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조대인 기자]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되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공급 체인 붕괴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희토류 수급과 관련해 단일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할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희토류 개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 세계에 공급되는 희토류의 80%가 중국에서 채굴되고 희토류 자석(rare earthmagnet) 제조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들 산업의 규모는 연간 총130억 달러에 이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 전략가 따라 희토류 채굴, 자석, 하이테크 제조 등을 아우르는 통합 희토류 공급 체인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지난 7월 중국이 미국 대형방산업체 Lockheed Martin을 대상으로 대만에 대한 미사일부품 판매를 이유로 제제를 가하겠다고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중국의 희토류 산업 지배를 조속히 중단시켜야 할 필요성이 더 부각됐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에 근거해 희토류 생산 및 가공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으며 트럼프 정부는 올해 희토류 산업에 2억900만달러의 공적자금을 배당했다.

지난 4월, 미 국방부는 호주 Lynas와 이 기업의 미국 파트너 Blue Line이 추진하는 프로젝트와 MP Materials의 Mountain Pass 광산을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선정한 바 있다.

이어 지난 7월에도 전자폐기물(electronic waste)을 재활용해 희토류 자석을 제조하는 Urban Mining Company에 2,900만달러를 지원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EU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도 희토류 산업의 협업 촉진과 신규제품에 대한 지속가능한 자금 공급 등을 통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희토류 전략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1/6을 보유하고 있는 호주는 희토류를 공급하고 신규 기업의 시장 진입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또한 러시아는 2030년까지 중국에 이은 세계2대 희토류 생산국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며 올해 8월 세제 혜택과 저리 대출 등을 통해 투자자를 유인하기 위해 15억달러 규모의 희토류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희토류 산업에서 중국의 지배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신규기업에 대한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공급 체인에 대한 지배력은 희토류 채굴에서 자석 제조, 전기자동차 조립에 이르기까지 여러 부문에서 발휘되며 중국 국영 기업은 희토류 가격결정력까지 가지고 있다.

희토류 산업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것으로 악명 높을 뿐만 아니라 동 산업 구축에 필요한 기술도 매우 복잡한데 서구 국가에는 이같은 기술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 2010년 중국 정부가 수출 물량을 갑자기 제한하자 가격이 4배 상승하기도 한 바 있다.

서호주대학교 Jeffrey Wilson은 “이들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위험이 상당하다”라며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공급 체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정부 지원 및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의 대기업들간 국제 공조와 협력이 필요할 것”으로 진단했다.

즉 신규 기업이 등장하면 중국이 희토류 공급량을 갑자기 늘리는 방법으로 가격을 급락시키고 이후 신생 기업이 도산하면 독점체제를 다시 구축할 것이라고 Wilson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전문가들은 공적자금 투입이 중국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공급 체인을 구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Ord Minnett의 Kylan Kelly는 중국 이외 지역에서 공급체인 구축은 진입 장벽도 높고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기업 설립 및 가동까지 10억달러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초기에 정부의 상당한 지원없이 자유시장경제 해법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언급했다.

또한 소규모 희토류 기업들은 서구 기업들이 희토류 공급선을 결정할 때 장기적인 전략보다 비용을 중시하고 단일 국가나 기업에 의한 독점 여부를 간과하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는 개별 기업이 필요로 하는 희토류의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CEO가 아닌 낮은 직급의 경영진이 공급선을 결정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들이 전략적인 견지에서 공급선을 고려하기보다 저비용 제품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이외 지역에서 희토류 공급 체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과 주요 기업 간 협력, 개별 기업의 전략적 공급선 결정 등 다양한 요소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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