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 물도 이제는…

삼월은 모춘(暮春)이라 / 청명곡우(淸明穀雨) 절기로다 / 춘일(春日)이 재양(載陽)하야 / 만물이 화창하니 / 백화는 / 난만하고 / 새소리 각색이라 / ….

농가월령가 삼월령(三月令)중에 한대목인데 삼월을 늦은봄으로 노래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는 아마도 음력으로 꼽아 그런 모양일듯 싶다.

어쨌든 아침 저녁으로는 아직 찬기운이 가시지 않은 날씨이긴 하지만 한낮에는 그래도 서양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잠자듯 게으른 봄이 이제는 눈부시어 다가오는’ 그런 느낌이 짙어 봄이면 그 음악적 분위기가 더 돋보이는 요한 스트라우스의 ‘푸른 다뉴브강’쯤 어디에선가 들려올듯 하다.다뉴브강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 이름만 들어도 흥겹고 감미롭게 느껴지던 ‘푸른 다뉴브강’도 이젠 오염이 되어 더이상 ‘푸른’일수가 없어 여간 몸살을 앓고 있는게 아니라고 한다.알프스에서 시작돼 독일, 루마니아, 헝가리, 유고, 불가리아, 오스트리아등 여러나라를 두루 돌아 흑해로 흘러드는 이른바 국제하천인 다뉴브강에 루마니아금광에서 맹독성 물질이 섞인 폐수가 수천톤 유입되어 죽음의 강으로 변해 떼죽음을 당한 물고기가 강을 뒤덮고 있는 처참한 광경을 TV에서 본게 얼마전이다.

수자원 오염 상태는 우리나라도 심각해 90년대초 페놀 오염사건을 비롯해 대도시와 공업단지를 끼고 있는 낙동강은 물론 강유역 도처에 각종 유흥업소가 즐비한 한강, 영산강 등 강이란 강이 거의 다 중병에 걸려 신음하고 있는 상태라 다시 살리자면 10년도 더 걸릴 정도라고 한다.

이렇게 나날이 죽어만가는 강물도 큰 문제지만 보다 더 염려스러운 것은 머지않은 장래에 물부족 현상을 겪게 되리라는 점과 이와같이 물문제가 보통 절박한 것이 아니란 사실을 사람들이 너무들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만큼 아무데나 파도 물이 나올정도로 물이 넉넉한 나라도 드물었으며 일년중 한여름에 강수가 집중되는 경향은 있으나 연평균 강수량도 넉넉한 편이었지만 그놈의 공해와 오염때문에 이젠 마음놓고 마실 수 있는 물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인구 1인당 물소비량이 세계 어떤 나라보다도 많고 거기다 부쩍 늘어난 전체 인구를 감안하면 물에 관한 우리의 관심과 인식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대답을 들어볼 필요도 없이 자명하다.

프랑스 작가 생 떽쥐베리는 그의 작품 ‘인간의 대지’에서 ‘물, 너는 생명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생명 그 자체이다’라고 까지 했지만 지구촌 곳곳의 강물은 날이 갈수록 오염도를 더 해가고 침전물이 늘어 양질의 물을 제공할 처지가 못되고 있어 강물을 깨끗하게 보전하려는 각국의 노력은 필사적일 정도다.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라는 지방소도시만해도 좋은 물을 얻기 위해 포토맥이라는 강의 침전물을 처리하는 데에만 들어가는 돈이 연간 1백만달러도 넘는다고 한다.

침전물까지는 그만두고라도 한강, 낙동강, 금강 등 우리네 강과 소양, 춘천, 대청 등 우리네 댐에 보기만 해도 먹은 것이 올라올 만큼 불결하고 흉칙스럽게 떠있는 온갖 쓰레기, 부유물들이나마 제때에 걷어낼 예산사정은 어떤지 궁금하다.

독일의 작가 헬만 헬세는 또 ‘물에서 배워라! 물은 생명의 소리, 존재하는 것의 소리, 영원히 생성하는 것의 소리이다’라고 했다.

맑은 물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인구 1천만도 안되던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넉넉한 것이 물’이라고 생각하고 마구 퍼쓰고 더럽히던 잘못된 버릇부터 이젠 바꿔야 할 것이며 세제도, 복합비료도, 농약도, 삼가쓰는 국민적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물만 보이면 그 언덕에 무슨 가든이다 호텔이다 콘도다 다투어 허가해주어 강물을 럽혀야 직성이 풀릴듯 극성을 떠는 꼬락서니만이라도 제발 보지않게 되었으면 좋겠다.한 기 전 논설위원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