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큰 목표도 작은 실천으로부터 시작-이스터 섬의 교훈
[시평] 큰 목표도 작은 실천으로부터 시작-이스터 섬의 교훈
  • 투데이에너지
  • 승인 202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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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준 단국대학교 교수
▲문현준 단국대학교 교수

[투데이에너지] 제리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Collapse’는 2005년에 발간돼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에는 남태평양에 있는 이스터 섬의 문명이 어떻게 소멸하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유럽사람들이 이스터 섬을 처음 발견했을 때는 섬의 원주민이 사라진 뒤였다. 거대 석상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정치체제와 노동력이 있었던 이 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풍부한 천연자원과 온화한 기후를 갖춘 섬나라가 사라진 이유로 지속 가능한 사회 체계를 만들지 못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주어진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섬에 남아있는 나무를 땔감 등의 용도로 모두 사용해 버리고 결국 파국을 맞이한 것이다. 섬에 있는 자원이 조금씩 부족해지고 있는데 왜 섬에 있었던 주민들은 알아채지 못 했을까? 우리도 이스터 섬의 원주민처럼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마지막 나무를 베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봐야 한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꼭 알아야 할 것들의 대부분은 우리가 유치원을 다니면서 모두 배웠다. 물을 낭비하지 않아야 하고 사용하지 않는 전등을 끄고 에너지를 절약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안되고 나무와 숲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가 에너지와 환경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만 얼마나 잘 실천하고 있을까? 우리 주변 도로에는 배기량이 큰 대형 승용차가 넘쳐나고 종이컵에 음료수를 담아 들고 유리로 치장한 건물을 나서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잠시 우리가 지속 가능한 사회를 구현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고 그동안 우리가 간과한 문제가 있는지 다시 돌아보고 실천할 수 있는 길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우리 주변의 변화 중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외부환경의 변화일 것이다. 기후변화 또는 지구 온난화라는 용어로 많이 접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의 연평균 온도는 계속 상승해 농작물의 주요 산출지가 점차 북상한 것을 알 수 있으며 수온의 상승으로 잡히는 어종에 변화가 생긴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외부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지만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며 노력의 보상은 쉽게 얻을 수 없다.

외부환경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의 내부 변화에 대한 대처도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데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짧은 시간 동안 급격하게 산업화를 이뤄 내면서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 국가의 총 생산량과 일인당 국민소득의 증가는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워졌다. 이에 따라사회구성원의 에너지소비 행태도 빠르게 변화했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냉방에 대한 요구가 증대했고 보다 쾌적하고 깨끗한 환경을 요구하게 됐다. 하지만 최근의 신축아파트에는 난방은 기본이고 실내공기질을 관리하기 위한 환기시스템이 설치돼있으며 천장에는 시스템에어컨이 달려 있다. 이 외에 의류관리기, 건조기, 김치냉장고 등 새로 등장한 생활가전제품까지 고려하면 소비자의 에너지 사용량 증가와 소비패턴의 변화는 당연해 보인다. 우리를 둘러싼 외부환경과 사회구성원의 행태 변화를 파악하고 대처하는 능력이 있어야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 정책입안자는 에너지 사용자가 호응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정부에서 지난 몇 년 동안 여름철 전력 피크를 낮추기 위해 시행했던 캠페인이 있다. 상가에서 문을 열고 냉방 하지 못하도록 하는 ‘개문 냉방’ 금지 캠페인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 캠페인을 통해 전력에너지를 절감했다는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보지 못했으며 사용자의 불편만 크게 키웠다. 마찬가지로 난방에너지 비용을 저감하기 위해 중앙난방 시스템의 설정온도를 낮춰 규제 한다면 재실자가 책상 아래에 개별 난방 기구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것 밖에 안된다. 냉방과 난방 설정온도를 제한해 에너지를 절감하겠다는 정책은 그만 할 때가 된 것이다. 정부에서는 더이상 사회구성원의 공감을 못 얻는 규제를 통해 에너지소비를 억제하려 하지 말고 에너지 사용자의 요구를 만족시키면서 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 지능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2050년에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제시한 지금이 대한민국의 번영과 쇠퇴의 기로가 되는 중요한 시기일 수 있다. 외부환경은 급속히 변하지만 이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우리의 한정된 자원은 더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사회의 외부 및 내부환경 변화에 대응해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로 신속히 전환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생산과 소비 체계를 갖추지 못하면 이스터 섬의 이야기가 가까운 미래에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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