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연 LG경제연구원
고유가 등으로 에너지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운데 에탄올이 대체에너지의 실질적 대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선진 사례를 통해 국내 에탄올의 상업화 가능성을 점검해 본다.

우리나라의 2006년 현재 석유 자급률은 4.1%. 이미 고유가 시대에 접어든 시점에서 뚜렷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급 불안정에 따른 잠재적 위협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중동 두바이산 원유의 가격이 2003년 배럴당 27달러에서 올 4월에 접어들면서 6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무려 두 배 이상 높아진 수치다. 수송용으로 석유의 20%를 소비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동안 휘발유 가격이 115% 오른 리터당 1,500원을 넘어섰다. 가격의 60% 가량이 세금으로, 비록 원유 수입가에 따른 휘발유 가격의 변동폭을 완화시킬 수 있는 구조라지만 장기적인 관점의 가격 불안정 요인을 해소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6월 초, 전 미국 연방 준비제도 위원회 의장이었던 그린스펀은 미국의 석유 수급이 매우 불안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은 물론, 중국의 수요 증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공급 여력의 부족으로 고유가의 완충 능력이 감소했다고 했다. 또한 강도 높은 에너지 효율 향상을 추진할 수 있지만 그것이 고유가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덧붙이고 있다. 이에 그린스펀은 에탄올과 같은 대체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은 옥탄가 향상을 위한 휘발유 첨가제인 MTBE의 사용 규제와 대체재인 에탄올의 공급 부족이 맞물려 하절기 휘발유 수급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대체 에너지원으로 상업화가 가장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은 바이오연료, 특히 바이오에탄올이다. 바이오에탄올(이하 에탄올)은 최근 석유, 천연가스, 석탄과 함께 에너지 가격 동향에서 비중있게 다룰 정도로 그 위상이 높아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액세서리 연료’, ‘부띠끄 연료’로 치부됐던 에탄올이 석유의 수입 의존도 해소와 환경 문제 해결의 실질적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도 에탄올이 수입산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청정 대체 에너지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국내 에탄올의 상업화 가능성 및 관련 이슈를 다양한 선진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다.

가격 경쟁력 확보가 최대 관건

에탄올의 보급 확대 여부는 무엇보다 기존 연료와의 가격 경쟁력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에탄올이 가솔린보다 연비가 약 30% 가량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동일한 세제정책 하에서는 기존 휘발유보다 40% 이상 에탄올이 저렴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추산이다. 에탄올 상업화에 있어 가장 앞선 브라질의 경우, 최근 2001년 이후 에탄올 가격이 휘발유 대비 평균 60.7%의 수준에서 형성됐고 소비자들은 70% 이하 수준에서는 에탄올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설탕 가격이 치솟으면서 곡물 가공 기업들이 에탄올 발효보다는 수익성이 높은 설탕 판매 비중을 높임에 따라 에탄올 공급이 차질을 빚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에탄올의 가격 경쟁력은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가장 저렴한 브라질산의 경우 사탕수수를 원료로 만드는데 드는 생산 비용이 갤런당 0.63~0.75달러(리터당 0.17~0.20달러) 수준이다. 옥수수를 주원료로 하는 미국의 경우는 갤런당 1~1.2달러의 생산 비용이 들며 사탕무 중심의 유럽은 2.0달러에 이른다. 최근 휘발유 소비자 가격이 갤런당 2.9달러를 넘은 미국의 경우 휘발유 생산 비용이 2.2달러를 상회하게 됐다. 이 정도라면 에탄올은 기존 휘발유에 대해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 일각에서는 급증하는 에탄올 수요를 해소하기 위해 수입산 에탄올의 관세 폐지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500원을 넘는 우리나라의 경우, 휘발유 생산 비용을 환산하면 갤런당 2.3달러 수준으로 미국과 비슷하다. 오히려 수입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훨씬 높아 대체 연료 보급의 일환으로 에탄올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입장이다. 현재 수준의 유가가 지속되고 세제, 인프라 등 제반 여건만 갖추어진다면, 에탄올 상업화는 시간문제일 것이다.

안정적인 에탄올 공급원 확보해야

에탄올 가격은 유가는 물론, 사탕수수, 옥수수와 같은 곡물의 작황과 가격, 설탕 가격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에탄올의 상업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 사탕수수, 옥수수 등 대단위 경작지를 보유하고 이의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높여 온 브라질이나 미국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브라질의 경우 2005년 생산된 42억 갤런의 에탄올 중 15% 가량인 6억4,000만 갤런을 인디아, 미국 등으로 수출하기도 했다. 게다가 가용 경작 면적이 아직도 충분해 개발을 통해 필요한 에탄올을 확보하는 데는 큰 차질을 빚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자국 내 생산된 옥수수 중 대부분이 사료용이나 수출용으로 쓰이고 있고 에탄올 생산용으로는 단지 15%만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생산된 옥수수 모두를 에탄올로 바꾸더라도 휘발유의 20%만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한 빠르게 증가하는 에탄올 수요를 수입 확대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는데 브라질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공급처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은 장기적 관점에서 다른 에탄올 원료원을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이에 미국은 곡물의 전분이 아닌 목재 부산물이나 잡초, 풀 등에 풍부한 셀룰로오스로부터 에탄올을 생산하는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이 방식에 특화된 기업인 Iogen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각종 농업 부산물로부터 연간 약 500억 갤런의 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지역이나 기후, 작황 등에 비의존적인 데다 옥수수나 사탕수수의 절반 가격 수준으로 원료를 얻을 수 있어 이론적으로는 훨씬 경제적인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셀룰로오스 기반 에탄올 생산 방식은 2001년 갤런당 6달러를 훨씬 웃도는 제조 원가를 보였으나 효소 등 관련 기술의 발달로 2004년 1.6달러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아직은 개발 초기이고 2007년 이후에나 본격적인 보급이 이뤄질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 셀룰로오스로부터 에탄올 생산
브라질 VW, 전생산 차종 플렉스카로
일본, 체계적 20년 장기시나리오 수립

공급 및 소비 인프라 구축 필요

에탄올을 공급하고 소비할 수 있는 인프라의 구축이 상업화의 또 다른 과제다. 에탄올은 기존 주유소를 통해 휘발유와 손쉽게 혼합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 정유 기업의 참여를 유도, 에탄올 생산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이제 막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리는 미국의 경우 16만 개가 넘는 주유소 중 에탄올 85%를 함유한 휘발유(E85)를 공급하는 주유소는 아직 600여 곳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주유소에서 에탄올 혼합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브라질의 상황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에탄올로 가는 자동차의 보급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1908년 설계된 포드사의 모델 T는 에탄올로 가는 자동차였다.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값싼 휘발유가 나오자 에탄올은 자동차 연료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엔진도 휘발유에 적합한 형태로 진화했다. 그렇지만 현재의 엔진은 적어도 5% 이내의 에탄올 혼합 휘발유를 사용해도 무방하며 15~30만원가량만 들면 얼마든지 기존 차량을 에탄올 겸용 자동차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현재 미국이나 브라질에서 판매되는 에탄올 겸용 자동차는 동종 모델과 같은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최근 브라질에서는 어떠한 에탄올 혼합비율로도 운행할 수 있는 자동차, 일명 ‘플렉스카(Flexible Fuel Vehicle)’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전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석유위기 이후 1980년대 ‘에탄올 자동차’가 한때 보급됐으나 성능 저하나 실내로의 연료 냄새 유입 문제가 불거지는 가운데 유가가 안정되고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줄어들면서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2003년 VW이 ‘플렉스카’를 선뵈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2003년 3%에 불과하던 브라질 내의 플렉스카 신차 보급률이 2004년 33%, 2005년 54%로 증가했다. 올 2월부터는 75%를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말까지는 85%까지 높아지리라는 예측이다. 이들 대부분은 브라질 내 생산 차량으로 VW을 비롯해 50년 이상 브라질 내 자동차 사업을 영위해온 GM, 피아트, 포드 등이 생산하고 있다. 특히 브라질 자동차 시장의 선구자이자 35%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VW은 6월 초 브라질 내 전 생산 차종을 플렉스카로 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에탄올 연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제고 또한 시급하다. 빠르게 에탄올 수요를 진작시키고 있는 미국의 경우 에탄올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지난 6월 중순 퍼블릭 오피니언 스트래티지스는 미국 국민의 78%가 에탄올 이용을 확대하는 것을 지지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또한 피닉스마케팅 인터내셔널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국민의 90% 이상이 85% 에탄올 혼합 휘발유 및 플렉스카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과 인프라만 구축된다면 에탄올의 상업화는 빠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보급 노력 필요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자동차 연료용 에탄올의 이용 실적은 전무한 실정이다. 2005년 현재 2.5%인 대체에너지 비중을 2011년 5%까지 높이겠다는 목표 하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와 정유사의 협력을 통해 바이오디젤이 7월부터 5% 수준에서 경유와 혼합해 판매되는 것도 중요한 성과로 평가된다. 아울러 대체에너지의 주요 축 중 하나인 에탄올의 보급 확대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006년 1월, 우리나라는 6.7%까지 에탄올을 함유할 수 있도록 한 휘발유 규격 개정을 통해 에탄올 사용 확대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산업자원부 주관으로 정유사 등과 함께 유통 시스템 등 실증 연구를 통해 에탄올 연료 도입의 타당성을 검토키로 했다. 게다가 기업들의 관심과 참여가 늘어나는 가운데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에탄올 생산 기반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의 수급 상황을 고려할 때 장기간에 걸친 체계적인 노력 없이는 에탄올의 상업화는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의 경우 3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에너지 독립’을 위해 자국의 풍부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소비자 인식을 높이고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 ‘Proalcohol’ 프로그램 등 정부 위주의 에탄올 확대 정책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에탄올 생산 업자들이 주축이 된 ‘Brazilian Alcohol Exchange’를 운영하는 등 시장 메커니즘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도 20~24%의 에탄올 혼합 의무 사용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가운데 플렉스카의 보급 등 최근 들어서는 소비 측면에서의 인프라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와 에너지 환경이 비슷한 일본은 20년 이상의 장기 시나리오에 따라 에탄올 공급 및 체제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은 2010~2015년은 돼야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에탄올 보급 인프라에 3,500억 엔 이상을 투자한 일본은 오키나와나 미야코와 같은 지역에서 E3를 통한 자급 시스템을 시험하고 있다. 부족한 에탄올을 확보하기 위해 일본은 브라질은 물론, 원료가 풍부한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진출하고 있다. 일본알코올판매는 브라질의 국영석유공사이자 세계 최대 연료용 에탄올 공급 기업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와 합작, ‘日伯에탄올’을 설립해 브라질산 에탄올에 대한 장기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경제산업성 등 정부 차원의 접촉을 통해 공급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또한 신에너지산업종합개발기구(NEDO)를 중심으로 인디아, ASEAN, 중국 등지에서 사탕수수, 카사바 등은 물론 왕겨, 폐유, 축산폐기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에탄올 원료에 대한 생산, 이용 실태 조사에 들어간 상태이다. 지난 5월 태국 정부와 제당 공정 관련 에탄올 생산 모델 사업 실시에 대한 기본 협정을 체결하기도 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에탄올의 상업화를 위해 우리나라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에탄올 확보와 인프라 구축을 서두른다면 적어도 5년 뒤면 뚜렷한 성과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나아가 정부의 적극적인 대체 에너지 보급 확대 노력과 함께 기업들의 활발한 참여, 소비자의 인식 제고 등이 잘 맞물린다면 에탄올의 상업화 시기는 대폭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머지않아 에탄올을 비롯한 다양한 대체 에너지원의 비중을 높이면서 우리나라가 에너지 자립국으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