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조대인 기자] 지난 2011년 LG가 SK를 상대로 시작한 분리막 특허 소송전이 2013년 한국에서의 특허무효·비침해 판결에 이어 2019년 시작된 미국 ITC 소송에서도 최근 특허 무효·비침해 결정이 나오면서 10년여 만에 사실상 SK의 승리로 마무리 되고 있다.

LG가 분리막 특허로 소송을 제기한 지난 2011년과 2019년은 SK가 배터리 사업에서 고객 수주, 사업확대 등 유의미한 성과를 내던 시점이어서 LG가 제기한 두 소송은 SK의 배터리사업을 견제하기 위한 발목잡기라는 지적이다. 

분리막 특허를 동원한 LG의 SK 발목잡기 시도는 결국 실패했고 오히려 SK가 LG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소송(사건번호 1179)에서 LG가 SK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결정이 나온다면 LG의 배터리사업은 큰 타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가 승소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표 특허로 소송을 제기했음에도 한국 특허법원에 이어 ITC가 특허 무효 또는 비침해 결정을 내린 것은 SK 기술이 LG와는 구별되는 독자적인 것임을 인정한 것”이라며 “ITC가 영업비밀 침해 소송 건도 실체적인 본질에 대해 검증하고 판단했다면 충분히 다른 결정이 나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허 소송은 통상 가장 핵심적인 특허로 소송을 제기하는데 한미 양국에서 LG의 분리막 특허에 대한 무효 또는 비침해 결정이 나오면서 LG는 10년간의 소송으로 스스로 그 특허가치를 낮춘 결과를 맞게 됐다고 평가했다.

△2011년 한국 특허소송서 LG 특허 무효 판결

LG가 소송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으로 당시 SK는 △한국 첫 순수전기차인 현대차 블루온 수주(2010) △다임러 슈퍼카 배터리 수주(2011)  △서산 배터리 생산공장 착공 등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시작했다.

LG는 바로 이때 분리막 특허를 앞세워 자사에 분리막을 공급하던 SK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LG가 특허 소송을 제기하자 정부 여러 부처에서 국내 기업간 소송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중재를 시도했으나 LG의 거부로 무산됐다.

LG의 이 오판은 그 후 큰 화를 자초하게 됐다.

SK는 당시 LG의 특허 소송에 ‘특허 무효 소송’으로 맞대응했고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은 ‘LG분리막 특허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다급해진 LG는 대법원 최종 판결을 앞두고 특허권리를 유지하기 위해 특허 범위를 대폭 축소했고 그 결과 특허권리 범위가 너무 좁아져서 사실상 가치가 거의 없어졌다.

결국 서울중앙지법 소송에서 SK는 LG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특허 소송에서 승소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한 LG는 그 동안 반대하던 당국의 중재를 오히려 요청하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당시 정부의 고위인사가 마련한 자리에 당시 배터리 사업 최고 경영자가 사전 예고도 없이 등장하기도 했는데 이번에도 그는 현재 미국 소송을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SK는 여론의 대기업간 협력 요구, 진정성 있는 당국 합의 중재 등을 고려해 배터리 산업의 협력 관계 증진을 위해 ‘동일 건으로 향후 10년간 국내외에서 쟁송을 하지 않기로' 합의해 줬다.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現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자 당시 LG 배터리연구소장은 ‘불필요한 소송보다 각 사가 사업에 전념할 것’을, SK사업총괄(퇴임)은 ‘소모적인 특허분쟁 종식되었음’을 밝힌 바 있다.

2019년 미국 ITC소송 2011년 데자뷰···비침해·무효 판결

LG는 2019년 SK가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대규모 공급 계약성공 △유럽·중국·미국 등 첨단 배터리 생산공장 설립 등 배터리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는 시기에 ITC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이어 분리막 특허를 포함한 특허소송을 추가로 제기했다.

이 ITC 특허소송은 △소송 목적(SK 발목잡기) △소송 내용(분리막 특허) △소송 결과(특허무효· 비침해) 등에서 모두 2011년 한국 특허 소송의 정확한 데자뷰인 셈이었다.

LG가 분리막 특허로 소송을 다시 강행한 것은 한국 특허무효 판결에도 불구하고 2017년 해외 경쟁사 상대 ITC 소송에서 유리한 합의를 이끌어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LG가 주장하는 1만6,685여건의 2차전지 관련 특허(출처:LG홈페이지) 중에서 선택된 분리막 특허를 포함한 4건의 핵심 특허로 또 다시 ITC 소송을 활용, SK로부터도 이익을 취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SK는 분리막 특허에 대한 한국 소송에서 무효 판결을 이끌어 낸 경험을 바탕으로 ITC에 특허 무효 및 비침해를 주장했고 결과적으로 ITC는 지난 3월말 4건의 소송 특허 중 3건은 무효, 1건은 비침해 예비결정을 내렸다.

SK는 “ITC의 예비 결정으로 SK의 기술이 LG의 특허와 다른 독자적인 기술이라는 것이 공인됐고 이런 결과는 LG가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건에서도 기술 내용에 대한 실체적 검증 과정이 있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이라고 강조했다.

LG 발목잡기식 소송에 SK ‘끝까지 엄정 대응’

ITC는 SK가 제기한 특허소송(사건번호 1179)에서 "문서삭제를 이유로 제재를 해달라" 는 LG의 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은 지난 1일(현지시간) 공개됐다. LG는 당시  ‘LG유플러스 모바일 결제’나 ‘LG생활건강’, ‘LG전자 행사’ 등 삭제된 LG그룹사 판촉행사 파일마저 무리하게 ‘문서삭제 프레임’에 끼워넣어 빈축을 사기도 했다. 

SK는 “소송 본질을 통한 정상적인 대응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으로 LG가 시작한 ITC의 모든 소송에서 끝까지 정정당당하고 엄정하게 대응해 갈 것”이라며 이것이 LG의 발목잡기식 소송으로부터 이해관계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이라고 말했다.

최근 많은 언론에서 LG와 SK간의 소송으로 폭스바겐이 K-배터리에 거리를 두게 됐다는 해석을 내 놓고 있고 이로 인해 K-배터리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경쟁 국가의 배터리 기업들만 수혜를 볼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임수길 SK이노베이션 벨류크리에이션센터장은 “한국에 이어 미국까지 분리막 특허 소송이 10년 동안 진행됐는 바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끝까지 엄정하게 대응해간다는 것이 회사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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