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류희선 기자] 국가통계에 잡히지 않는 온실가스가 3,500만톤에 육박하는 등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이 훨씬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양이원영 의원은 5일 지구온난화물질로 규정된 수소염화불화탄소계열(HCFCs) 사용으로 배출된 온실가스가 2019년 3,333만tCO2_eq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석탄화력발전 11기가 내뿜는 온실가스보다 더 많은 양이며 1,000만대의 자동차가 내뿜는 온실가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HCFCs는 프레온가스(CFC)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물질로 오존파괴지수(ODP)는 0.1로 개선됐지만 지구온난화지수(GWP)는 최대 2,000으로 CO₂가 유발하는 지구온난화보다 최대 2,000배 악영향을 미친다.
 
HCFCs는 몬트리올의정서에 따라 선진국의 경우 올해까지 퇴출해야 하는 물질이지만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 지위에 따라 2030년까지 퇴출할 계획이다. 

다만 매년 수천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HCFCs 물질에 대한 감축 목표는 8년 전 기준 그대로인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1조원이 넘는 예산을 전기차 보급에 지원하고 석탄화력발전소를 조기 폐쇄하는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수준이다.
  
특히 허술한 관리체계로 실제 배출량은 확인조차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HCFCs 관리업무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로 이원화돼 있다. 기준한도 설정, 제조·수입 판매계획 연도별 수립 및 확정 등 종합계획은 산업부가, 냉매로 쓰이는 HCFCs의 사용·폐기단계 관리는 환경부 담당하고 있다. 

양 의원에 따르면 환경부가 관리하는 냉매의 경우 판매‧구매‧보충‧회수 등에 대해 냉매정보관리시스템(RIMS,한국환경공단 운영)을 통해 관리하고 있지만 산업부가 관리하는 다른 용도의 경우 공급업체에 대한 보고만 받을 뿐 최종소비단계에서의 관리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다.
 
산업부가 제출한 2019년 HCFCs 용도별 판매실적에 따르면 냉장고, 에어컨 등 냉매로 사용되는 비중이 약 41%, 단열재 발포제 용도로 사용되는 비중이 43%이며 소화기, 반도체 등 정밀기계 세정제로 소량이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HCFCs의 43%가 사용되는 단열재 발포제로 공장에서 단열재를 생산하거나 건축현장에서 폴리우레탄 단열 뿜칠 작업에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매년 할당량이 줄어들면서 건축현장에서 사용되는 폴리우레탄 단열재 작업에 사용되는 발포제 상당수가 HCFCs 쿼터를 회피하기 위해 폴리올이라는 혼합물로 수입되고 있다. 실제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쇼핑몰 알리바바에서 HCFC가 혼합된 중국산 폴리올을 아무런 제약 없이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지난 4월 이천 물류센터 공사장 화재현장에서 사용된 폴리우레탄(PU) 단열재도 이런 중국산 폴리올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관리를 맡은 산업부는 이렇게 쿼터를 우회해 수입된 HCFC 혼합 폴리올 사용량에 대한 통계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단열재 발포제 용도로 사용된 HCFCs는 시공 후 대기 중으로 직접 방출되기 때문에 냉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공식 판매실적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만 해도 1,546만tCO₂_eq으로 석탄화력발전소 5기에 해당하는 배출량이지만 실제 사용되는 HCFC 혼합 폴리올까지 고려하면 얼마나 많은 양이 배출되는지 알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몬트리올의정서에 따라 HCFCs를 퇴출한 선진국의 경우 이미 대체물질인 HFC계열과 CO₂계열, 이소부탄(Iso-butane, C4H10) 등 친환경 발포제를 적용한 단열제품이 보편화‧규격화돼 있지만 국내는 아직도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건축부문에서 온실가스감축을 위해 패시브하우스, 제로에너지빌딩 등 녹색건축정책이 추진됨에 따라 단열재의 두께가 두꺼워 지고 있으나 HCFCs와 같은 지구온난화물질을 사용한 단열재 사용으로 인해 오히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꼴이다.
 
양 의원은 “기후위기 상황에서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HCFCs로 인해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가 기후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라며 “조속히 허술한 관리체계를 정비하고 일원화해 HCFCs를 조기 퇴출해야하며 기술개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투자와 규제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