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호 한국에너지학회 수석부회장
▲박진호 한국에너지학회 수석부회장

[투데이에너지] 포스트코로나 경제는 순환경제 기반의 뉴노멀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충고와 전망이 연일 발표되고 있다. 석유공룡기업인 프랑스 토탈, 미국 쉘 등도 친환경에너지를 지향하는 방향으로의 사업전환 전략을 발표하고 있는데 코로나 사태로 이들의 노력은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석유 가격 폭락이라는 전대무이한 사태를 경험하면서 화석연료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회의가 강하게 대두됐고 이에 따라 신규 투자를 친환경에너지 방향으로 빠르게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포스트코로나 경제의 흐름과 에너지분야의 새로운 동인들을 고찰할 때 우리 정부가 향후 추진할 정책은 반드시 순환경제를 시동하는 형태로 진행돼야 한다. 

또한 한국의 내재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이른 바 한국형(Korean Way) 포스트코로나 정책으로 추진돼야 하며 코로나 극복에서 보여 준 한국적 방식이 경제대응에 있어서도 세계적 모범과 표준이 되면 좋겠다.

우리 정부는 에너지전환 정책을 채택한 이후 지난 3년간 태양광과 풍력 중심의 재생에너지 확대, 소비구조 혁신, 신규 원전 및 석탄발전의 건설중단 등을 추진해 왔다. 특히 지난해 이를 대부분 포괄하는 ‘3차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3차에기본 전후로 나온 여러 계획과 조치들은 모두 3차에기본과 기본 철학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를 구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하겠다. 즉 에너지전환이라는 비행기가 이제 막 이륙했다고 필자는 비유하고 싶다.

그럼 에너지전환이라는 비행기를 이제 목적지에 잘 착륙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또 이를 어떻게 포스트코로나 경제대응 정책과 연계해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할까? 부드럽게 착륙시키는 것을 영어로 Soft Landing(연착륙)이라고 표현한다. 

그간 우리 내부에서는 거친 착륙(Rough Landing: 희생을 감수하는 과감한 전환)과 목적지의 이동에 의한 비행 계속(매우 느린 전환) 그리고 심지어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등 상반된 의견을 가지고 괴담과 팩트체크가 반복되는 등 참 많이도 다퉜던 것 같다. 

에너지문제가 이번처럼 정치쟁점화 된 것도 처음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이제 이러한 논쟁은 코로나 사태에서 얻은 경험과 코로나 이후 우리 경제를 다시 살려내야 한다는 공공의 선의 관점에서 발전적인 토론의 형태로 승화돼야 할 것이다.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는데 있어 우리나라가 세계적 찬사를 받은 이유는 무엇인가?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1) 투명함과 개방성 2) 격리와 완화 3) 적절한 심사절차와 치료, 4) 광범위한 검사와 신속한 추적을 들고 있다. 이 모두 거대한 하드웨어적 접근이 아닌 세밀한 소프트웨어적 접근의 우수성에 기반하고 있고 한국적 기민성(빨리빨리)과 철저함이 돋보인 결과이다. 한국이 보유한 세계 최고의 ICT기술도 의료기술과 함께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형 포스트코로나 경제대응 전략은 병원만을 계속 확충하는 것과 같은 외형성장형, 보여주기식 대형 토목사업의 형태가 아닌 에너지전환이란 비행기의 연착륙이 가능한 형태로 전개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친환경에너지와 분산에너지의 확대라는 기존 명제에 더해 신규 일자리 창출, 기존 일자리 전환 그리고 디지털화 기반의 혁신성장형 에너지산업 육성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에너지효율 혁신도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특히 포스트코로나 대응 이후에도 건재할 수 있는 에너지시스템 인프라를 이번 기회에 구축해야 할 것이다. 

Korean Way 에너지시스템은 공급과 수요를 넘나들며 데이터를 만들고 투명하게 소통하게 하는 에너지 빅데이터 플랫폼의 구축을 포함해야 하며 이를 통해 에너지 흐름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가능하게 하고 그 과정에서 일자리도 만드는 형태로 진행돼야 할 것이다. Korean Way 에너지시스템은 또한 생산과 소비를 넘나들며 다양하게 에너지가 거래되는 시장메커니즘도 필요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도 새로운 일자리들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Korean Way 포스트코로나 대응은 에너지산업의 기존 일자리의 전환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세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에너지전환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일자리 전환임은 우리보다 앞선 여러나라들이 이미 사례로 보여준 바 있다. 

차제에 한국형 포스트코로나 대응을 통해 순환경제를 시동하고 신규일자리 창출과 일자리 전환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아 보자. 그리해서 에너지전환 비행기를 연착륙시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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