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기후불평등은 가난한 나라에 잔인하다
[시평] 기후불평등은 가난한 나라에 잔인하다
  • 투데이에너지
  • 승인 202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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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성 (주)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반기성 (주)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투데이에너지] 2020년은 지구 역사상 최악의 기상재난을 겪고 있다. 호주의 폭염과 가뭄 그리고 대형산불로 시작된 재난은 인도양 다이폴로 만들어진 동아프리카의 홍수와 사막메뚜기떼 재앙, 북극권의 초고온현상 및 대형산불, 동아시아의 최악의 홍수, 아마존과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의 산불 등 다 열거하기조차 어렵다. 그런데 기상재난을 겪은 나라들의 복구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불평등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상재난의 원인은 극심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이다. 지구온난화는 화석연료에서 만들어지는 온실가스가 주범이다. 선진국들은 지금까지 엄청난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 성장해 부자나라가 됐다. 대개의 가난한 나라들은 식민지배를 받다가 독립해 가난하다 보니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 하지 않았다.

그런데 기상재난은 선진국이나 후진국이나 가리지 않는다. 부자나라는 피해를 적게 만드는 인프라가 있고 또 피해를 당해도 복구할 돈이 있다. 그러나 가난한 나라들은 가난함의 죄 때문에 몇 십 배의 비극적 상황을 맞는다. 이런 불공평이 어디 있는가? 학자들은 이것을 기후변화의 불평등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가 배출한 온실가스의 차이는 얼마나 될까? 2020년 9월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과 스웨덴 스톡홀름환경연구소는 공동으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1990년 이후 전세계 인구의 사회경제적 격차에 따른 탄소 배출량 차이를 분석했다. 그랬더니 지난 25년간 전세계 최상위 1% 부유층이 배출한 탄소량이 하위 50%가 배출한 탄소량의 2배가 넘었다는 것이다. 또 상위 부자 10%가 배출한 탄소량은 하위 50%가 배출한 양의 7배가 넘었다. 국가 별로는 최상위 1% 배출량의 3분의 1은 미국에서 나왔고 18%는 중동 국가, 14%는 중국에서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가난한 나라가 더 비참해진다는 것이다. “가난한 나라 대부분이 지구온난화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보다 훨씬 더 가난해졌다” 2018년 미 스탠퍼드 대학의 연구보고서의 내용이다. 예를 들어보자.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인도의 경우 2010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기온 변화가 없었다고 가정할 때보다 31%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차드,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도 GDP가 각각 39%, 32%, 29% 낮아졌다.

반면 캐나다와 노르웨이, 핀란드 같은 국가는 지구온난화로 GDP가 25∼50%나 높아졌다. 한 마디로 기후변화로 인해 가난한 나라는 더 가난해 졌다는 것이다. 그럼 지구온난화로 인해 앞으로 더 가난해질 나라는 어디일까? 금융그룹 HSBC는 67개국을 상대로 기후변화의 물리적 충격에 대한 취약성, 극한 기후에 대한 민감도, 에너지원이 바뀔 때 위험에 노출되는 정도 등을 조사했다. 그랬더니 더 가난해질 나라 상위권에는 인도 등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국가, 그리고 오만, 콜롬비아, 멕시코, 케냐,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었다. 지금 가난한 나라들이 더 가난해진다는 것이다.

옥스팜에서 이에 대한 다양한 해결책을 내놓았지만 필자는 프랑스의 학자 피케티의 방안이 마음에 든다. 그는 선진 산업국이 그간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많으니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는 논리를 주장했다. 그러나 국가별 접근 방식은 한 국가 안에서도 부유한 사람들이 더 많은 소비를 하고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사실을 감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는 3가지 실행방안을 내놓았다. 첫 번째 방안은 세계평균보다 많이 배출하는 개인에게 그 초과량에 따라 세금을 내게 한다. 두 번째 방법은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10%에 속하는 모든 사람이 부담을 나눠지도록 한다. 세 번째 방법으로는 기금의 부담을 상위 1% 배출자들에게 지우는 것이다. 그런데 피케티는 재미있게도 비행기표 좌석 등급에 따른 탄소세도 제안했다. 만약 모든 비즈니스 클래스의 좌석에 180유로, 모든 이코노미 클래스의 좌석에 20유로의 세금을 물리게 되면 매년 기후변화 대응 기금이 필요로 하는 1,500억유로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당히 진보적이고 급진적인 견해임에도 이런 정책이 오히려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우리의 경제모델은 기후변화의 원동력이자 불평등의 촉진제였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세계 경제를 보다 지속가능하고 탄력적이며 공정한 기반 위에 쌓아야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모두가 함께 이뤄내야 할 집단적 책임의 일환으로 가장 부유한 사람들에 의한 탄소배출 불균형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해결해야 한다”(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옥스팜 보고서 서문에서 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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