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송명규 기자] 정부가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효율적인 전력생산을 위해 적극적인 설치를 권장해온 ESS였지만 최근의 화재사고 이후 보급 활성화를 위한 움직임이 소홀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간헐성 문제가 큰 태양광과 풍력을 확대하기 위해 필수적인 ESS를 포기할 경우 국내 에너지전환 정책의 성공도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ESS 설치개수는 2,300개소에 이르는 가운데 지난 2017년부터 올해까지 30건에 가까운 ESS 화재사고의 여파로 기존 태양광·풍력발전단지와 신규 단지를 비롯한 ESS 설치 수주가 대폭 줄어들은 상황이다. 특히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설치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ESS 관련 기업들이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각종 혜택도 줄어든다. 한국전력이 ESS를 설치한 사업자에게 충전요금과 피크감축량에 따른 기본요금을 할인해주는 ESS 특례할인이 올해 말부터 축소되며 지난 7월 RPS지침 개정으로 ESS REC 가중치가 태양광연계는 5.0에서 4.0으로, 풍력은 4.5에서 4.0으로 낮췄다. 업계에서 의지했던 제도적인 인센티브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ESS업계의 관계자는 “기존 태양광발전단지를 대상으로 ESS를 추가로 설치하거나 신규 태양광발전단지와 ESS를 연계한 상품 등을 활용해 매년 매출이 250억원 이상을 달성하고 있었지만 올해를 기준으로 1/10수준도 안되는 수익을 얻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경쟁이 치열했던 ESS 설치 전문업체들도 대부분 사업을 포기하고 있으며 태양광 전문기업들도 ESS와 연계한 분양 등 각종 투자상품들을 운영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민간사업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서도 ESS 설치사업이 적극적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 진행된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신정훈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따른 의무대상 공공기관 수는 254개이지만 이행 공공기관은 단 52곳에 그치는 등 이행률이 20.5%에 불과하다.

당초 산업부는 공공기관 기존 건축물에 ESS를 설치할 경우 2020년까지 총 2,000억원(에너지저장장치(ESS) 244MWh) 규모의 신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올해 8월 기준 공공기관 ESS 설치 용량은 97MWh로 목표 달성률이 40%에 그쳤다.

이런 상황임에도 ESS 보급 활성화에 산업부 등 관련기관이 적극적이지 못한 이유로는 최근까지 이어진 ESS 화재로 인한 안전성 의혹의 여파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연달아 ESS가 설치된 태양광발전소 등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정부의 안전조치 이후에도 발생한 경우가 있다보니 미리 예방하지 못한 책임이 관련부처에 집중되는 부분에 대한 부담이 크단 이야기다.

문제는 연달아 화재가 발생하면서 국가기술표준원을 중심으로 관련업계와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안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화재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자동소화장치와 스프링클러설비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고강도의 안전대책까지 발표한 상황이지만 막상 정부는 적극적으로 ESS의 안전성을 강조하는데 소홀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각 공공기관에 기존 설치된 ESS설비을 장시간 가동중단한데 이어 신규 설치에도 적극적이지 않는 모습에 관련업계는 정부가 ESS 활성화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의 원활한 전력생산을 목표로 ESS설치 활성화를 제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에 이르러선 업계에만 책임을 전가 한다는 것이다.

태양광은 해가 떠있을때, 풍력발전시스템은 바람이 불때만 전력생산이 가능하며 이 부분을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는 발전량 예상이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SS를 통해 발전량이 많으면 저장하고 부족하면 내보내는 등 변동성과 간헐성 부분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태양광과 풍력기반으로 에너지전환을 하기 위해선 ESS가 필수적이다.

이에 ESS산업을 포기한다면 재생에너지기반의 에너지전환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 업계와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ESS설치업체의 관계자는 “사실 ESS뿐만이 아니라 변압기 등 전기시설이나 LPG 등 가스설비에서도 얼마든지 누진 등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며 실제 ESS설비는 인적이 드문 장소에 설치되기 때문에 인명피해가 발생할 확률도 적지만 마치 ESS가 국민들에게 화재로 인한 위험부담을 안기는 존재로 오해를 받고 있다”라며 “이런 문제가 있으면 정부가 나서서 ESS는 안전하게 쓸 수 있다고 적극 홍보해야 되는데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지 이 부분에 소홀한 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가 정한 자동소화장치와 스프링클러설비 등 각종 안전장치와 더불어 현재 업체들의 노력으로 인해 화재를 기술적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음에도 산업부 등 관련부처는 국낸 ESS 기술이 안전하다는 홍보에 나서주지 않고 있어 향후 ESS를 기반으로 한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ESS 전문가는 “기존에는 업체별로 안전한 운영방식에 대해 잘 몰라서 배터리를 100% 가동하는 등 실수가 있었던만큼 업체가 적극적으로 투자해 80% 정도 가동하면 화재를 예방할 수 있고 단순히 큰 용량의 배터리를 설치해 가동하는 것이 아닌 작은 용량을 여러개 병렬식으로 설치할 경우 안전하게 운영이 가능한 기술노하우도 확보했다”라며 “해외에서도 작은 배터리를 여러개 병렬식으로 설치하다보니 화재사고가 드물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기술적인 노하우를 기반으로 화재사고 없는 ESS라는 점을 정부 차원에서 밀어주고 지원할 수 있는 요건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안전조사위원회에 참여한 업계에서도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정부의 안전대책 발표 사항에 병렬식 설치방안 권고 등도 포함하자는 의견을 제출했지만 기존 방식보다 10~15% 정도의 비용이 더 필요한 병렬식 구조에 관련업체들이 호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안전확보가 에너지정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면 비용이 조금더 들더라도 그 비용에 대한 투자는 업계가 하는 것인 만큼 안전성이 확보된 ESS 설치사업을 정부가 홍보함으로써 ESS와 더불어 태양광과 풍력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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