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검침시스템 공급업체가 도산해 A/S가 힘들고 유비보수비용도 만만치 않아 고민이 많습니다”

“원격검침시스템의 실효성에 의문이 많습니다. 거의 무용지물이 된 셈이죠. 정부 정책적으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도시가스사의 원격검심시스템 담당자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식경제부가 도시가스 판매량 차이를 바로잡기 위해 지난 2003년부터 보급하기 시작했던 원격검침시스템 보급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급초기 우려됐던 원격검침시스템 공급업체의 도산으로 인한 A/S 부재, 제품간 호환성 부족 등의 문제점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천리, 서울도시가스 등 실제로 요금에 적용하고 있는 도시가스사의 고민은 더욱 크다.

최근 도시가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 A업체는 공문을 통해 적자운영으로 원격검침기 판매를 중단한다고 도시가스사에 통보했다. A업체는 공문에서 이미 판매된 제품에 대해서는 하자수리 등 사후관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도시가스사는 A업체에 연락을 취했지만 이 업체는 종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 도시가스사가 추적한 결과 이 회사는 다른 회사로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고 인수업체는 사후관리에 대한 건은 모르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

한국도시가스협회의 도시가스사별 원격검침시스템 보급 실적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전국에 설치된 원격검침시스템은 대상가구 58만8,000가구 중 29만5,960대. 이중 A업체의 제품은 약 2만9,000대로 집계됐다. 이 업체의 제품 중 설치 후 5년이 된 제품에 대해 A/S(기기교체 및 수리 등)가 시급한 상황인데 도시가스사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서울의 모 도시가스사의 경우 타 원격검침시스템업체에 세대당 약 1만5,000원을 지불하고 A/S를 의뢰할 계획이지만 A/S가 완벽히 이뤄질 지 우려하고 있다. 타사 제품 및 기술 노하우를 100%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원격검침보급 당시 원격검침시스템의 배터리 수명이 5년 또는 10년이라고 업체들은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5년도 안 돼 배터리가 소진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제품 설치 표준안 및 검·교정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아 사후관리에 어려움이 많다는 목소리다.

한 도시가스사의 관계자는 “제품간 호환도 안되고 시스템 업그레이드 작업도 힘든 상황”이라며 “배터리만 교체하면서 수명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도시가스사의 관계자는 “시스템의 정확도 및 신뢰성 부족으로 원격검침 결과분과 일일이 수용가를 방문해 검침한 것과 비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설치 후 5년이 지나면 교체시 추가비용은 고객의 부담이지만 고객들은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해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고객이 원해서 설치하는 것도 아니고 정부 정책에 의해 추진되는 만큼 수용가의 협조를 구하기도 힘들다는 지적이다.

올해부터는 신규 물량이 대폭 늘어나면서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 도시가스사는 속앓이만 하고 있다. 서울의 모 도시가스사는 1대당 4만5,000원으로 계산해 올해 20억원의 예산을 책정해놓은 상태지만 신규 보급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

한 도시가스사의 관계자는 “도시가스 판매량 차이 해소를 위해 온압보정계수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원격검침시스템 보급은 불필요한 투자라고 생각한다”라며 “이번 기회에 정부 차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원격검침시스템에 투자하는 비용을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 국가 에너지정책에 부합하는 사업에 투자하는 게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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