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조대인 기자] 미-중 무역갈등 여파에 이어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빚어진 석유공급과잉현상이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섰던 국제유가를 30달러대로 떨어뜨린 후 등락을 거듭하더니 20달러선까지 위협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이처럼 급락했던 국제유가는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합의,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책 으로 반등하며 냉온탕을 오가면서 국제 및 국내 석유 및 석유화학시장의 침체시키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

수요 반등에 대한 기대가 쉽지 않은 깊어진 국제유가 및 석유시장의 불투명성에 SK에너지를 비롯한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는 물론 대리점과 주유소 등 석유유통업계의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위축과 국제유가 급락은 실물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을 연출시키기에 충분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재무악화로 사실상 쇼크상태에 빠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북해산 Brent유의 경우 지난 2016년 2월23일 배럴당 33.27달러 이후, 서부 텍사스산 원유인 WTI는 2016년 2월19일 배럴당 29.64달러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는 국제유가의 충격에 국내 업계는 물론 전세계 경제가 언제 회복될지도 모르는 불안감에 빠져 있다. 

사우디와 러시아 등 OPEC+의 감산 합의에도 석유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을 뿐 아니라 미국·일본 등 주요국의 경기부양책 추진, 미국 셰일 생산업체 지출 축소 등과 같은 처방전을 내놓도록 만들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수 증가 지속에 따른 세계 석유수요가 하향될 것이라는 국제에너지기구인 IEA의 전망이 아니더라도 석유제품 수요와 공급, 가격 변동성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확대된 공급과잉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 정유사들은 국제유가 변동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석유수요 및 공급량이 확대될 시기를 대비한 정기보수에 돌입해 수요 감소와 수익 축소 위기를 극복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중국을 비롯한 주요 석유소비국에서는 신규 정제설비 상업 가동에 석유제품 판매단가 하락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서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의 1분기 매출과 당기순이익 실적은 당연히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되고 그 여파가 2분기 내지 3분기로까지 확대되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제마진 하락 수준에 그치지 않고 마이너스 상황이 연출되며 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 확대까지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통상 정유사의 정제마진은 통상 배럴당 4~5달러가 손익분기라고 하는데 수입 원유가격과 정제비용 수송 및 운영비 등과 같은 비용도 충당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7월만 하더라도 배럴당 7달러를 웃돌던 정제마진은 이후 8월 4.9달러, 9월 9.2달러, 10월 8.1달러, 11월 7.4달러, 12월 7.1달러 등 양호한 모습을 나타냈지만 올해 1월부터 5달러 수준으로 떨어진 후 2월에는 제로 마진에 진입했으며 이후 마이너스 정제마진 상태를 나타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직전분기인 4분기대비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것은 물론이고 2분기까지 지속될 경우 비용 감축을 위해 인력감축이나 가동률 축소 등과 같은 고강대 자구책을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석유업계의 관계자는 “실적 부진에 탈출구가 보이지 않아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석유대리점은 물론 주유소, 석유 일반판매소에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정부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 역대 최대 수요 감소에 국내시장 ‘어렵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1분기 세계 석유수요 감소가 역대 최대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IHS Markit은 2월 세계 최대의 석유 수입국인 중국의 경제 활동이 코로나19 영향으로 중단되고 중국 외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올해 1분기 세계 석유수요가 전년동기대비 380만배럴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중국 내 석유제품 소비 둔화에 따른 석유 수출시장의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SK에너지를 비롯한 국내 정유사들은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높고 중국 수출 비중이 약 20%에 육박하는 중국의 내수둔화에 따른 부정적 수출 전망에 실적에 미치는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석유제품 수출액은 10.2% 감소한 29억8,000만달러였던 것이 올해에는 0.9% 감소한 30억달러로 잠정 집계되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3월 석유제품 수출액은 유가급락 영향으로 더욱 낮아질 것으로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유가 급락과 정제마진 축소 등에 따른 국내 정유사의 수출 부진 및 수익성 악화는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적으로 코로나19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감소, 유가 급락과 함께 중장기적인 수요 둔화 및 공급과잉 이슈 등으로 당분간 정유사들의 수익성 악화 지속은 불가피하다. 

3월 초 큰 폭의 유가하락, 중국의 3월 수출 증가 전망 등으로 정제마진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단기간 내 유가급락에 따른 큰 폭의 재고평가 손실도 우려된다.

■ 경색된 시황에 석유화학시장도 ‘한겨울’ 
고도화설비를 통해 부가가치를 높였던 정유사들이 시장 확대에 나섰던 석유화학시장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건설시장이 침체되면서 이들 산업에 원료를 공급했던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침체됐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고 확산 국면이 연출되면서 석유화학 제품 수요는 더 얼어붙기 시작했고 납사를 비롯해 에틸렌, 프로필렌, 파라자일렌(PX) 등  원료가격도 하락 추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석화제품 마진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에틸렌 계열 석유화학제품은 북미의 저가 원료 ECC 기반의 폴리에틸렌 제품이 아시아시장으로 유입이 확대되고 있어 스프레드를 하락시키고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방향족 계열 석유화학제품은 중국 내 대형프로젝트 등이 건설을 마무리하고 공장 가동이  가시화되며  시장 공급물량이 크게 늘어나 수익성 악화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코로나19로 감소된 원유수요 언제 반등하나
코로나19의 국제적 확산과 중국의 원유수요 감소 여파로 브렌트유 기준 국제유가는 배럴당 마이너스로까지 떨어진 후 다시 상승하기는 했지만 언제쯤 수익성이 확보되는 수준의 가격으로 반등하게 될지 예측이 쉽지 않다.  

세계 각국의 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 투자 위축과 민간소비 감소는 국제원유 수요 감소로 이어져 유가가 당분간 하락할 것이라는 부정적 예측에 따른 것이다.

IEA는 3월 세계 석유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석유시장이 11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IEA의 세계 석유시장 전망 보고서는 코로나19의 전세계 확산 및 중국의 석유수요 둔화 지속에 따른 올해 세계 일일 원유수요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의 경우 전년대비 73만배럴, 중국의 석유수요 상황이 2분기부터 개선될 것이라는 기본적인 시나리오의 경우 전년대비 9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IHS Markit은 올해 1분기 세계 일일 원유수요가 전년동기대비 380만배럴 감소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던 2009년 1분기의 360만배럴보다도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Goldman Sachs, IHS Markit 등은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올해 중 배럴당 50~60달러선으로 전망되던 국제유가는 20달러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스러운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결국 코로나19 확산세가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도 진정 국면에 들어가고 산업 및 가계 경제에 활기를 띄어 실물경제가 선순환하는 시기가 다시 찾아지지 않게 될 경우 감소한 석유수요가 상승세로 돌아가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고 이로 인한 관련 산업과 소비자들의 고충 해결은 당분간 쉽지 않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수익 악화에 석유대리점 및 주유소업계도 ‘찬바람’
에너지시장에 대한 변화가 적지 않은 가운데 앞으로 석유유통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사업 지속성을 유지시켜 나가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실정이다.

누유로 인한 오염된 토양을 원상 회복시켜야 하는 부담 때문에 휴폐업도 쉽지 않아 주유소들은 셀프주유소를 일반화시켜 나가고 있다.

풀서비스 주유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유원을 고용해야 하는데 최저임금 인상, 주말과 휴일 수당 추가 지급 등으로 인한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영업시간을 단축하거나 셀프주유기 설치를  통해 비용을 줄이려고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수요 감소와 치열한 경쟁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주유소에 전기나 수소충전소를 함께 설치하는 복합주유소를 등장시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는 한편 자동차 경정비, 세차장, 편의점이나 간편식을 제공하는 음식점 등도 입점시키고 다양한  편의 및 휴게시설을 추가 제공해 수익원을 다원화시킴으로써 수익을 보전시켜 나가려고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국민들에게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 2011년 11월부터 알뜰주유소를 도입한 영향으로 사업자간 경쟁 심화로 많은 수익을 얻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알뜰주유소는 최근 3년간 국내 주유소의 10%대를 점유하면서 내수 판매물량의 15%선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업계에서는 완전경쟁시장인 국내 석유시장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알뜰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내 석유시장이 크게 왜곡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한국석유공사를 석유유통시장에 진출시켜 알뜰주유소에 공급할 석유제품을 정유사로부터 최저가 방식으로 대량 공동구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공사가 확보한 석유제품은 자영알뜰, 농협알뜰,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에 공급 중이다.

여기에다 알뜰주유소 사업자들이 석유제품을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한국거래소(KRX) 석유시장을 개설해 거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현재 알뜰주유소가 일부 판매물량을 KRX를 통해 구매할 경우 매수 금액의 0.2% 세액 공제 등 세제혜택도 부여하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KRX를 통한 거래물량은 해마다 증가해 지난해 12월 말 현재 국내 내수대비 비중이 휘발유의 경우 14.2%, 경유 13.2%, 등유 22.1%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600여개의 석유대리점이 최근 5년 평균 100여개가 신규 등록하고 100여개가 폐업을 반복 중인 모습과 대조적이라는 지적인 셈이다.

알뜰주유소 정책 영향에 대리점들은 더 영세 내지 부실화돼 무자료의 탈세석유와 가짜석유 유통을 일삼는 것으로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 감소하는 석유유통 마진
석유공사, 도로공사, KRX 등 공기업이 사실상 석유대리점 역할을 수행하며 석유시장을 왜곡시키면서 정유사와 주유소 사이에 석유유통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석유대리점과 주유소의 피해가 적지 않다는 시각이다.

정부가 지난 2011년 알뜰주유소를 도입할 당시 대리점 마진이 리터당 평균 45원 안팎이었지만 석유공사가 석유유통 대리점 역할에 나선 2013년 평균 마진은 마이너스 28원으로 급격히 추락해  2014년~2016년의 경우 1원에서 3원, 2017년~2018년은 마이너스 4~5원을 기록하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처지에 놓여 있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석유유통 대리점 회원사 22개사를 대상으로 2016년 재무재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매출이익률이 산업평균 5.69%였지만 석유대리점은 1.10%에 불과했고 총자산 이익률은 산업평균이 3.25%였던 반면 석유대리점은 0.04%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했다는 얘기다.

이같은 영향에 2012년 기준 전국에 1만2,800개였던 주유소는 알뜰주유소 정책 이후 석유유통시장의 심화된 가격 경쟁을 극복하지 못해 지난해 말  기준 1만1,500여개로 1,300개의 주유소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주유소 사업자들은 치열한 가격 경쟁에 따른 최소 생존 영업마진 확보를 위해 인력감축, 영업시간 단축, 비용절감 등의 고육지책으로 버티며 휴폐업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앞으로 얼마나 더 빨리 자취를 감추게 될지 우려스럽다는 시선도 없지 않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에너지정책 방향이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되고 그 속도가 더 빨라지는 만큼 석유유통업계의 미래는 밝지 않다는 것이 석유업계의 일관된 목소리다.

그런 만큼 사업자 규제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석유유통업계가 미래를 준비하고 안정적인  에너지공급  채널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주유소 규제해소 등과 같은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길 바라고 있다.

■ 전국 주유소 운영 현황 어떻게 바뀌나
석유시장에 대한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정유사간 경쟁도 주유소의 자체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국석유공사에서 운영하는 오피넷을 토대로 2월 현재 전국 각 지역의 주유소 현황을 파악한 결과 1만1,481개의 주유소 가운데 3,397개로 29.6%의 점유율을 차지했던 SK에너지는 앞으로 302개가 감소하지만 3,097개로 26.96%의 점유율로 1위를 유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점유율 1위인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간 점유율 차이는 4.92%의 차이로 채 5%의 차이도 나지 않게 됐다.

SK네트웍스에서 운영해 왔던 주유소를 현대오일뱅크가 6월1일부터 넘겨받아 석유제품을 공급하게 된 영향이다.

2,228개로 19.4%의 점유율을 차지했던 현대오일뱅크는 앞으로 302개의 주유소를 추가 운영을 앞두고 있어 점유율은 2,530개로 2.64%p 높이진 22.04%를 차지하게 된다. 

GS칼텍스(대표 허세홍)는 2,351개로 20.5%, S-OIL(대표 후세인 알 카타니)은 2,149개로 18.7%, 알뜰주유소를 비롯한 무상표 주유소는 1,356개로 11.8%의 점유율을 각각 나타냈다.
 
현대오일뱅크가 인수한 주유소의 60%가량은 수도권에 있어 이 지역에 대한 사업 확장 기반을 사실상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 고급휘발유 브랜드 ‘KAZEN(카젠)’을 리뉴얼 출시하며 고급유 시장 공략을 위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던 터였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고급휘발유 소비량은 지난 2016년 88만배럴이던 것이 지난해 135만배럴로 연 평균 15.5%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보통휘발유는 7,805만배럴에서 8,148만배럴로 연 평균 1.4% 증가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현대오일뱅크는 경기침체에 따른 유가하락 추세로 저유가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수입차 선호현상이 강해지면서 고급휘발유 수요가 당분간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세계 각국에서 내연기관차량을 2035년부터 퇴출시키겠다는 선언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수소나 전기차 확대를 위한 인프라 구축 시 이를 활용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판매량 감소가 예견되는 주유소 시장을 위해 적지 않은 자금을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한 선택이었느냐에 대한 의문이 대두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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