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양 울산대학교 전기공학부 교수
▲노상양 울산대학교 전기공학부 교수

[투데이에너지] 국내 해상풍력발전 비전 제시, 각종 협약식 등 이벤트 소식이 무성하다. 풍력발전설비는 25년 이상 장기간 운영돼야 하며 복잡하고 기술력이 요구된다. 풍력터빈의 구성 기기 및 부품수가 수천점으로 많기 때문에 관련 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 

글로벌 해상풍력발전 시장규모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국제에너지기구의 지속 가능한 성장 시나리오에 의하면 2040년에 2018년의 약 24배인 562GW가 전망된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주민과 함께하고 수산업과 상생하는 해상풍력 발전방안을 발표하였다. 2030년까지 12GW 해상풍력발전설비를 설치할 계획이다. 전남 신안의 8.2GW, 울산의 6.0GW, 전북 서남권의 2.4GW 등 여러 지자체에서 해상풍력발전단지 개발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지자체별로 각자 방식에 따라 협약을 체결하고 해외 풍력업체들과도 협의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때로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현재와 같이 지자체,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추진한다면 고용창출과 산업 육성, 국익 보호차원에서 상충되거나 시너지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 해상풍력발전단지 구축에 대한 핵심 가이드라인 마련과 컨트롤 타워 역할이 필요하다. ‘우리 지역’, ‘우리 회사’가 아닌 국가 전체 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야 협상력이 커지고 성과도 도출 할 수 있다.

해외 글로벌 풍력업체들이 세미나 개최, 인력양성 발표 등을 통해 국내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소수인 국내 풍력터빈 제조업체의 기술수준은 선진기업에 비해 떨어진다. 국내 설치분의 대부분은 해외기업 제품이고 기술력있는 국내 부품업체의 잠재력과 제조기반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기업과 해외기업의 비즈니스 매칭을 촉진하고 해외기업의 국내 현지화를 유도해야한다, 특히 기술력 향상, 산업육성을 위해 자국산 부품 사용요건(Local Content Requirements: LCR) 도입 검토도 필요하다. LCR정책은 국내에서 제조된 상품 또는 국내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요구하는 것인데 최근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제도 도입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외국 선진기업들은 현지화와 LCR 준수를 통해 품질이 보장되는 제품 확보와 기술규격의 현지 적용 곤란, 전문기술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우리보다 늦게 시작한 대만은 정부주도로 단계별 계획을 수립하고 각 단계별로 뚜렷한 목표를 설정해 단기간에 해상풍력발전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외국 선진기업들이 대만 현지기업들의 기술 업그레이드를 지원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수중 기초, 해양공학, 풍력터빈 조립 등 다양한 분야에 ‘Made in Taiwan’과 같은 현지화 요구사항을 적용하고 있다. 직경 222m의 거대한 14MW급 블레이드를 대만에서 제작한다. 지질탐사선, 드릴링 작업선, 측량선박등이 해외 파트너사들의 현지화 전략에 따라 기술 이전을 통해 제작되고 있다.

지리적 조건이 양호한 영국은 해상풍력발전 보급 초기부터 LCR를 부여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2030년까지 LCR목표는 60%로써 산출방법은 현재 업데이트 중이다. 영국은 2019년에 발표된 Offshore Wind Sector Deal에 의거 2030년까지 30GW의 해상풍력발전을 보급하고 새로운 해상풍력발전 제조업체를 유치할 계획이다.

일본도 지난해에 해상풍력산업비전(1차)을 발표했다. 연간 1GW 정도의 구역 지정을 10년간 계속해 2030년까지 10GW, 2040년까지 30GW~45GW를 보급 목표로 제시했다. 정부 주도로 우선 시장을 창출해 경쟁력있고 강인한 자국 내 공급망을 형성하고 아시아 시장 진출도 도모하고 있다. 일본 산업계는 일본 내 LCR을 2040년까지 60% 목표를 설정해 일본판 공급망을 형성할 계획이다.

LCR 시행은 고용창출, 산업 활성화 등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비효율적 자원배분 및 무역분쟁의 소지 등 부정적 효과도 있을 수 있으므로 세밀한 분석을 통해 유연한 적용 방식으로 도입해야 한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2050년까지 전세계시장의 60% 이상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구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만은 아시아의 해상풍력 블레이드 생산 기지와 해상풍력발전의 허브 역할을 노리고 있다. 일본도 우수한 기술력과 해외기업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아시아 진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도전적인 해상풍력발전시장 진출 전략을 수립해 차근차근 실행해야한다.

해상풍력발전의 도입 확대와 관련산업의 경쟁력 강화, 인프라 환경 정비 등을 관민이 합심해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상호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 

기업도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고 성장하는 글로벌 시장의 진출기회를 포착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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