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병욱 기자] 한국전력이 좌초 위기에 빠진 호주 바이롱 석탄광산사업에 대해 현지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이 토지 매각을 제안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7일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2010년 다국적 광산기업 앵글로아메리칸으로부터 호주 바이롱 석탄 광산 개발권을 인수한 반면 2019년 인허가 절차에서 호주 독립계획위원회(IPC)가 환경적인 문제로 사업 계획에 ‘부동의’하면서 한전의 투자는 사실상 좌초할 위기에 놓였다.

한전은 지난 2020년 6월 호주 법원에 IPC 결정을 뒤집어 달라며 행정 소송을 제기했으며 호주 법원은 같은 해 12월 석탄광산사업이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한전의 소송을 기각했다.

이에 한전은 지금까지 호주 당국으로부터 두 차례 인허가 거부를 당한 셈이 됐다. 이미 한전은 지난 2019년 9월 내부 회계상 바이롱 석탄광산사업에 투자한 금액 약 5,130억원을 손실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여전히 바이롱 사업에 미련을 버리지 않고 항소의향서를 제출했으며 이달 안에 소장을 접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호주의 현지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이 함께 한전에 토지 매수를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바이롱 계곡 보호연합(BVPA), 락더게이트(Lock The Gate)를 비롯한 10개 단체는 현지 주민과 투자자들이 바이롱 토지를 매수하는 방안을 한전 이사회에 제안했다. 

현지 주민들은 이 지역을 지속가능한 농법으로 탄소를 토양과 식생에 적극 흡수시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재생 농업(Regenerative Farming) 단지로 전환하면 바이롱 계곡의 생태계뿐 아니라 소멸 위기에 빠진 지역사회를 되살릴 수 있다고 호소했다. 현재 바이롱 토지 등의 가치는 약 405억원 상당으로 평가된다.

환경단체들은 한전이 항소를 진행한다고 해도 수년간 법적 공방에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할 뿐 아니라 승소하더라도 새로운 인허가 신청이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각국이 석탄 의존도를 빠르게 줄이고 있는 만큼 석탄 광산 사업의 경제성도 극히 불투명하기 때문에 한전 입장에서 실익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환경단체들은 현지주민에게 바이롱 계곡을 돌려주는 것이 오히려 한전에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전은 올해 초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2030 중장기 전략’을 수립했다. 이런 가운데 바이롱 석탄광산 지역을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농업 지역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현지인들에게 토지를 양도하는 것이 한전의 새로운 비전에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닉 클라이드 락더게이트 대변인은 “바이롱 계곡은 깨끗한 물과 최고의 토양이 있는 자연유산이며 한전이 사업권을 사들인 시기만 해도 마을이 있던 곳”이라며 “농민들은 여전히 지역사회를 되살리기를 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한전이 바이롱 계곡을 농민들에게 매도함으로써 UN이 세운 ‘생태계 복원의 10년(Decade on Ecosystem Restoration)’에 이바지하는 동시에 호주의 탈석탄에도 기여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바이롱 사업은 한전의 대표적인 해외석탄 실패사례”라며 “좌초된 석탄사업을 주민과의 협력을 통해 지속가능 사업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다면 한전은 ESG 경영 기조에 대한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바이롱광산의 지분은 한전 90%, 5개 발전자회사가 각각 2%씩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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