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조대인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재고평가손실, 마이너스로 떨어진 정제마진 등으로 사상 최대 손실을 1분기에 기록했던 국내 정유사가 2분기에는 손실폭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5조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 여파가 해소되기 전 코로나19 사태가 전개되면서 석유 공급 과잉 현상에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섰던 국제유가가 30달러, 20달러대로 떨어진 후 최근 반등해 40달러대 수준을 유지시켜 나가고 있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합의,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책으로 국제유가는 반등과 하락을 오가면서 국제 석유시장은 여전히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드라이빙 시즌을 맞았지만 세계 각국의 국경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항공유는 물론 휘발유와 경유 등 수송용 수요 감소 현상이 지속되면서 언제 반등할지 여부가 불명확한 불투명성 상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석유시장은 공급 측면에서의 변동성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OPEC의 글로벌 석유시장 영향력에 대한 변화에 따른 앞으로의 불확실성이 적지 않으며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등락했던 국제유가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큰 상태다.
 
특히 셰일혁명에 따른 저유가 상태가 기후변화 대응으로 더 심화될 수 있을지 여부, 코로나19 이후 각국의 에너지정책 및 생활방식의 변화, 석유화학, 수송용, 가정상업 및 발전부문의 석유수요 변화도 가속화될 것이라는 예측을 낳고 있다.
 
장치산업이자 국가의 기간산업인 국내 정유산업이 코로나19와 에너지시장 변동으로 인해 앞으로 어떻게 진화하고 변신해 나가야할지에 대한 지표가 불명확한 상태다. 

이처럼 수요 반등에 대한 기대도 쉽지 않은 국제유가 및 석유시장의 불투명성에 SK에너지를 비롯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는 물론 대리점과 주유소 등 석유유통업계의 어려움이 장기화 국면을 밟고 있다. 

변동성 커진 국제 유가, 향후 전망은 

비전통 원유인 셰일오일 생산 증가로 인해 국제시장에 초과 공급현상이 발생하면서 지난 2014년부터 급락하기 시작한 국제유가는 지난 2016년 1월 배럴당 27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북해산 Brent유의 경우 지난 2016년 2월23일 배럴당 33.27달러를 기록했으며 서부 텍사스산 원유인 WTI는 2016년 2월19일 배럴당 29.64달러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는 국제유가의 충격에 국내 업계는 물론 전세계 경제가 언제 회복될지도 모르는 불안감에 빠졌다.   

코로나19 확진자수 증가와 각국의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정책 등의 여파로 인해 앞으로 세계 석유수요는 점진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석유제품 수요와 공급, 가격 변동성이 앞으로 어떻게 급등락할지에 대한 고민과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와 에너지수요 전망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석유수요는 최종 에너지기준으로 약 2.6% 감소하지만 하반기에는 1.1% 증가해 연간  0.7% 증가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석유수요 감소는 수송용이 연간 5.7%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석유수요는 단기적으로 감소하더라도 하반기 이후 정상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예측이지만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지 않고 재확산할 경우에는 석유수요 회복을 그렇게 낙관적으로 볼 수 없는 결과를 낳게 된다. 

최종에너지 수요에서 석유는 34.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른 장기 석유수요 전망에 따르면 2040년 석유수요는 5,170만TOE로 전력부문 다음인 27.1%로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석유수요는 2040년까지 감소하겠지만 여전히 최종에너지 수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석유의 연료용 에너지 역할은 축소되겠지만 석유화학 연료 등의 활용 측면에서는 앞으로도 증가세를 지속시켜 나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매출액 100조원 넘었던 정유사, 실적 회복 ‘불투명’

확대된 공급 과잉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 정유사들은 국제유가 변동 추이를 예의 주시하면서 석유수요 및 공급량 확대될 것에 대비한 정기보수, 가동률 축소 등을 통해 수요 감소와 수익 축소 상황을 타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주요 석유소비국의 정제설비 신규 상업 가동에 석유제품 판매단가 하락 상황에 직면하면서 내수는 물론 수출도 여의치 않아 지면서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들의 실적은 사실상 적자로 돌아섰다. 

정제마진이 떨어지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마이너스 상황이 연출되며 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 확대 상황까지 연출됐지만 5월부터 상황이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유사의 정제마진은 통상 배럴당 4~5달러가 손익분기라고 하는데 수입 원유가격과 정제비용 수송 및 운영비 등과 같은 비용도 충당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던 것이 반등세를 나타내면서 하반기에는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하고 있는 상태다. 

올해 3월부터 마이너스 5달러 수준으로 떨어지고 4월 마이너스 4.7달러를 찍은 후 점차 호전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7월과 8월 들어 다시 정제마진이 축소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비용 감축을 위해 아직 인력감축 카드를 꺼내 들지 않았지만 가동률 축소 등과 같은 자구책을 꺼내들고 있는 분위기에 석유업계는 정부에 세금 감면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국내 경기 및 조세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아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SK에너지를 비롯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는 지난해 상반기 52조8,532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가운데 영업이익은 1조394억원으로 2.0%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36조5,461억원으로 30.9% 감소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또 영업이익은 4조5,022억원으로 적자 전환한 상태에 빠져 12.3%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사별로는 SK에너지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10조8,621억원으로 전년동기 16조5,122억원에 대비할 때 34.2%를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1조6,306억원으로 전년 2,368억원에 대비할 때 15%의 영업이익률을 나타냈다.
 
GS칼텍스는 올해 상반기 11조157억원의 매출액을 거둬 전년동기 15조2,056억원에 비해 27.6%,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1조2,037억원을 나타내 전년동기 4,407억원에 비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S-OIL은 올해 상반기 8조5,861억원의 매출액을 나타내 전년동기 11조6,832억원에 비해  26.5%를, 영업이익은 1조1,723억원으로 나타내 전년동기 1,794억원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현대오일뱅크 또한 올해 상반기 6조822억원의 매출액을 거둬 전년동기 9조4,522억원대비 35.7%,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4,955억원을 나타내 전년동기 1,825억원의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됐다.

 

■경색된 석유시장, 석유화학시장 탈출구되나?   

고도화설비를 통해 부가가치를 높였던 정유사들이 시장 확대에 나섰던 석유화학시장도 어려운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석유화학 제품 수요는 더 얼어붙기 시작했고 납사를 비롯해 에틸렌, 프로필렌, 파라자일렌(PX) 등  원료가격도 하락 추세를 나타냈지만 최근들어 일부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저유가 반사 이익도 하락해 지난 2018년 말부터 50~60달러대로 상승했던 국제유가는 20~30달러대로 급락한 후 최근 40달러대로 올라섰지만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 현상에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석화제품 마진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에틸렌 계열 석유화학제품은 북미의 저가 원료 ECC 기반의 폴리에틸렌 제품이 아시아시장으로 유입이 확대되고 있어 스프레드를 하락시키고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방향족 계열 석유화학제품은 중국 내 대형프로젝트 등이 건설을 마무리하고 공장 가동이  가시화되며  시장 공급물량이 크게 늘어나 수익성 악화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PE(폴리에틸렌), PX(파라자일렌), 에틸렌, 납사 등 석유화학 원료가격이 떨어지면서 해당 제품에 대한 수익성도 개선되지 않는데 수요 절벽 현상까지 나타나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해본 상황을 극복해 앞으로의 실적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불씨를 살려 나가야 할 것이다. 

■원유수요 회복 시기 언제

코로나19의 국제적 확산과 중국의 원유수요 감소 여파로 마이너스로까지 떨어진 정제마진이 다시 반등해 상승하기는 했지만 언제쯤 수익성이 개선되는 수준으로까지 회복하게 될지 여부에 대한 예측은 쉽지 않다.    

세계 각국의 경기 침체에 따른 투자 위축과 민간소비 감소는 국제원유 수요 감소로 이어져 하락된 유가의 반등은 당분간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세계 석유시장은 11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IEA는 세계 석유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다봤다. 

이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 및 중국의 석유수요 둔화 지속에 따른 올해 세계 일일 원유수요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의 경우 전년대비 73만배럴, 중국의 석유수요 상황이 2분기부터 개선될 것이라는 기본적인 시나리오의 경우 전년대비 9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운송, 산업, 통상 활동 둔화로 1분기 세계 석유수요가 일일 250만배럴 감소할 것이며 이 중 180만배럴이 중국의 감소분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Goldman Sachs, IHS Markit 등은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올해 중 배럴당 50~60달러선으로 전망되던 국제유가는 20달러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지만 예측과 달리 4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어 여기에서 위안을 찾아야 할 상황이다.

결국 코로나19 확산세가 국내 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도 진정 국면에 들어가고 산업 및 가계 경제에 활기를 띄어 실물경제가 선순환하는 시기가 다시 찾아지지 않게 될 경우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감소한 석유수요가 상승세로 돌아가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찬바람 맞고 있는 석유유통업계  

미세먼지 감축과 기후변화 및 온실가스 대응을 위한 국내외 정책에 석유대리점은 물론 주유소업계도 마찬가지로 어려운 상황이다.  

에너지전환 시대를 맞아 전기와 수소차 보급 확대 정책이 추진되면서 수송용 석유수요도 감소하면서 인프라 역할을 해 왔던 주유소가 전기와 수소 등을 함께 취급하는 시설로 변모하고 있다.
 
근무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주말과 휴일 수당 추가 지급 등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을 피하기 위해 영업시간을 단축하거나 셀프주유기 설치를 통한 비용 감축을 시도하면서 줄어드는 수요 감소를 극복하기 위한 치열한 가격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주유소에 전기나 수소충전소를 함께 설치하는 복합주유소를 등장시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는 한편 자동차 경정비, 세차장, 편의점이나 간편식을 제공하는 음식점 등도 입점시키는 등 수익원을 다원화시킴으로써 수익을 유지시켜 나가려는 노력의 일환인 셈이다. 

석유공사, 도로공사, KRX 등 공기업이 사실상 석유대리점 역할을 수행하며 석유시장을 왜곡시키면서 정유사와 주유소 사이에 석유유통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석유대리점과 주유소의 피해가 적지 않다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11년 알뜰주유소를 도입할 당시 대리점 마진이 리터당 평균 45원 안팎이었지만 석유공사가 석유유통 대리점 역할에 나선 2013년 평균 마진은 마이너스 28원으로 급격히 추락해  2014~2016년의 경우 1원에서 3원, 2017~2018년은 마이너스 4~5원을 기록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영향에 지난 2012년 기준 전국에 1만2,800개에 달했던 주유소는 석유유통시장의 심화된 가격 경쟁으로 인해 지난해말  기준 1만1,500여개로 1,300개의 주유소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주유소 사업자들은 치열한 가격 경쟁에 따른 최소 생존 영업마진 확보를 위해 인력감축, 영업시간 단축, 비용절감 등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휴폐업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앞으로 전기 또는 수소충전소가 확대될 경우 그 숫자 감소는 더 빨리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이 대두되고 있다. 

정부가 사업자 규제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석유유통업계가 미래를 준비하고 안정적인  에너지공급  채널 역할을 이행할 수 있도록 주유소 규제해소 등과 같은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석유유통업계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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