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가 공정위로부터 난타를 당하고 있다. 지난해 군납유류 가격 담합 판결로 국가에 810억원을 배상해야 하는가 하면 지난주에는 화학업체의 폴리프로필렌과 고밀도폴리에틸렌 담합 결정으로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내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여기에 지난 22일 공정위가 또다시 휘발유, 등유, 경유 등 석유제품의 가격을 담합했다고 밝힘에 따라 526억원의 과징금과 함께 검찰에 고발까지 당했다.

고유가와 불황으로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에너지절약을 해왔는데도 불구하고 정유사들이 가격 담합을 통해 수천억원의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면 정유사의 도덕성에 커다란 문제가 제기될 것은 불문가지기다.

문제는 정유사들의 가격 담합이 실체적 진실인가 여부와 함께 국민들이 느끼는 정유사들의 담합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다. 지금도 길에 나가 시민에게 기름 가격 담합 여부를 물어보면 대부분 그럴 것이라고 답변할 것이다. 그동안 언론과 국회, 그리고 시민단체를 통해 수없이 지적돼 왔던 문제, 즉 국제유가 인상 즉시 가격인상을 하고 국제 유가가 하락할 땐 가격인하를 가능한 미룬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는데다 근본적으로는 석유제품 가격 결정 메카니즘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의구심이 있기 때문이다.

어쟀든 공정위의 정유사 담합 결정과 과징금 부과가 올바른 결정이라면 또다른 문제가 부각된다. 담합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없이 정유업계에 과징금만 부과될 경우 정유사들은 과징금에 따른 손실부분 만큼 석유제품 가격을 인상할 것이고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공정위나 정부로서는 과징금 수입이 늘어날지 모르지만 국민들은 이미 담합으로 인한 피해와 함께 앞으로도 피해를 떠안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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