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희기 경희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홍희기 경희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투데이에너지] 코로나19가 지난 여름 2차 확산이 시작됐을 때 이보다 훨씬 심각한 3차 확산이 올 것이라고 모든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우려했다. 개인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우리와 같은 역학조사는 생각도 못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K방역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며 국민의 협조와 의료진의 헌신 그리고 역학조사로 빠른 격리를 통해 확산을 차단하려 온갖 노력을 해왔다. 그럼에도 우려했던 겨울철 3차 대확산이 시작됐다. K방역에는 환기방역이 빠졌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여름에 접어들면서 2차 확산이 시작됐을 때부터 겨울철 대확산의 가능성에 대해 경고와 대비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해법으로 겨울철 오기 전에 다중이용시설에 환기설비를 갖춰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파주 스타벅스에서의 집단감염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컸다. 환기가 안 되는 공간에서 실내공기만 재순환시키면 2m를 훨씬 벗어난 곳까지도 쉽게 전파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준 사건이다. 재순환시키는 매개체는 물론 에어컨을 비롯한 냉풍기나 온풍기이다. 안타깝게도 공기청정기가 환기를 대체한다고 믿는 사람만큼 에어컨 바람만 느껴도 환기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잘 알려진 것처럼 코로나19는 3밀(밀폐, 밀집, 밀접)에서 감염확률이 높아지는데 이 중 밀집과 밀접은 마스크쓰기, 거리두기와 손 씻기로 해결된다. 실내외 어디서건 2m 이내에서 마스크 벗고 이야기를 나누면 입에서 튀어나온 비말이 상대방 호흡기로 들어가면서 직접적인 감염이 이뤄진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6m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감염이 될 수 있는데 실내공기의 순환으로 기류를 타고 먼 거리까지 에어로졸 형태로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이 이미 밝혀진 상태이다.

단정적으로 말해 3밀에서 밀폐는 지금의 생활방역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방역당국에서 권장하는 2시간에 10분 창문 열고 환기하기는 정말 비전문가 수준의 지침이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이 정도로는 환기량이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다중이용시설 및 업소에 대한 국토교통부 기준은 1인당 1시간에 30m3의 외부공기를 넣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정도의 환기를 위해서는 내내 창문을 열고 있어야만 가능하다.

두 번째는 간헐적인 환기이기 때문이다. 간헐적인 환기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호흡으로 발생한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간다고 치명적이진 않기 때문에 가끔 한 번씩 창문을 여는 것으로 해결이 된다. 문제는 바로 바이러스이다. 실내에 확진자가 있고 환기를 하지 않으면 바이러스 농도는 계속 올라간다. 간헐적인 환기는 바이러스라는 독을 모았다가 한꺼번에 치우겠다는 것인데 그만큼 감염확률은 급격히 올라가게 된다. 공기감염은 일종의 확률이다. 바이러스 농도가 높아질수록 그리고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호흡기로 유입되는 바이러스가 늘어나고 일정 수 이상이 되면 감염에 이르게 된다. 미약한 간헐적 환기는 위험에 노출될 확률도 그만큼 높인다. 그래서 적당한 환기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름철에는 급한 대로 전기요금이 더 나오더라도 내내 창문을 열고 있으면 밀폐된 공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신규 건물이라면 그 동안 환기설비의 설치가 면제됐던 일정 면적 이하의 다중이용시설 및 업소를 대상으로 의무화시키면 된다.

하지만 겨울철 기존 건물에는 대안이 없다. 나름 정책제안(환기설비가 완비된 곳은 거리두기 2단계에도 제한적인 영업 허용, 영세업자에게는 환기설비 설치금 보조 등)을 해봤지만 단시간 내에 반영될 것 같지는 않다. 방역당국에서 환기가 안 되는 곳은 가급적 출입하지 말자고 하니 이제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를 내본다. ‘환기설비가 완비됐으니 안심하고 들어오세요’라고 식당이나 카페 입구에 눈에 띄게 써 붙일 것을 제안한다.

이미 15년 전부터 아파트에 의무화된 전열교환기인 열회수형 환기장치를 창문형이나 벽부착형으로 다중이용시설이나 업소에 설치하는 것이 생각보다 저렴하다.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다중이용시설에서 감염이 되지 않은 검증된 방법은 세 가지다. KF94 마스크를 잠시도 벗지 않기와 충분한 환기 그리고 시설의 폐쇄이다. 3단계가 되면 50만개 이상의 다중이용시설이 폐쇄된다. 공허해 보이는 K방역의 완성은 환기방역이 더해졌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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