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설비를 갖춘 매장에 대해 제한을 완화해 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사진 2020년 12월29일 기준)
환기설비를 갖춘 매장에 대해 제한을 완화해 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사진 2020년 12월29일 기준)

[투데이에너지 홍시현 기자] 정부에서는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감염 확산 우려가 있는 식당, 실내연습장 등에 대한 영업 단축 및 영업 제한을 이어오고 있다. 1년 동안 영업 제한으로 영세사업장의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며 ‘환기설비를 갖춘 업소는 매장영업을 할 수 있게 해 달라’ 등과 유사한 다수의 국민청원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 기계식환기 여부 따른 감염률 차이

감염병 확산의 3요소인 3밀(밀집, 밀접, 밀폐)에서 밀접은 거리두기, 밀접은 손씻기 등으로, 밀폐는 환기로 해결해야 한다.

자연환기는 일단 환기량은 충분치 않고 특히 겨울철에는 문을 닫고 생활하기에 환기량이 더욱 부족하다. 또한 냉난방 시에는 에너지 낭비가 매우 심해 원활한 환기가 불가능하다. 그러기에 기계식환기설비를 설치해야 하는 이유이며 동시에 코로나19 확산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의 공기감염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환기가 안 되는 실내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이탈리아 카시노 대학교와 호주 퀸즐랜드 대학은 기계식환기장치가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두 가지 상황을 실험했다.

첫 번째 실험은 감염자가 실내에 10분간 거주 시 동일 공간 내 감염 위험도에 대한 실험이다. 자연환기 중인 공간에 감염자가 10분간 거주하면 비말핵농도는 0.30~0.35㎥으로 나타난 반면 기계식환기가 작동하는 공간에서는 0.25~0.27㎥으로 나타났다. 감염자가 다녀가고 26분 후 비감염자가 10분간 체류할 때 자연환기 시 100명 중 2.4명이 감염 위험에 노출된다.

반면 동일한 조건에서 기계식환기 시 감염 위험도는 1.0%로 낮아져 100명 중 1명이 감염 위험에 노출된다고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기계식환기는 자연환기대비 최대 10배 이상의 감염 위험 감소 효과를 확보했고 환기 시간에 따라 감염 위험 ‘0’까지 실현 가능하다고 밝혔다.

두 번째 실험은 사회 봉쇄 이전과 이후 자연환기와 기계식환기 감염 위험도 분석이다. 사회 봉쇄 이후 상황에서는 자연환기와 기계식환기가 일정한 효과를 확보했으나 기계식환기의 경우 모든 장소에서 감염 위험도가 1% 이하로 나타났다.

반면 사회 봉쇄 이전의 상황에서는 자연환기 시 감염 위험도가 최대 59.3%로 기계식환기 시 3.4% 수준에 비해 17배나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 시간당 2.5회 기계식환기 필요

홍희기 경희대학교 교수팀의 ‘ERV(열회수형 환기장치) 적용 시 다중이용 환기횟수에 따른 감염률과 냉난방부하’ 연구에 따르면 환기횟수가 3 ACH(시간당 환기횟수) 경우 강제환기 시 냉방부하는 2배, 난방부하는 14.2배 증가한다. 음압병동과 같은 수준인 6 ACH 경우 냉방부하는 3.2배, 난방부하는 28.9배로 크게 증가했다. 다중이용시설의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환기횟수 지침과 창문을 열고 환기하기 어려운 동절기에 환기량 확보와 난방에너지 저감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ERV 설치를 필요하다.

감염자와 비감염자가 같은 공간에서 5시간 동안 있을 경우에 대해 환기횟수가 증가할수록 감염률이 감소한다. 3 ACH 환기 시 둘 중 한 명만 마스크를 착용했을 경우 0.9%, 둘 다 마스크를 착용했을 경우 0.4%의 감염률을 보인다.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과도한 환기횟수로 코로나19 감염 예방보다는 적절한 환기횟수를 지정해야 하며 충분한 환기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ERV 도입의 법제화가 요구된다.

국토교통부의 환기횟수 기준은 용도에 따라 다소 다르나 1인당 30m³/시간 정도인데 환기횟수로 따지면 2.5회/시간이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충분한 것은 아니지만 비환기나 간헐적 창문을 여는 자연환기에 비하면 매우 큰 값이다. 다중이용시설에서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기계식환기설비 외에는 대안이 없다.

일부에서는 시간당 5회를 주장하기도 하나 비환기 시에 비해 난방비가 5배 정도 많이 소요돼 현실성이 다소 떨어진다. 설비공학회 2020 동계학술대회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환기횟수 2.5회/시간만으로도 그 이상의 환기횟수와 큰 차이가 없다.

■ 영세 매장 선별적 지원 고려

코로나19는 국민들의 생활패턴을 변화시켰다. 마스크가 일반화됐으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3밀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에 우선적으로 기계식환기설비가 갖춰진 매장은 제한적으로 2단계에서고 영업을 허용하는 것이 기계식환기설비 보급에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기계식환기설비 중 창문형이나 벽 부착형은 수십만원대로 몇 시간이면 손쉽게 설치가 가능하다. 덕트형은 공사비가 수백만원정도로 수일 내 설치가 가능하다.

현재 기계식환기설비가 설치가 안 된 매장을 전부 지원하기 보다는 영세한 매장 정도만이라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침체된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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