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성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책임연구원
▲김윤성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책임연구원

[투데이에너지]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 여러 가지 활동들도 물리적 제약으로 위축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올해에도 에너지전환을 향한 논의의 장은 뜨거울 것 같다.

기후변화의 시계는 멈춤 없이 움직이고 있고 탄소중립 목표를 진심으로 달성하고자 한다면 제도적 기반부터 정량적인 이행점검, 부문별 대책까지 그동안 미뤄온 많은 어려운 문제들에 해법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탄소배출을 빠르게 줄여가기 위해서는 전환, 수송, 건물, 산업 모든 부문이 달라져야 하고 모두가 알고 있듯 그중에서도 전환부문의 탈탄소화가 가장 중요하다. 전력의 탈탄소화는 재생에너지 전력이라는 확실한 대안이 있기 때문에 다른 부문의 탈탄소화보다 실현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수송부문의 탈탄소화도 결국엔 전력화를 의미하고 그린수소도 탄소 없는 전기를 필요로 하기에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재생에너지 전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재생에너지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 것이라는 전망을, 어떤 이들은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반면에 또 다른 이들은 재생에너지 전력증가를 감당하는 데에 엄청난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우려한다. 태양광과 풍력의 간헐성을 예측하고 제어하고 이를 저장하는 데에 큰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력시장과 계통 논의는 주로 비용이 증가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을 뿐 재생에너지 증가로 나타나는 전력가격의 하락효과에는 그다지 주목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소비자 가격은 도매가격 이외 다른 요소들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또 다른 문제이지만 태양광과 풍력, 수력 발전량이 증가하면 도매시장의 전력가격이 낮아진다. 이들은 연료비가 ‘0’인 발전원이기 때문에 다른 발전원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도 발전에 참여할 의사가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도매시장 입찰가격이 음(-)이어도 발전에 참여하기도 한다.

2020년 1분기 기준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40%를 넘어선 유럽에서도 도매시장 전력가격은 최근 2년간 낮아졌다. EU의 전력시장 보고서는 도매전력가격이 낮아진 원인을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와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수요가 감소해 화력발전들이 참여할 여지가 줄어들었고 수력자원이 풍부하고 풍황이 좋았던 덕분에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낮은 가격에도 발전에 참여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도매시장의 균형가격은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재생에너지가 늘면 무조건 전력가격이 높아진다는 주장은 이러한 사실을 설명할 수 없다.

그런데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도 우리나라 도매전력가격은 낮아지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가격 기반 시장(PBP)이 아닌 변동비 반영 시장(CBP)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나타난 예를 들자면 이렇다. 지난해 우리나라 태양광 발전비중은 대략 1.6% 수준이었다. 물론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봄철 낮 시간대라면 유의미한 발전비중을 보였을 것이고 가격기반 시장이라면 도매가격은 낮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전력거래소의 시간별 계통한계가격을 살펴보면 그 시간대 도매가격(SMP)은  낮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전력수요가 높은 아침이나 저녁보다도 높았다. 이는 분명히 재생에너지 확대가 가져온 경제적 이점을 현재 우리 제도가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부터 한전은 전력요금의 유가연동제 도입과 기후환경비용의 분리고지를 시행할 예정이다. 연료비는 원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유가연동제는 필요한 조치였다. 그런데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유가만이 아니라 풍황과 일사량, 강수량도 발전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시장가격과 전력수급이 달리 움직인다면 재생에너지가 가져오는 경제적 이점을 소비자들이 누릴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소규모 재생에너지는 적절하게 보호하면서 대규모 재생에너지 확대는 도매가격 하락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보조서비스 시장제도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동안 양적 확대에 중점을 두면서 계통 안정성 등을 감안하지 못했고 공급·의무화 측면에만 중점을 뒀던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해 향후 정책을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변동성 대응을 위해 계통보강을 추가하고 수요·자발적 확산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계획한 부분도 이런 취지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가격기반 시장에 대한 검토는 먼 미래의 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탄소중립이 구호가 아닌 현실의 목표라면 재생에너지 친화적인 재생에너지의 이점을 흡수하는 도매시장 개편은 시급한 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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