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병욱 기자] 삼성물산이 베트남 붕앙 2호기 석탄화력발전사업(이하 붕앙-2 사업)에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자로 참여를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김성환 의원실은 한전으로부터 지난 7일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이 붕앙-2 사업 현지 법인인 VAPCO와 사업 참여 주요 조건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인 사실을 확인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해외석탄발전사업의 수익성과 환경문제에 관한 국내·외의 비판이 커지고 있어 최근 국회에서 해외석탄발전 투자 금지법안까지 발의된 상황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베트남 붕앙-2 사업은 베트남 하띤(Ha Tinh)성 지역에 총 1,200MW 규모로 계획된 사업으로 전체 사업비는 약 2조5,000억원(22억4,000만달러)에 달한다. 한전은 중화전력공사(China Light & Power, 이하 CLP)로부터 지분 40%(약 2,200억원)를 인수해 발전소의 건설 및 운영에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은 이 사업의 기존의 EPC 사업자였던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과 중국 광동화전공정총공사(GPEC)를 대체하는 시공사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이 체결된다면 삼성물산이 건설을 맡고 두산중공업이 설비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석탄화력, 사업추진 난항 예상

삼성물산의 갑작스러운 참여가 의아한 것은 이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둘러싼 국내 및 현지의 여건이 계속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베트남에서 BOT(Build-Own-Operate) 형태의 민관협력으로 진행되는 석탄화력발전사업은 환경오염 우려와 경제성 하락 등의 이유로 지속적인 지연을 겪고 있다. 특히 붕앙-2 사업의 경우 지난 2007년부터 추진이 시작되어 원래 계획대로는 2013년 가동될 예정이었으나 12년 넘게 지연되고 있다.
 
또한 붕앙-2 사업에 참여했던 글로벌 금융기관 가운데 지난해 12월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와 싱가포르 OCBC 은행이, 올해 1월 싱가포르 DBS가 붕앙-2사업 투자를 철회했다. 사업 지분의 40%를 보유하고 있던 중화전력공사(CLP) 역시 지난해 말 ‘탈탄소 전환’을 선언하며 붕앙-2 사업 지분의 매각을 결정했다.
 
한전이 CLP로부터 지분을 사들여 베트남 붕앙-2 사업에 참여할 경우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는 경고도 나왔다. 

지난 6월 김성환 의원이 일부 공개한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USC) 개발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 사업 운영기간 25년 동안 유입되는 수익과 유출되는 비용을 모두 현재가치로 환산했을 때 사업 전체로는 -1억6,841만달러(약 2,000억원)의 손실이, 한전에게는 -8,414만달러(약 1,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평가했다. 

지분 인수 비용이 2억달러(약 2,400억원)임을 고려할 때 도저히 재무적으로 가치 있는 사업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베트남 현지의 정책변화도 중요한 변수다. 지난 2월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이 발표한 중장기 에너지정책 비전인 ‘결의안 55호(Resolution 55)’를 통해 재생에너지와 가스복합발전을 확대하고 석탄화력발전을 감축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어 붕앙-2 사업의 소재지인 하띤(Ha Tinh)성 지방정부도 5월 ‘결의안 55호 시행계획’을 발표하며 “계획 중인 석탄화력의 가스발전 전환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는 K-뉴딜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주도로 베트남 사업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한전, 수출입은행을 포함해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등 공적기관들이 해외석탄사업에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입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업의 책임이 강조되는 상황 속에서 삼성물산의 해외석탄발전사업 참여가 확정될 시 삼성그룹 브랜드에 대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삼성그룹의 다른 계열사인 삼성증권은 호주 아다니 석탄터미널 사업에 투자했다가 호주 시민사회로부터 석탄사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비판을 받았으며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자 “해당 석탄사업에 대한 추가지원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향후 더 나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를 위해 투자 계획들을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확산된 현재 기후변화 위험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 여부는 기업의 평판 리스크(reputation risk)의 핵심요소”라며 “애플,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100% 달성 (RE100) 등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