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원장 김종남, 원장 에너지연) EMS연구실의 최종원 박사 연구진은 효과적인 공기질 관리를 위해 물에 고전압을 걸어 초미세먼지, 부유세균 및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3-in-1 으로 동시에 저감시킬 수 있는 정전분무방식의 차세대 공기청정기술을 개발하고 서울교통공사 5호선 장한평 역사 내에서 성공리에 실증 연구를 마쳐 주목을 받고 있다.
물이 흐르는 바늘에 고전압을 인가해주면 물 분자 사이의 전기적 척력에 의해 바늘 끝에서 높은 하전을 띈 수백만 개 이상의 작은 물 액적들이 서로 밀어내며 분사된다. 이를 정전분무라 하며 실내 공기질을 관리하는데 있어 다양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물방울 표면에 높은 밀도로 전자가 하전돼 있는 물 액적들은 주변을 지나가는 다수의 미세먼지들을 정전기적 인력으로 끌어와 미세먼지들끼리 응집시키며 제거할 수 있다. 기존의 물을 이용한 공기청정기술은 미세먼지와 물이 직접 충돌해야만 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었던 반면 정전분무를 이용한 공기청정기술은 직접 충돌과 정전기적 인력에 의한 간접충돌을 모두 이용할 수 있어 높은 효율로 미세먼지를 포집할 수 있게 된다. 연구진은 이 원리를 이용해 산업용 사이클론 집진기 내부에 정전분무 모듈을 삽입한 정전분무 사이클론으로 보령화력발전소 굴뚝 설비에 적용해 높은 집진 효율을 확인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물은 5~20㎛ 사이의 작은 크기가 되면 액적 표면이 자발적으로 수소 이온과 수산화 이온(OH-)으로 나뉘게 된다. 이러한 작은 물 액적들이 바늘과 전극 사이에 형성되는 수 kV/cm의 높은 전기장 환경에 놓이면 표면의 수산화 이온이 수산화 라디컬(OH·)로 변함과 동시에 2개의 수산화 라디컬이 결합해 소독약 성분인 과산화수소(H₂O₂)로 변한다. 또한 노즐 주위를 지나는 공기 중에 있는 일부 산소 분자는 전기장을 지나면서 코로나 방전(도체 주위의 유체의 이온화로 인해 발생하는 전기적 방전)에 의해 오존으로 산화됨과 동시에 물 액적 속에 용해돼 강력한 산화력·살균력을 지닌 오존수가 된다.
이렇게 생성된 과산화수소수와 오존수는 실내 공기 내 떠다니는 세균,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악취도 제거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더 나아가 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톨루엔, 아세트알데히드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들도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별도의 첨가제 없이 물만의 본질을 이용한 정전분무기술로 초미세먼지의 집진, 부유세균의 살균,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산화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공기청정기를 개발해 지하철 플랫폼에서 동시 저감 기술의 검증까지 마쳤다.
한편 지하철 플랫폼의 경우 공기 오염의 원인이 외부에서 유입된 초미세먼지 외에도 역사로 진입하는 열차의 바퀴 및 철로의 마모를 통해 발생된 초미세 철 입자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지하철 역사만의 특수한 환경을 고려해 다수의 구리 코일을 공기청정기 입구에 배치해 코일 주변에 유도 자기장을 발생시켜 1차적으로 철 미세입자를 포집했으며 2차적으로 고하전 물 액적에 의해 철 입자를 제외한 미세먼지를 포집했다.
이러한 프로세스를 거쳐 지하철 플랫폼 내에서 3-in-1 정전분무 공기청정기의 성능을 알아본 결과 PM2.5에 해당하는 초미세먼지는 최대 98%까지 제거할 수 있었으며 30CMM(m³/min) 규모 처리 능력이 있는 정전분무 공기청정기 2대를 연속 가동했을 때 역사의 플랫폼 공간 중 약 264m²에 해당하는 면적의 미세먼지 농도를 최대 40%까지 감소시킬 수 있었다. 스크린 도어, 계단 등을 통해 외부로부터 끊임없이 미세먼지가 유입되는 반 밀폐된 구조의 지하철 플랫폼을 고려해보았을 때 이 수치는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정전분무 시 생성되는 과산화수소수 및 오존수에 의해 총 부유세균은 99.9% 이상, 총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96% 이상 저감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필터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기존 여과식 공기청정기가 지니고 있는 높은 차압에 따른 팬 소모동력 증가 및 주기적인 필터의 교체비용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단순히 물의 보충 및 저가의 물필터의 교체가 유지보수의 전부인 편리한 실내 공기질 관리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것이라서 경제적으로도 의미가 매우 높고 활용 범위도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 책임자인 최종원 책임연구원은 “지하철, 지하상가 등 반밀폐형 공간의 실내 공기질을 관리하기 위해 집진, 살균, TVOCs 산화 설비를 각각 설치하는 것은 설치비용, 유지보수 비용 및 공간적 제약 등 소비자에게 큰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물을 이용한 3-in-1 정전분무 기술이 대안이 될 수 있다”라며 “정전분무 공기청정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지하철, 어린이집, 학교, 병원, 백화점, 군부대, 종교시설 등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의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공기질 개선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