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류희선 기자] 경제계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과정에서 산업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는 지난달 31일 ‘탄소중립기본법 제정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발표하고 산업계와 소통 활성화, 혁신기술 개발 강화 등을 정부에 제안했다.

이번 의견서는 국회가 지난달 31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하면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35% 이상’으로 명시한 데 대한 산업계의 우려가 반영됐다. 정부는 오는 10월까지 탄소중립위원회를 통해 2030 NDC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경제5단체는 의견서에서 “2050 탄소중립은 글로벌 추세 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목표로 이해하지만 주요 선진국보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반면 탄소중립을 위한 준비기간은 짧은 국내 현실을 충분히 고려해 2030 NDC 목표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2019년 기준 제조업 비중은 우리나라가 28.4%로 EU(16.4%), 미국(11.0%)에 비해 월등히 높고, 온실가스 배출정점부터 탄소중립까지 준비기간은 EU(60년), 미국(45년)에 비해 훨씬 짧은 32년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경제5단체는 의견서를 통해 경제계와 소통 활성화, 탄소중립 혁신기술 개발 강화, 안정적·경제적 에너지 공급, 탄소감축 설비투자 지원 확대, 예측가능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운영 등 5대 과제를 제안했다.  

먼저 경제계는 중장기과제인 ‘2050 탄소중립’이 불가피한 목표라 하더라도 단기과제인 ‘2030 NDC’는 산업경쟁력과 수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므로 기업과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국회가 정한 ‘35% 이상’을 기준으로 탄소중립위원회가 2030 NDC 및 세부계획을 수립할 때 산업계의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충분한 협의기간을 부여해야 하며 구체적으로는 탄소중립위원회와 산업계간 직접적 소통창구를 마련해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경제계는 탄소중립 기술혁신에 20~80년 이상 소요되고 주요국 정부에서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만큼(미국 1,870조원, EU 1,320조원, 일본 178조원) 우리 정부에서도 탄소중립 기술개발에 정부의 선도적 R&D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정적·경제적 에너지 공급에 대한 사항도 언급했다. 경제계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체계 개편이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현재 주요국에 비해 크게 낮은 재생에너지 비중과 협소한 입지, 높은 인구밀도 등 재생에너지 확대의 제약요인을 우려했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해 안정적·경제적인 에너지공급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온실가스 감축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세제·금융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계는 현재 대·중견·중소기업에 대해 각각 1·3·10%인 ‘환경보전 및 에너지 절약시설 공제율’을 5·7·10%로 상향하자는 입장이다. 또한 2030 NDC 달성을 위해 당장 필요한 기술과 설비에 대해서도 ‘신성장·원천기술’로 인정해 세액공제를 우대하고 금융지원 대상에 포함해 줄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기업들은 탄소중립위원회에서 2030 NDC를 조정할 경우 ‘국가 온실가스 감축계획’이 연이어 변경되고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이 축소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경제계는 올해부터 ‘3차 배출권거래제 계획기간’(2021~2025년)이 시작돼 기업들이 이에 맞춰 투자계획 등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국가 온실가스 감축계획은 4차 계획기간(2026~2030년)부터 예측가능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녹영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센터장은 “우리 기업들도 EU·미국의 탄소국경세 도입 움직임, ESG 실천 요구 등에 따라 탄소감축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라며 “다만 온실가스 감축기술 등 현실적 뒷받침이 되지 않을 경우 산업경쟁력 약화는 물론 기업의 존망마저 위태로울 수 있는 만큼 정부와 산업계가 긴밀히 협력해 탄소중립을 실현하면서 글로벌 친환경 신시장을 선점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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