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쉘 장치안전팀장 김동섭 박사
장치설비의 사고예방을 위해서 우선적으로 전제돼야 할 가정은 ‘모든 압력용기나 장치설비들은 생각처럼 완벽하거나 안전한 설비를 제작할 수 없다’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비록 설계 기준치나 코드의 제작기준에는 만족했을지 모르지만 잠재적인 결함들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

또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은 규정과 코드의 기준은 최소한으로 만족하는 기준치라는 것이다. 그래서 기준 코드의 규정을 만족했다고 해서 설비의 완전한 안정성을 보장할 수가 없다.

따라서 이러한 설비들을 안전하게 운용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제도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이는 마치 이곳저곳에 구멍이 나있는 평판에 빛을 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여기서 그 빛이 통과한다는 것을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평판에 빛이 통과한다는 것은 평판이 제작돼기는 했지만 여러 가지의 안전제도에는 여전히 현실적으로 여러 구멍이 뚫렸다는 것을 말한다.

이 빛을 차단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가 평판을 완벽하게 만들어서 빛이 통과할 수 있는 구멍을 없게 만드는 것이고, 그 두 번째가 비록 구멍이 뚫리기는 했지만 이를 평판을 여러 겹으로 쌓아 빛이 통과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완전하게 차단하는 평판을 만들기는 아주 힘들다고 가정한다면 그 차선책은 구멍이 뚫린 평판을 여러 겹으로 쌓아서 빛을 차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사고는 여러 악조건의 결합체
근본적인 원인의 파악이 중요

이를 우리 장치 설비의 안전관리에 적용해 보면 조그만 결함도 없는 완전한 압력 설비를 제작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공학적 측면에서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약간의 구멍은 있지만 여러 겹의 판재를 겹친다면 완벽한 평판을 만드는 것과 비슷한 차단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장치 산업에 비유하면 여기에 빛이 통과된다는 것은 압력 설비에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빛의 통과 방향으로 겹겹이 판재를 겹친다 하더라도 판재의 구멍들이 나란히 연결되게 되면 결국 빛이 통과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 된다. 우리가 아무리 여려 겹의 안전장치(Layer of Protection)을 하더라도 매분야(층)에서 악재가 겹치면 결국 사고가 발생한다. 또한 사고는 단순히 한가지 실수만으로 발생되는 일은 흔하지 않다. 여러 악재들이 순간에 겹쳐서 발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이같은 이유로 정유 공장이나 가스 플랜트, 석유화학공장에서는 압력 장치설비의 안전을 위해 여러 겹의 안전장치를 마련해둔다. 하지만 이같은 안전조치에도 불구 약간의 약점들이 있게 마련이다.

가장 첫 번째 안전장치는 설계나 제작에서이다. 이때의 작은 구멍들은 설계상의 오류나 기초 설계시에 미리 고려하지 못한 점들이 있는데 이는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사고의 잠재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그 다음의 안전조치는 매니저들의 감독 또는 검수작업이다. 하지만 이도 매니저나 전문가의 지식과 경험의 정도에 따라 달라서 어떤 의미의 사고가 일어날 필요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그 다음에 장치 운전 기준, 보수 기준, 검사 기준 등을 마련해 사고를 예방하려고 하지만 만약에 이 기준들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거나 제대로 실행되지 않을 때는 안전관리에 구멍이 생긴다.

뜻하지 않는 사고들은 앞에서 말한 여러 방지 대책(layer of protection)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악재들이 일순간에 겹쳐서 이뤄진다. 다시 돌아보면 우리는 사고 원인 조사의 경우에도 눈에 보이는 운전자의 실수, 검사 및 보수 잘못 등을 주원인으로 결론짓고 조사를 종결짓는다면 안전방지대책에는 큰 발전을 가져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사고가 났을 때는 눈에 보이는 현상 뿐만 아니라 더 깊은 층의 안전 구멍을 찾아내고 그 근본 원인인 마지막 방패막이 판재까지 철저하게 조사하는 것이 추후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길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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