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2050 탄소중립 실현 회의적···급할수록 돌아가야
[시평] 2050 탄소중립 실현 회의적···급할수록 돌아가야
  • 투데이에너지
  • 승인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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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헌 아주대학교 국제대학원 산학협력 교수
▲정용헌 아주대학교 국제대학원 산학협력 교수

[투데이에너지] 요즘 매일 아침 에너지 관련 뉴스를 보면 예외 없이 2050년 탄소중립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석탄발전소 폐지, 수소경제, 신재생에너지, 2차전지 등 코로나 사태의 어려움 속에서도 세계는 탄소중립에 열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류가 당면한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탄소중립 목표의 달성이 필요하며 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대전환이 필수조건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에너지전환은 인류가 불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 굴곡은 있었지만 중단없이 진행돼 온 수동적인 변화의 과정이었다.

현재의 기술과 인프라로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지금부터 매년 약 8% 정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데 산술적으로만 보면 우리가 코로나19로 인해 겪은 고통의 약 1.3배를 매년 감수해야 한다.

1990년대 초반에 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될 당시만해도 세계는 기술 발전에 대한 기대가 컸다. 대표적으로 에너지 효율기술, 탄소 포집 및 저장기술, 산림의 흡수 등으로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상당 부분 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이러한 자신감이 바탕이 돼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교토의정서의 채택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러나 기술의 진보는 예상만큼 빠르게 일어나지 않았고 의정서에 따른 의무감축에 경제적 및 정치적 부담을 느낀 일부 선진국의 발 빼기로 교토의정서는 유명무실한 협약으로 전락했다.

그동안 친환경기술의 더딘 발전 속도에 따라 탄소중립 인프라의 확충에 대한 투자도 느리게 진행돼왔다. 새로운 기술에 상응하는 인프라 구축에는 기존의 화석연료 인프라를 거의 통째로 버리고 새로운 인프라를 건설해야 하는데 세계는 아직도 화석연료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식을 뛰어넘는 속도와 규모로 기술과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이들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시장이 조성돼야 한다.

문제는 교토의정서 채택 당시에 비해 지금의 상황이 더 엄중하다는 것이다. 현재 2050년까지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을 완전히 없애는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현재의 가용한 기술을 총 동원해도 결코 쉽지 않는 목표치임에는 틀림없다. 그 이유는 이미 총량으로 볼 때 2019년의 경우 1990년 대비 약 60% 정도 증가했으며 자본과 기술환경이 열악한 개발도상국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선진국의 대규모 재정지원과 기술이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잘해야 반쪽의 성공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정확히 이해해야 할 점은 앞으로의 에너지전환은 지금까지의 상향식 자발적 성격에서 하향식 반강제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파리 기후변화 협상과 각종 기후정상회의를 통해 우리의 경제에 강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각국의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은 아직은 정치적이고 다분히 규범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구체적인 기술의 로드맵이나 막대한 투자 재원의 확보 계획, 이행 방법이 부재하기 때문에 각국이 제시한 시간표에 따른 목표 달성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결론적으로 향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글로벌 추세를 거슬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실용적인 대안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전환 관련 몇몇 기술은 아직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성급한 투자는 회수 불가능한 손실이 될 수 있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겠지만 이미 건설돼 가동 중인 원전과 화석연료 발전소도 잔존 수명기간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어쩌면 탄소중립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일 수 있지만 당장의 현실적인 목표는 아닐 수 있다. 

둘째 이러한 결정을 뒷받침하는 정책과 조치는 정책의 급변으로 인한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지원을 보다 세밀하게 다뤄 사회적인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저항이 큰 경우 전환은 느리게 진행될 수 밖에 없다. 

셋째 탄소중립 정책은 가치중립적이어야 한다. 즉 세상에 ‘나쁜’ 에너지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 우리의 선택지를 좁히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래의 선택지를 넓혀가는 신축적인 에너지 공급 및 산업구조를 견고하게 구축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바쁠수록 천천히’라는 독일 속담과 같이 모든 전환과정을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치하게 검토하고 시의적절한 정책과 수단을 강구해 비용 효과적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고 그 이후인 2050년 이후에도 우리가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며 경제발전을 지속할 수 있는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함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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