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병욱 기자] 국내 연구진이 원전운영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하지 않고 물질의 특성을 활용해 재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는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박원석)은 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물리화학적으로 안정적인 탄화붕소(B₄C)로 전환해 중성자흡수체로 업사이클링(단순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방사성폐기물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여 처분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고가의 중성자흡수체 구입비까지 절감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기술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연구개발사업으로 원자력연구원 고방사성폐기물처리연구실의 박환서 박사 연구팀에서 개발한 이 기술은 원자력발전소 내 보관중인 폐활성탄(약 5,000드럼, 200L/드럼)과 붕산을 함유한 건조분말(약 2만드럼, 200L/드럼)을 이용한다. 

폐활성탄의 구성성분인 탄소(C)와 붕산건조분말 중 붕소(B)를 탄화붕소(B₄C)로 합성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 시 핵분열을 방지하는 중성자흡수체로 활용한다.
 
활성탄은 마이크로웨이브를 흡수하면 발열하는 특성을 가진다. 산업용으로 흔히 쓰이는 고출력 마이크로웨이브 장치를 이용, 폐활성탄과 붕산폐액 건조분말을 1,500℃ 이상으로 빠르게 가온하면 탄소와 붕소를 제외한 대부분의 물질은 휘발해 분리되고 탄화붕소가 형성된다. 탄화붕소는 중성자 흡수능력이 뛰어난 대표적 물질이다.

연구팀은 여기에 운영, 해체과정에서 상당량 발생하는 금속류 폐기물 중 극저준위 금속폐기물을 이용해 중성자흡수체를 담는 지지체까지 제조함으로써 폐기물 양을 더욱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극저준위 이하 방사성폐기물 재활용은 단순히 물리적 형태의 전환을 통해 방사성폐기물 처분동굴의 채움재, 관리시설 내 차폐재, 보조 인공구조물 등으로 활용하는 게 전부였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서로 다른 세 가지 방사성폐기물을 합성하고 재구성해 활용하도록 가치를 부여하는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방식이라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단순히 탄화붕소(B₄C)로 전환만 해 처분할 경우에도 현재 폐활성탄과 붕산폐액 건조분말보다 물리화학적 안정성이 뛰어나 특수용기(HIC : High Integrity Can)를 활용하지 않고 경주처분장의 처분인수기준을 만족할 수 있다. 또한 처분부피를 약 30% 이하로 경감할 수 있어 3,000억원 이상(현재 처분비용 약 1,519만원/200L 드럼 기준)의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 시 임계제어용 중성자흡수체로 제조하여 활용할 경우에는 중성자흡수체의 구입비용을 절감하고 사용한 중성자흡수체를 처분하는데 드는 부담도 없앨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에서는 매년 공기정화계통에서 폐활성탄 약 100드럼, 원자로 감속재로 쓰이는 붕산도 약 수백드럼 폐기물로 발생한다. 

또한 고리1호기 등 원자력발전소 해체과정에서는 배관, 부품 등 금속류 폐기물이 호기 당 수천 드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활용할 경우 폐활성탄과 붕산은 전량 새롭게 활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원자력시설 해체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속류 폐기물의 경우 처분부담이 크기 때문에 같이 활용하면 비용 경감효과는 더욱 크다. 

연구팀은 현재 대상 방사성폐기물의 방사화학적 특성평가, 물질의 취급이 용이한 원료화 공정, 공정의 단순화를 위한 재료합성공정, 중성자흡수체를 다양한 형태(금속-세라믹, 금속, 복합체 등)로 제조하는 개념을 도출했다.
 
이를 통해 방사성폐기물을 원료화·재료화하고 제품을 제조하는 전체 공정을 실험실 규모로 모의 시현해 성공했으며 핵심 기술에 대한 4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박환서 고방사성폐기물처리연구실 실장은 “일반 산업폐기물을 재활용하듯 방사성폐기물도 또 하나의 유용한 자원으로 발상을 전환하면 국내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커다란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라며 “향후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실용화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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