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인류 발전의 역사는 에너지발굴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환경에 피해를 적게 주면서 안전하게 관리되는 에너지원 개발이라는 숙제를 안고 살아가는 인류는 현재 현실적인 대안으로 석유나 가스와 같은 에너지원을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에너지 배관망이 대부분 지하에 묻혀있다는 것이다. 지하에 매설된 배관은 땅속의 온갖 위험과 음습한 습기에 그대로 노출된 채 에너지를 수송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에너지 공급용 주 배관망은 인구 밀집 지역에 주로 분포하는 특성이 있어 사고 발생 시 대규모의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 2018년도에는 서울 강서구 도시가스가 누출되는 사고와 고양시 백석역에서는 열 수송관 파열사고가 있고 올해 2021년도에도 울산 원유 유출 사고가 발생하는 등 배관망에서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며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에너지배관은 지하에 매설 돼있어 상태 관측과 정확한 위치를 알기 어려워 사고 우려가 높고 배관 설치 시 굴착공사 등으로 인한 배관 손상 사고 발생 문제와 장기 사용으로 인한 부식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이는 현재의 배관망 정보관리 및 배관 건전성 평가 기술 미비와 관리주체 분산으로 인한 통합 정보체계 미구축 등이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안전한 에너지 배관망을 구축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특히 에너지배관 장기 사용으로 인한 문제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인데 국내 에너지 배관망은 대부분 1980~1990년대에 구축됐다. 

2030년까지 배관 건전성 진단 비용 약 1,320억원, 30년 이상 경과한 배관의 교체 비용으로 약 22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향후 10년간 대규모 안전진단 및 교체로 인한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에너지 공급용 배관망은 총 6만1,330km이며 그중 20년 이상 배관은 총 2만1,874km로 전체의 35.7%에 해당된다. 이렇게 사용된 배관은 향후 10년간 기반시설 관리 기본계획에서 정하는 30년 이상 장기사용 배관으로 의무교체 대상이다.

특히 배관 장기사용에 따른 부식, 크랙과 파열 등의 결함으로 인한 사고 및 공급 중단위험과 정책적 대응으로 인한 배관 진단 수요는 지속 증가할 전망이나 국내 기술 미흡으로 인한 자본 해외 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재 배관 진단분야 핵심인 배관 내부 탐상 기술은 국내에서 한국가스공사가 보유하고 있으나 국내 기술 수준으로 정책 대응이 어려워 해외 기업에 대한 의존도 심화될 우려가 있다. 

또한 타공사 사고 방지를 위해 가스안전공사는 ‘굴착공사 정보지원센터’를 운영하고 미신고 굴착공사 감시를 위해 배관운영사는 정기순찰, 공공 CCTV 연계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으나 미신고 굴착공사에 의한 배관 파손사고가 지속 발생하고 있으며 순찰공백 및 담당자별 감시품질 차이 등의 문제로 굴착공사 사고는 지속 발생하고 있다.

또하나의 문제점으로 국내 배관망의 관리는 각 운영사가 수행하고 있으나 배관 정보관리 미흡으로 인한 위치정보 부족, 고위험 배관 판별 어려움 등 정보구축 미비로 인해 관리효율이 저하되고 정보가 통합적으로 관리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가 기관 주도의 정보 통합이 진행되지 않아 송유관은 대한송유관공사에서, 열수송관은 한국지역난방공사에서, 도시가스 배관 관련 정보는 한국가스안전공사 및 도시가스협회에 의해 관리되는 등 배관 안전관리를 위한 통합적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에너지배관의 시공 및 유지보수, 사고대응 시 공급 중단을 해소할 수 있는 기술이 미비하다. 

이것은 4차 산업기술의 배관안전기술 적용을 통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며 선진국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한 융합기술 적용을 위한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운수부 산하의 배관 및 위험물 안전관리국(PHMSA)를 설치해 배관 정보 수집 및 통계 작성, 배관 안전 R&D 지원, 안전 설비 도입 지원 등을 수행하고 있으며 연간 1,2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시행하고 있다.

캐나다는 2019년 국가 에너지 위원회(NationalEnergy Board)를 에너지 관련 종합 규제를 담당하는 CER(Canada Energy Regulator)로 재편해 배관망의 DB구축, 에너지 시설 관리, 배관 안전 확산, 안전기준 설정, 안전 미비 및 사고 발생 기업에 대한 처벌 등을 수행하고 있다.

■ 지하 매설물 안전강화 해결책

이와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정책적 해결책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선진국에서는 로봇기술 및 분석 플랫폼을 활용해 배관결함 진단과 배관 수명평가를 통해 결함 발생 배관의 유지보수 및 교체 등의 계획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있는데 배관 진단을 위한 내부 탐상(ILI; In-lineInspection)은 주로 배관 내 유압에 따라 이동하면서배관 내부를 청소하는 장비인 인텔리전트 피그(Intelligent PIG, 이하 피그)를 활용하나 피그를 활용할 수 없는 배관의 진단을 위한 자가 추진(Self-Propelled) 로봇이 상용화되고 있다.

이에따라 사고 예방 효과가 검증된 자가 추진 로봇의 국산화뿐만 아니라 인텔리전트 피그 기술 고도화, 배관 진단 데이터의 분석기술 개발을 통해 배관망 안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자가 추진 로봇은 소구경 배관 등 피그 투입이 어려운 배관의 탐상을 위한 소형 로봇이므로 탑재 가능한 모듈의 제약이 있어 인텔리전트 피그 기술의 고도화가 동시에 요구된다.

에너지배관은 법적사용연한이 없으며 장기사용 안전성을 증명할 수 있는 경우 지속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배관 탐상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배관의 안전성을 산출하고 수명을 평가하고 장기사용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는 수명예측 기술 도입 시 대규모배관교체를 막을 수 있으며 이후 체계적인 배관교체 계획의 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타공사 사고 방지를 위해서는 현재 인력에 의존하고 있는 미신고 굴착공사 감시체계를 영상·센서정보를 통한 인공지능 감시체계로 개편해 감시 공백 및 인력별 감시 품질 차이를 해소할 수 있다.

인공지능 감시체계를 구축하면 고품질·상시 감시를 통한 굴착공사로 인한 타공사 사고 방지와 인건비 절감 효과가 기대되며 4차 산업기술인 객체 인식, 머신러닝 등의 기술을 활용해 배관에서 인접한 위치의 굴착공사를 감지해 배관운영사에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기존 인력 의존형 감시체계의 약점 해소할 수 있다.

통합 배관망 DB구축도 하나의 방법이다. 선진국은 정부기관 중심의 정보 플랫폼을 구축, 각 배관운영사에서 제공된 자료를 바탕으로 통합정보 플랫폼을 구축해 정보제공 및 통계 작성 등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 PHMSA는 배관사별 정보를 취합해 자국 내 배관망의 정확한 디지털 지도를 작성했으며 연도별 배관 구축 및 사고 발생 등의 다양한 정보를 수집·제공하고 있다. 배관망 통합관리체계 구축을 통해 배관망 위치정보 고도화 및 배관 안전관리 효율 향상, 유지보수 계획수립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비개착식·급속 유지보수 기술 및 장비의 개발을 통해 에너지 공급 중단을 막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 

에너지 배관의 유지보수 시 발생할 수 있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비개착식 배관 보수공법이 가장 효과적이며 상대적으로 낮은 위험수준의 결함의 보수를 위해 굴착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손실이 크다.

배관교체 시 굴착공사가 필수이며 에너지공급 중단을 해소하기 위해 에너지 우회 공급 기술이 필요하다.

에너지 우회 공급 기술인 핫태핑기술의 고도화는 에너지의 원활한 공급을 통해 불편 해소를 위해 가장 적합하며 내부탐상검사를 위한 ILI 투입에 활용될 수 있는 활용성이 높은 기술로서 에너지 공급 중단 및 굴착공사 불편 해소를 위한 기술개발은 배관망 안전 유지와 생활 편의성 강화가 함께 기대된다.

에너지안전은 대표적 공공 R&D분야로 국민 및 산업 안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아 공공안전 확보를 위해 국가 주도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에너지 배관망은 생활과 밀접해 안전관리 미흡 시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분야이며 사고 발생 이전부터 선제적 투자를 통한 대응 방안 마련이 필수적이다. 

배관망 안전기술의 개발은 정부 주도의 대형 사업을 통한 공공기관 및 배관운영사가 참여하고 기준 및 법규, 지침 등이 개발돼 제도화될 필요가 있다.

한때 우리는 큰 사고를 당한 후에야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곤 했었다. 이제 에너지망을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며 국가발전의 지속적인 동력을 안정적으로 확립하는 일에 지혜롭게 역량을 모아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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