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된 전기요금 체계 구조.
개편된 전기요금 체계 구조.

[투데이에너지 김병욱 기자] 정부가 연료비 원가와 연계한 요금제를 도입하고 주택용에도 계절·시간대별 선택 요금제를 적용하는 등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확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성윤모)와 한국전력공사(사장 김종갑)는 17일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번 개편안은 그간 정부가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2019년 6월) 등에서 밝혀온 바와 같이 원가변동 요인과 전기요금간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한편 기후·환경 관련 비용을 별도로 분리·고지해 투명성을 제고했으며 주택용 전기요금 및 기타 제도개선 사항도 포함하고 있다.

한전은 16일 이번 개편안을 반영한 전기공급 약관 변경(안)을 산업부에 제출했으며 17일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산업부가 인가를 완료함으로써 개편안이 확정됐다.

원가연계형 전기요금 체계는 2021년 1월부터 적용된다. 연료비 조정요금 항목을 신설해 매 분기마다 실적연료비(직전 3개월간 평균 연료비)에서 기준연료비(직전 1년간 평균연료비)를 뺀 금액인 연료비 변동분을 주기적(3개월)으로 전기요금에 반영하게 된다. 연료비는 관세청이 고시하는 LNG, 석탄, 유류의 무역통관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예를 들어 2021년 1월의 경우 직전 1년(2019년 12월~2020년 11월) 평균연료비인 기준연료비와 2021년 1월 직전 3개월(2020년 9월~2020년 11월) 평균연료비인 실적연료비간의 차이를 요금에 반영하게되며 2021년 4월에는 기준연료비와 직전 3개월(2020년 12월~2021년 12월) 평균연료비인 실적연료비간의 차이가 요금에 반영된다.

이번 연료비 조정요금에는 요금의 급격한 인상·인하 또는 빈번한 조정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혼란 방지를 위해 3중의 소비자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기준연료비가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조정요금은 최대 ±5원/kWh 범위 내에서 직전 요금대비 3원까지만 변동이 가능하다.

이에 주택용 월평균 사용 350kWh 4인가구(월 5만5,000원) 기준 분기별로 최대 1,050원, 월별 최대 1,750원이 할인될 전망이며  산업·일반 월평균 사용 9,240kWh(월 119만원) 기준 분기 별로 최대 2만8,000원, 월별 최대 4만6,000원이 할인될 전망이다. 단 분기별 1원/kWh 이내 변동시 미조정돼 빈번한 요금조정을 방지하며 단기간 내 유가 급상승 등 예외적인 상황 발생시 정부가 요금조정을 유보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연료비 변동분이 주기적으로 전기요금에 반영됨에 따라 가격신호 기능이 강화되며 전기요금 조정에 대한 소비자의 예측가능성 제고를 통한 합리적 전기소비 유도가 가능할 전망이다. 무역통관가격 등 연료비 조정요금 산정방식 관련 자료는 한전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할 계획이다.

산업부와 한전은 최근 유가하락 추세 반영으로 일정기간 전기요금이 인하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2020년 하반기 유가가 2021년 상반기 실적연료비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할 시 2021년 상반기 연료비 조정요금이 △1~3월 3원/kWh △4~6월 5원/kWh 등 총 1조원 규모가 인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통상 유가와 연료비는 5~6개월의 시차를 두고 같은 방향으로 변화한다.

산업부는 2021년 하반기 이후 연료비 조정요금은 향후 유가·환율 등의 변화에 따라 확정되나 주요 기관의 유가 전망치 감안시 인하효과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향후 유가 지속 상승시 연료비 조정요금이 인상될 가능성도 상존하며 유가 급등시에는 소비자 보호장치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개정으로 현재 전력량 요금에 포함돼 있는 기후·환경관련 비용을 별도로 분리해 소비자에게 고지하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게 된다. 향후 전기요금 총괄원가에 따른 요금 조정요인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기후·환경비용 변동분도 포함해 조정 필요성·수준 등을 검토하게 된다.

2021년 1월 적용할 예정인 기후환경 요금은 총 5.3원/kWh으로 전체 전기요금의 약 4.9% 수준이다. 이 요금은 △신재생에너지 의무이행 비용(RPS): 4.5원/kWh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비용(ETS): 0.5원/kWh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 등에 따른 석탄발전 감축 비용: 0.3원/kWh으로 구성됐다.

이에 주택용 월평균 사용량 350kWh(월 5만5,000원) 4인가구 기준 월 1,850원이 기후·환경비용으로 책정될 예정이며 산업·일반용 월평균 사용량 9.2MWh(월 119만원) 기준 월 4만8,000원이 책정될 전망이다. 이번 개편에서는 RPS(4.5원), ETS비용(0.5원)은 전력량 요금에서 분리만 하고 석탄발전 감축비용(0.3원)만 신규로 반영했다.

산업부는 해외 주요국처럼 전기요금에서 기후·환경 관련 비용을 분리 고지함으로써 소비자 인식을 제고하고 친환경에너지 확대에 대한 자발적 동참 여건을 조성할 것으로 기대했다.

주택용 전기요금제도 개선안도 2021년 7월부터 적용된다. 당초 도입취지와 달리 중상위 소득(81%), 1·2인 가구(78%) 위주로 혜택이 제공되고 있는 주택용 필수사용공제 할인제도를 개선한다. 취약계층에 대한 전기요금 지원은 보다 확대하되 일반가구에 대한 할인적용은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오는 2022년 7월에 폐지한다.

현재 할인을 적용 중인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현행 필수사용공제 혜택을 유지한다. 약 81만가구 대상으로 가구당 월 최대 4,000원이 지원, 연간 총 139억원 규모가 지원될 전망이다. 특히 미신청으로 그간 할인을 적용받지 못한 취약계층(사각지대)을 발굴해 복지할인을 제공한다. 약 55~80만 가구를 대상으로 가구당 월 8,000원~1만6,000원을 할인, 연간 총 882억원 규모를 제공하게 된다.

필수사용공제 축소로 확보될 잔여재원은 에너지효율향상, 신재생 접속설비 투자 등 기타 공익적 목적에 적극 활용된다.

주택용 요금 누진제와 신규 도입된 계시별 요금제 비교.
주택용 요금 누진제와 신규 도입된 계시별 요금제 비교.

주택용 계시별 선택 요금제도 도입된다. 산업·일반용 등 다른 용도에서 도입·운영 중인 계절별·시간대별 선택 요금제를 주택용에도 도입한다. 이에 따라 기본요금에 사용전력량에 따라 요금이 책정되던 기존 누진제를 그대로 적용받거나 기본요금 4,310원/kW에 11~2월 및 6~8월 동하계와 나머지 춘추계로 계절을 구분하고 평일과 주말 전력량에 따라 요금이 부과되는 계시별 요금제 중 소비자의 전력사용패턴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전국 주택용 AMI 보급률(42.7%)을 감안해 보급률이 100%에 가까운 제주지역부터 우선 시행(2021년 7월)하고 단계적인 적용지역 확대를 검토한다. 계시별 요금제를 적용하려면 시간대별 사용량 측정이 가능한 스마트미터기(AMI) 설치가 필수다.

산업부는 전력사용패턴에 따라 누진제 또는 계시별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게 돼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누진제에 대한 불만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계시별 요금제를 선택한 가구는 시간대별 요금격차에 따라 수요를 이전하거나 절감할 유인이 발생해 계통피크 저감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올해 완료되는 할인특례 제도도 정비돼 2021년 1월부터 적용된다. 일반용·산업용 사용자 중 자가용 신재생설비를 설치해 자가소비로 절감되는 전기요금의 50%를 할인자가용 신재생 할인제도는 10kW 이하 설비는 3년 연장, 10kW 초과 설비는 일몰된다.

신재생 할인특례 적용 소비자의 88.7%를 차지하는 10kW 이하 설비는 소규모 신재생설비 보급 지속 확대, 피크수요 관리 강화 등을 위해 3년간 할인특례를 연장한다. 다만 10kW 초과 설비는 할인특례를 적용하지 않더라도 시장거래, 잉여전력 상계거래(현금정산), PPA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창출이 가능하므로 할인특례가 일몰된다.

ESS 할인도 피크시간대 할인 확대 및 가동중단 사업장 특례가 연장된다. 그동안 ESS 방전을 통한 피크저감 기여분의 3배만큼 기본요금 할인은 2021년 1월부터 2026년 3월까지 1배 할인으로 축소됐으며 ESS 충전시 전력량 요금의 50% 할인해주던 제도는 오는 12월 일몰될 예정이었다.

이에 기본요금 1배 할인 특례를 계절별 지정 피크시간(3시간)에 방전시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고 정부 권고에 따라 ESS 가동을 중단한 사업장은 ‘ESS 손실보전위원회’에서 추후 인정하는 기간 동안 기존 할인특례를 연장한다.

전기요금 체계개편과 함께 한전 및 전력그룹사의 고강도 경영혁신을 통해 전력공급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정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해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최소화한다.

우선 전력공급비용 상한이 설정된다. 연료비 등과는 달리 한전 및 전력그룹사가 내부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인건비, 판매관리비, 설비투자비 등 전력공급비용에 대한 연간 증가 상한선을 설정하고 이를 초과해 발생하는 비용은 전기요금에 미반영된다.

향후 5년간 전력공급비용 증가율을 매년 3% 이내로 관리함으로써 약 7~8조원의 비용을 절감 할 것으로 보인다. 단 재생에너지 접속설비 및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투자는 위축되지 않도록 관리한다.

또한 전력공급비용을 핵심성과지표(KPI)로 설정해 내부 부서평가 등에 반영한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영혁신위원회’를 설치해 전력공급비용 절감노력을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결과를 외부에 공개한다. 비용 절감성과를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전력공급비용 상한선 준수, 절감노력 등을 공공기관 경영평가 지표에 반영을 추진한다.

현재 정부가 연 1회 실시하고 있는 전기요금 총괄원가 검증을 상시화하고 민간 전문가를 참여시켜 검증의 전문성·객관성을 제고한다. 2021년 1월까지 위원 위촉 및 위원회 구성을 완료하고 2021년 6월 제출 예정인 ‘2021년도 전기요금 산정보고서’에 대한 검증작업부터 적용한다.

한편 현행 전기요금 체계는 유가 등 원가 변동분을 적시에 요금에 반영하지 못하고 2013년 이후 조정없이 운영돼 왔으며 기후변화 관련 비용(신재생 보급, 온실가스 감축 등)도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았었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의 가격신호가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요금조정의 예측가능성이 저하되며 기후·환경비용을 소비자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등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