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민 공익법인 우리들의미래 사무처장
▲차상민 공익법인 우리들의미래 사무처장

[투데이에너지] 지난달 2일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는 미국 와이오밍주에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짓는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17일에는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투자한 제너럴 퓨전이 영국에 핵융합 시설을 건설해 2025년부터 가동에 들어갈 것이라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달 16일 여당 대표가 SMR과 핵융합 발전을 새로운 에너지 정책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가들은 미래 에너지가 원자력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래 에너지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관해서는 자연에서 무한이 얻을 수 있는 재생에너지를 지지하는 측과 인간의 지적 탐구의 결과로 얻게 된 핵에너지를 지지하는 측으로 갈리고 있다. 미래 에너지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고려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따져 봐야 한다. 

산업혁명 이전까지 나무가 주 에너지원이었다. 무절제한 남벌로 12세기 유럽은 연료 위기에 처했고 석탄이 새로운 에너지로 등장했다. 석탄 채굴은 나무 벌목보다 어려운 과정을 거처야 얻을 수 있지만 에너지 밀도가 높고 양이 풍부해서 산업혁명에 필요한 에너지 수요를 담당할 수 있었다.

산업화가 진전됨에 따라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에너지로 석유가 등장하였다. 석유는 석탄 채굴보다 어려운 시추·정제·가공의 복잡한 과정을 거처야 하지만 높은 에너지 밀도와 광범위한 활용성 때문에 현대 문명을 지탱하는 주 에너지원이 되었다. 

화석연료가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지목되자 재생에너지가 미래 에너지로 각광 받고 있다. 태양광은 해가 비치는 한 풍력은 바람이 부는 한 계속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온실가스도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해가 지거나 바람이 멈추면 에너지를 만들지 못하는 간헐성의 한계를 갖고 있다. 에너지 밀도도 화석연료에 비해 높지 않다. 인간의 에너지 확보 방식은 ‘획득하기 어려운 쪽으로’, ‘지혜를 많이 쓰는 쪽으로’ 그리고 ‘에너지의 밀도가 높은 쪽으로’ 진화해 왔고 이것이 마치 공식처럼 됐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이 공식에 잘 들어맞지 않는다. 공식에 부합하려면 에너지 밀도가 훨씬 높아야 하고 석유산업보다 월등히 높은 지식과 기술력으로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태양에너지는 지금까지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었다.

태양에너지는 바다의 해류를 만들고 대기를 순환시키고 비를 내려 강물을 흐르게 하며 광합성을 통해 식물에 에너지를 저장하고 동물이 이를 먹어 에너지를 얻는다. 석탄과 석유는 태양에너지가 축적된 유기체가 탄화된 것이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도 결국은 태양이 전하는 다른 형태의 에너지일 따름이다. 그러나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복사열을 활용한 에너지는 인간이 어떻게 활용하더라도 화석연료보다 높은 에너지 밀도를 얻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태양에너지와 달리 핵에너지는 인간의 지적 탐구의 결과로 탄생했다. 핵물리학을 통해 태양에너지의 비밀이 풀렸고 이제 인간은 핵융합을 통해 인공태양을 만드는 단계에 이르렀다. 물질이 질량을 잃어버릴 때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한다는 아인슈타인의 E=mc² 공식으로 핵에너지의 세계가 활짝 열렸다.

핵분열 시 발생하는 막대한 에너지를 활용한 원자력 발전과 핵융합 시 손실되는 질량이 핵분열 때보다 7배 이상 많은 에너지를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한 핵융합 발전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차원의 미래 에너지 수요를 충족할 것이다. 핵융합 발전은 아직 실험실 단계에 있지만 10년 내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4차 산업혁명에 의한 폭발적 에너지 수요도 이 시기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류 문명이 현재 상태에 머문다면은 재생에너지만으로도 문명 유지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로봇 등 4차 산업혁명의 빅뱅이 일어나는 시대에는 지금의 에너지 수준으로서는 새로운 문명을 열어갈 수 없다. 레이 커즈와일이 말하는 ‘특이점(Singularity)’, 즉 ‘인공지능이 인간의 총체적 지능을 능가하는 지점’을 넘어서게 되면 기술혁신이 지수적(exponential)으로 진행되고 인간이 사용하는 에너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막대한 양의 고밀도의 에너지를 기계와 인공지능이 사용하게 된다. 인류는 이러한 특이점에 근접해 있다. 미래 에너지는 그래서 재생에너지보다는 핵에너지와 더 잘 어울린다.

우리나라는 핵에너지 분야에서 단연 앞서있다. 가장 안전하고 가장 효율적인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는 나라이다. 핵융합 발전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기술인 고온의 플라스마 유지 기술을 갖고 있다. 작년 11월23일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1억도 초고온의 플라스마를 20초간 유지’한 한국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 연구진은 2025년도까지 1억도 이상의 플라스마 300초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곧 핵융합 발전을 실현하는 기술을 뜻한다. 

최근 원자력에 종사하는 분들께 대한 사회적 예우가 소홀한 듯해 안타깝다. 미래를 대비하는 선구자의 삶이 원래 고독한 길이라 위로한다고 해서 그분들께 위안이 되지는 않겠지만 미래 세대는 분명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가질 것으로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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