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없이 로스쿨 다닌 원자력통제기술원 변호사, 지금도 근무 ‘논란’
허가없이 로스쿨 다닌 원자력통제기술원 변호사, 지금도 근무 ‘논란’
  • 김병욱 기자
  • 승인 2020.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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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시효 지나 징계 피하고 형사처벌도 피해
조명희 의원, “조직적 축소·은폐 시도 의심” 지적

[투데이에너지 김병욱 기자]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 직원이 기관 허가도 없이 국민 혈세를 받으며 업무 시간에 로스쿨에 다닌 뒤 변호사 자격까지 얻었지만 ‘징계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별다른 제재 없이 근무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KINAC의 상급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해당 직원에 대한 형사처벌과 함께 로스쿨 재학 기간 동안 부당하게 받은 급여 전액 환수 조치가 필요하다고 봤지만 정작 이 직원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형사처벌을 피해갔다. 

KINAC 역시 ‘할 만큼 했다’는 식의 제 식구 감싸기 태도로 일관하는 등 기관 내부의 도덕적 불감증이 극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조명희 의원이 11일 KINAC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KINAC에 입사한 H변호사는 원장이나 부서장의 허가없이 지방의 국립대 로스쿨에 몰래 다닌 뒤 2012년 제1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이 과정에서 H변호사는 지난 2009년 1학기에는 월~금요일, 2학기엔 화~금요일 출석하는 등 3년 내내 학교에 출석해 수업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H변호사가 사용한 휴가·외출시간 만으로는 도저히 정해진 수강시간을 채울 수 없었지만 KINAC 원장은 물론 부서장 등은 그의 로스쿨 재학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원안위는 지난 2014년 실시한 종합감사를 통해 H변호사에 대해 “근무시간에 원장과 부서장의 허락없이 직장을 이탈할 수 없는데도 관련 규정 등을 위반해 사적으로 로스쿨을 수료한 것이 명백하다”며 직무유기와 업무상배임 등의 혐의에 대한 형사고발과 함께 로스쿨 재학기간 동안 지급받은 급여 약 1억4,300만원 전액을 환수하라고 KINAC에 요구했다. 

KINAC 인사규정은 부서장의 승인이나 정당한 이유없이 직장을 이탈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임직원 행동강령 역시 근무시간 내에 업무와 무관한 사적인 일로 업무수행에 지장을 줘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KINAC은 원안위로부터 기관 경고와 함께 원장과 근태 관리자 전원이 엄중 경고를 받았다.

반면 대전지검은 지난 2015년 12월 H변호사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H변호사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직무유기 혐의를 벗기 위해 ‘자신은 정상적인 근무를 했으며 오히려 로스쿨에 결석했으나 친한 교수가 편의를 봐주는 등 출석을 인정해줘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것이 원안위 감사관실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해당 로스쿨 측은 학교의 엄격한 학사관리상 평일 정상근무를 해야 하는 직장인이 수업일수를 다 채우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로스쿨 재학 기간 중 받은 급여 환수 소송에서도 KINAC은 지난해 6월 ‘H변호사가 KINAC에 996만원을 지급하되 1년 동안 월 83만원씩 나눠 내고 나머지 H변호사에 대한 청구는 포기한다’ 내용의 조정안에 합의했다. H변호사는 지금도 KINAC에서 법령, 핵안보인식 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 일과 관련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공공기관 직원 개인의 일탈은 물론 원전 시설 안전을 다루는 기관의 부실한 복무 관리·감독과 국립대 로스쿨의 출석 특혜 의혹까지 3박자가 빚어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모 변호사는 “H변호사가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어떤 진술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만약 H변호사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로스쿨 졸업 취소로 변호사 자격까지 박탈되는 것은 물론 로스쿨 관계자들까지 조사받아야 하는 심각한 학사비리 사건으로 H변호사와 대학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도 “H변호사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징계시효가 지나 징계하지 못한 점이나 전후 사정을 감안하면 로스쿨 재학기간 동안 받은 급여의 절반 정도는 환수돼야 맞다“라며 ”KINAC이 1,000만원 수준의 조정안에 합의한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조 의원은 “직원 개인 일탈뿐만 아니라 원자력 관련 기관들의 집단적 기강 해이와 부실한 복무 관리, 제식구 감싸기식 감사 시스템이 빚어낸 문제“라며 “개인의 일탈을 넘어 조직 차원의 축소·은폐시도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 의원은 ”이 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공적의무를 등한시하고 사익실현을 우선시 해도 괜찮다’는 것을 증명하는 암적인 선례가 될 것“이라며 ”H변호사의 직무유기 기간 무노동 임금에 대한 전액 환수조치를 포함한 민·형사상 추가 조치는 물론 KINAC과 관리감독 책임 기관인 원안위의 관리·감사 책임자들 역시 일벌백계로 엄단하고 공직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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