모다. 제조업체는 대성계전, 지텍산업, 대한가스기기 등으로 가정용 가스미터의 연간수요는 약 360만대 정도다.

만약 가스AMI가 전면적으로 보급돼 스마트가스미터 제조시장이 확대된다면 가정용 가스미터 내수시장 규모는 약 3배(1,200억규모)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AMI의 보급을 통해 가정용 가스미터 시장 뿐만 아니라 연관산업인 통신, 배터리, 센서의 내수시장도 커질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이는 국가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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