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진호 한국에너지학회 수석부회장
▲ 박진호 한국에너지학회 수석부회장

[투데이에너지] 평생 살아오면서 올해와 같은 일은 처음 겪는 것 같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고 이제 COVID-19 이후의 세계 질서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뉴노멀’에 의해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세계적 석학들과 지도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세계 질서의 변화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이 경제이므로 세계 경제도 당연히 새로운 형태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컴퓨터에 비유해 시스템 ‘재부팅’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그간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인해 촉발된 세계화의 후퇴와 자국우선주의 경제개념이 이번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더욱 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고 벌써 몇몇 주요 국가들로부터 이른바 자국으로의 제조업 이동(리쇼어링)을 촉진하는 조처들이 행해지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의 분석에 따르면 COVID-19에 의한 경제위축으로 올 1사분기의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 이상 감소했다고 하며 인도 펀자브 지방에서는 30년만에 처음으로 160km 떨어진 히말라야가 보였다고 하는 등 COVID-19라는 재앙 중에도 참 아이러니하게 긍정적인 뉴스도 접하고 있다.

즉 우리가 최근 새로이 경험하고 있는 이 모든 자연재해 중 많은 부분이 인류가 그를 초래한 측면이 크며 아직 과학적으로 직접적인 증거는 없으나 COVID-19의 발현도 심각해진 기후변화가 그 원인이며 이른바 대자연(The Mother Nature)이 그간의 여러 차례의 경고를 듣지 않는 인류에게 직접 행동으로 표현한 것은 아닌가? 라는 경외심을 갖게 됨을 부인할 수 없는 것 같다.

참고로 인류의 에너지생산과 이동, 그리고 에너지 소비 활동 등에 의해 발생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체의 약 67%를 차지한다고 한다.

인간의 경제활동에 있어 없어서는 안되는 공기와 같은 것이 에너지이다.

이번 COVID-19가 이른바 집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이동을 제한하는 ‘Lockdown’ 형태로 전개됨에 따라 또한 사람들의 오프라인 구매활동이 크게 위축되는 바람에 산업-수송-건물(상용) 부문에서의 에너지소비가 급감했음은 굳이 정부 통계를 보지 않아도 자명한 일이다.

오히려 최근 뉴스로 크게 부각된 석유가격의 폭락과 심지어 마이너스 가격이 보고되며 세계적인 석유공룡기업들이 심각한 재무위협을 걱정하는 것만 보더라도 전 세계적인 이동제한이 수송분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겠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만의 일은 아니다.

물론 COVID-19은 일시적인 것이고 다시 이전의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회복될 것이다. 우리 인류의 능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러나 이번 Lockdown에 의한 에너지소비 급감의 경험을 그냥 일시적인 해프닝으로 흘려보낼 것인가? 아니면 이 어려운 경험 가운데 보았던 긍정적인 현상들로부터 지혜를 얻어 지속가능한 에너지소비관리 체계를 국가차원에서 도입할 것인가? 자원을 발굴해 만들어 쓰고 버리는 이른바 Take-Make-Waste로 이어지는 현재의 선형경제(Linear Economy) 활동을 계속 지속할 것인가, 아니면 자원과 에너지의 소비를 최소화하고 또 만들 때부터 재활용 가능하게 하면서 사회경제활동 전 과정의 관점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최적화하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활동으로 과감히 전환할 것인가?

시스템 재부팅이 시작되기 전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만약 포스트코로나 경제가 시스템 재부팅 수준이라면 전원을 끄기 전 상태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 같고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데에 많은 오피니언 리더들이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국제에너지기구 분과 회의도 올해 상반기에는 온라인회의로 열리고 있는데, 지난 회의에서 주요 국가의 포스트코로나 전략을 들어 보면 큰 맥락에서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국가들이 이른바 포스트코로나 대응 정책을 준비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의 포스트코로나 경제 전략은 차제에 ‘순환경제’의 시동을 거는 형태로 전개돼야 할 것이다.

그럼 이를 과연 어떻게 전개해야 할 것인가? 코로나 극복에서 보여 준 한국적 방식(Korean Way)이 포스트코로나 대응전략에 있어서도 세계적 모범과 표준이 되면 좋겠다. 차후에는 한국적 방식으로서의 에너지분야 재부팅전략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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