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송명규 기자] 정부의 재정부담 가중 없이 태양광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태양광 사용자의 특성과 만족감 형성요인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후사회연구소(CNCITY마음에너지재단 부설연구소)는 지난 1일 도시에 거주하는 가정용 태양광 사용자 21명에 대한 심층면접 내용을 분석해 ‘도시의 태양광 사용자들은 왜 만족할까: 가정용 태양광 사용자의 만족감 형성요인에 대한 질적 분석’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날 기후사회연구소는 가정용 태양광 사용자들의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심리요소까지 고려한 정책이 추진돼야 미니태양광 중심의 재생에너지 확대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한빛나라 기후사회연구소 박사는 “이번 연구는 가정용 태양광 사용자들이 왜 만족하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조금에 의존한 정체된 태양광 시장에 활기를 가져오기 위한 다양한 실마리를 탐색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기후사회연구소에 따르면 도시는 글로벌 인구의 55%가 거주하며 최종 에너지 사용량의 2/3,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량의 75%가 집중되는 곳이다. 따라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도시의 에너지 전환이 필수적인데 도시는 대부분의 에너지를 외부에서 조달하고 있다.

이에 국내 도시들은 저탄소 에너지전환에 동참하고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시민참여에 기반한 분산형 에너지시스템으로서 가정용 태양광 발전설비의 보급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

반면 도시의 이러한 제도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가정용 태양광 보급률은 저조하다고 기후사회연구소는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전국의 가정용 태양광 누적보급용량은 38만7,067kW로 전체 태양광 누적보급용량대비 5%에 불과했으며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의 7대 광역시 및 세종시의 누적보급용량은 전국 가정용 태양광 누적보급용량의 27% 수준이다. 서울시의 경우 2020년 1월 기준으로 미니태양광 보급률은 2022년 목표대비 24% 수준에 그쳤다.

기후사회연구소는 이렇게 도시의 가정용 태양광 보급률이 저조한 이유는 흔히 국내 전기요금 수준이 낮아 요금절감 효과가 적고 잉여전력의 수익화가 어려워 경제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전기요금 절감효과가 클수록 사용자 만족도가 높다면 도시는 비도시 지역보다 훨씬 불리하다고 강조했다.

기후사회연구소는 사용자의 만족감이 비용 편익에 따른 경제적 요인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문화·심리적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가정용 태양광 사용자들의 만족감은 경제적 편익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경제적 편익이 사용자 만족감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인 것은 사실이나 사용자가 어떻게 경제적 편익을 체감하느냐를 살펴보면 전기요금 절감효과의 크기가 만족감을 결정짓는 절대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정용 태양광 사용자는 태양광 설치 후 전기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 경우 사용자는 태양광을 설치하지 않았더라면 본인이 지불했어야 할 예상 청구액을 기준으로 절감효과를 계산했다. 그럴 경우 사용자 관점에서는 태양광이 생산하는 ‘공짜’ 전기를 많이 사용할수록 이익인 셈이라고 기후사회연구소는 분석했다.

이렇듯 가정용 태양광 사용자는 전기요금 절감효과를 실제 절감액이 아니라 ‘풍족한 사용’의 형태로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경제적 편익 외에도 사용자 만족감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다양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을 통한 전기요금 절감효과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는 사용자도 기후·환경 문제에 대응하는 의식 있는 시민으로서의 자부심 향상을 경험했고 환경가치에 대한 평소 신념과 행동의 일치를 통해 자아정체성이 강화된 데 뿌듯함과 만족감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용자들은 전기를 풍족하게 사용하게 됨으로써 삶의 질이 향상되고 요금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심리적 안정이 제고된 데 만족했다.

기후사회연구소는 기후위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고 시민들의 참여와 실천에 대한 요구가 커질수록 사회관계적 요인과 자아표현적 요인이 사용자 만족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보고서는 태양광 보급확대 정책을 다루는 정책입안자의 입장에선 사용자가 태양광 설치를 통해 전기요금 절감효과를 기대하는지, 아니면 요금 스트레스의 완화를 통한 풍족한 전기소비와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하는지에 따라 시장에서 효과를 보는 정책은 분명 다르다고 분석했다.

또한 가정용 태양광 사용자의 다양한 경험을 분석해 사용자의 특성을 이해하고 사용경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지적·정서적 평가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태양광 보급확대 정책의 효과를 높이고 에너지분산을 통해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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