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

[투데이에너지] 지난달 30일과 31일 서울에서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P4G 서울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이번 정상회의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전세계 50여개 국가 정상과 20여개 국제기구 수장이 참여했다.

‘포용적 녹색 회복을 통한 탄소중립 비전 실현’을 주제로 정상회의를 열고 공동목표인 지속가능한 세계를 향한 전진을 논의했다. 또한 물, 농업·식량, 녹색기술, 해양, 에너지 등 열다섯 개 주제 기후환경분야 일반 세션을 진행하고 기후환경 전문가, 학계, 기업, 시민사회, 미래세대 등이 지혜를 모았다.

이번 P4G 서울 정상회의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본다.

P4G 서울 정상회의 성과
첫째 대한민국의 위상을 한층 상승시켰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주최하는 최초의 환경분야 다자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다시 한번 K-방역의 우수성을 세계에 각인시킴과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상승하는 계기가 됐다.

둘째 P4G의 위상을 획기적으로 높이는데 기여했다. P4G는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에 따라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개최하는 환경분야 다자 정상회의이다. 총 12개의 대륙별 중견국들(콜롬비아, 멕시코, 칠레, 덴마크, 네덜란드, 에티오피아, 케냐, 남아프리카공화국, 베트남,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기존 P4G 회원국 이외에 미국, 중국, 일본, EU 등 주요 국가와 개도국 파트너 국가 및 국제기구 수장 등 70여명의 정상급 인사를 초청했다. 서울 정상회의를 통해 P4G가 파리협정을 이행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실천하는 명실상부한 세계적 기구로 격상된 것이다.

셋째 한-덴마크가 ‘포괄적 녹색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한-덴마크는 올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 10주년을 맞았다. 지난달 30일 메테 프레데릭센(Mette Frederiksen) 덴마크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은 화상 정상회담을 열고 양자 관계를 ‘포괄적 녹색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키로 했다.

기후위기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세계 최초의 녹색동맹이 결성된 것이다. 양국의 격상된 관계는 재생에너지, 지속가능성, 녹색 전환, 생명과학 및 보건, 기술 혁신, 정치·경제 협력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녹색미래를 열어가는 깊은 협력 관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넷째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대한민국의 실천적 목표를 더욱 구체화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난 10여 년간 세계 시민들로부터 기후악당국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선언’과 ‘탄소중립 추진전략’ 발표 등으로 이런 비난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구체적 실천이 없는 선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의에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추가 상향, 해외 신규 석탄발전 공적 금융지원 중단, 기후·녹색 ODA 대폭 상향,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에 500만달러 규모의 그린뉴딜 펀드 신탁기금 신설, 유엔 차원의 해양 플라스틱 관련 논의 적극 협력, 국민연금의 탈석탄 선언 등을 구체적으로 밝힘으로써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P4G 서울 정상회의 과제
많은 성과임에도 여전히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엄중하다. P4G 서울 정상회의 성과를 발판 삼아 탄소중립 선도국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 이를 위해 최소 다음 4가지는 반드시 해결하기 바란다.

하나, 담대하고 과감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지난해말 우리나라가 유엔에 제출한 2030년 탄소감축목표는 2010년도 배출량대비 –18% 수준이다. 2018년 인천에서 채택된 IPCC 1.5도 특별보고서는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대비 45% 감축을 권고하고 있다.

2010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6,900만톤이다. 국제기준에 따르면 2030년 우리나라는 최소 3억6,795만톤까지 줄여야 한다.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인 우리나라로선 엄청난 도전적 과제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이 헤쳐온 간난신고에 비할 바 못된다.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국민의 저력을 믿고 보다 과단성 있게 나서기 바란다.

둘, 보다 분명한 탈석탄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P4G 서울 정상회의 기간 내내 절규처럼 울려퍼지던 기후위기비상행동의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철회’ 목소리를 기억하기 바란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도 탈석탄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국내 7기, 베트남 붕양-2, 인도네시아 자와9, 10호기 등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

셋, 획기적인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선도적인 RE100 국가가 돼야 한다. 앞으로 국가와 기업들의 명운은 RE100에 달렸다. RE100은 수출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문제다. 당장 리쇼어링 문제만 해도 그렇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가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본국 회귀 현상)에 공들이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리쇼어링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리쇼어링 정책의 성패는 RE100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 간과하고 있다. 선도적으로 RE100 환경을 갖춘 국가만이 리쇼어링에 성공할 수 있다. 향후 10년간 RE100을 위한 기업들의 이동이 활발해질 것이다.

RE100 선도국가가 되면 별도의 노력과 재원을 투입하지 않아도 리쇼어링뿐만 아니라 우수한 해외기업이 자연스럽게 우리나라로 들어올 것이다.

넷, 태양광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적극 육성해야 한다. 세계 태양광 시장은 끊임없이 확대되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각국의 노력만큼 태양광 기술혁신은 계속되고 시장 또한 커질 것이다. 2025년경이면 약 500조원 시장으로 성장할 세계 태양광시장은 반도체에 버금가는 미래 먹거리다.

에너지안보, 탄소중립화 차원을 넘어 국가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태양광은 우리나라 재생에너지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이미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태양광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중국을 넘어 세계시장을 제패할 여력이 충분하다. 일자리와 수출증대 등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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