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봤을 시나리오일 것이다. ‘S-Oil의 지분인수가 한진그룹이 아니라 롯데그룹이었다면?, 1년전 인천정유가 SK주식회사가 아닌 당시 입찰에 나섰던 STX였다면?’

지난 3월5일 한진그룹이 S-Oil 자사주 인수로 S-Oil 2대 주주로 떠올랐다. 그리고 일주일 후, 13일 STX그룹이 타이거오일 지분 인수를 통해 40여개의 주유소망을 확보하게 됐다.

이 두 그룹이 석유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회사를 인수했다는 것은 주목받을 만한 일이다. 지난 몇 년간 정유업계는 석유수입사 몰락(?) 이후 뚜렷한 현안도 도출되지 않은 채 4강 체제로 굳어져 있었기에 더욱 그렇다.

이들이 향후 석유유통사업에 전략적으로 뛰어들게 된다면 정유업계의 새로운 판도변화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한진은 이번 인수 목적이 S-Oil 경영권 참여가 아닌 투자목적에 있다며 애써 석유유통사업 참여를 부인하고 있고, STX도 이번 인수를 통해 주유소망 확대보다는 에너지사업 기반조성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석유업계들도 S-Oil이 한진에 전부 넘어간 것도 아니고, 타이거오일 주유소망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들어 정유업계 판도를 흔들 만큼의 파급효과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상황에서 만약 대그룹인 롯데가 S-Oil을 인수 했더라도 이런 말이 나왔을지 의문이다. 더 나아가 STX가 타이거오일이 아닌 지난해 인천정유를 인수, 정유업계에 진출했다면 지금 판도는 완전히 바뀌었을 지도 모른다. 정유 5강 체재 또는 S-Oil 내수시장 강화로 ‘정유업 경쟁 갈수록 심화’란 상상도 해볼 수 있다.

정유4사 담합이란 발표로 어수선한 지금 이런 부분은 정말 아쉬울 따름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원한다. 기업에서 한자리를 같은 사람이 계속하면 문제가 생기듯 이젠 정유업계에도 변화가 필요할 때 이다. 이번 인수가 대그룹으로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4강 체제로 굳어 있는 정유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 주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