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리스크를 외면한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

NGO 구호가 아니다. 7조달러를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발표한 투자기준이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탈석탄 선언 수준을 넘어 기후리스크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금융시장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다. 

최근 그린뉴딜 열풍은 그 과정일 뿐이다. 그린뉴딜은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전환 투자를 통해 경기부양은 물론 고용촉진까지 달성하자는 뉴딜 정책이다. 유럽과 미국의 그린뉴딜을 시작으로 전세계는 포스트코로나 정책으로 속속 ‘기후위기’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 글로벌 파도에 한국도 최근 올라 탔다. 불과 한달 새 그린뉴딜 공청회와 세미나가 넘쳐난다. ‘녹색’이 다시 중요 사회이슈이자 핵심 정책아젠다가 된 점은 매우 반갑다. 

2009년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 이후 10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우리는 녹색금융 경험과 전문성이라는 소중한 자산을 얻었다. 양성된 전문가들은 이제 국내를 넘어 전세계 재생에너지 투자시장까지 진출하고 있다.

그때의 부족함과 아쉬움은 180도 달라진 현재 국내외 환경을 볼 때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달라진 현재 모습 첫 번째는 우리만의 제도가 생겼다. 2015년 시행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얘기다.

10년 전 한국은 배출권거래제도 자체가 없었기에 배출권의 국내 판로가 없었다. 해외 판매 시 제값 받기도 어려웠고 사업 불확실성도 컸다. 하지만 지금은 전세계에서 가장 잘 운영되고 있는 배출권거래제가 있다. 배출권 가격도 유럽처럼 변동성이 크지 않고 안정적이다. 

이제는 오히려 해외에서 한국 탄소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찾아올 정도다. 세계은행(World Bank)이 IBK기업은행과의 협력을 원한다며 먼저 찾아오는 현 상황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둘째 국제 표준과 지침의 등장이다. ISO에서 녹색채권, 녹색대출 등에 대한 국제금융표준이 만들어지고 있고 내년 초 공표된다. 산업계에서 가장 민감하게 보는 이슈이다. 또 금융안정위원회 산하 기후금융공시 체계 마련을 위한 테스크포스와 녹색금융협의체(NGFS: Network of Greening Financial System)에 대한 금융기관과 정부의 관심과 참여도 뜨겁다. 

셋째로 시장 상황이 바뀌었다. 10년 전 저탄소 녹색성장 당시엔 정부의 강력한 정책의지에도 불구하고 유럽 금융위기와 함께 신재생에너지 시장 침체기였다. 

UN 기후변화협약 국제협상도 지지부진하면서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도 폭락을 거듭했다. 뭘 해도 잘 안되는 환경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지표가 반대다. 재생에너지 투자시장은 확대되고 그린본드(Green Bond) 발행규모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한국 대기업들도 작년부터 발행 유행이다.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도 2017년부터 6배 이상 지속 상승세이고 각국의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정책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차이는 경험의 유무이다. 10년 전 저탄소 녹색성장은 처음 가는 길이었지만 이번 그린뉴딜은 두 번째 가는 길이다. 이미 가본 길이기에 지나온 길을 잘 돌아보며 간다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며 잘 갈 수 있다. 이처럼 한국형 그린뉴딜이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충분하다. 이젠 해볼만 하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건강에 좋은 밥상을 차리자. 기후위기라는 담론에 머물지 않고 실행계획 수립에 집중하자는 얘기다. 

여기서 금융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금융은 그린뉴딜의 핵심 촉진제다. 유럽의 사례를 보자. 

유럽은 2018년 ‘지속가능금융 액션플랜’을 만든 후 2019년 그린딜 정책을 발표했다. 정책을 만들면 금융이 따라가는 방식이 아니라 금융을 바탕으로 정책설계가 이뤄졌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그만큼 그린뉴딜에 있어 금융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일 듯 싶다. 

또 그린뉴딜이 다루는 분야의 특수성 때문이기도 할 듯 싶다. 한국형 그린뉴딜, 이제 시작이다. IBK기업은행은 최근 대기업과 ‘그린 동반성장협력대출’ 협약을 체결하며 은행이 할 수 있는 그린뉴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대기업과 금융이 함께 할 수 있는 그린상생 모델이다.

지속가능금융, 기후금융, 탄소금융 등 분야도 많고 가야할 길도 멀지만 현재 국내 금융기관은 충분한 역량과 경험이 있기에 성공의 길을 갈 수 있다. 유럽 사례에서 보듯이 돈은 알아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돈이 길을 만들기도 한다. 그 돈이 만드는 길이 우리 모두 원하는 ‘기후위기 극복과 친환경 사회 건설’의 길이 되도록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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