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주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1년 여 사이에 국제유가가 사상 초유의 급등세를 보여 배럴당 150달러 수준에 육박하자 정부는 최근 서둘러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마련했다. 2008년부터 오는 2030년까지를 계획기간으로 하는 이 기본 계획은 △에너지이용합리화와 이를 통한 온실가스 배출 감소대책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도입·공급 및 관리 대책 △신재생에너지 등 환경친화적 에너지 공급 및 사용 대책 등 9가지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에너지효율분야에 있어서는 설비·기기의 효율 향상과 에너지 사용 적정화 및 총소요 에너지 최소화를 위한 제도와 시스템 확충 등을 통해 에너지효율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려 에너지 원단위(TOE/백만원)를 2006년 0.307에서 2030년에는 0.168으로 45% 이상 낮춘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추진 정책으로는 에너지절약형 국가 인프라 구축, 산업부문 에너지 저소비형 구조 전환 촉진 등에 의한 에너지 이용효율 시스템 혁신, 효율기준 강화와 고효율 신기술 개발 지원 등을 통한 시장구조 확립 등이 망라돼 있다.

이러한 목표는 동 계획에는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지 않으나 국제유가가 실질가격 기준으로 현재 수준보다 크게 높지 않다는 전망에 입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향후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이상의 초고유가를 나타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비록 국제유가가 세계경기의 둔화로 인한 석유 수요 감소와 달러화 강세에 따른 국제 석유시장에서의 투기자금 이탈 등으로 인해 최근 110달러 수준으로까지 하락했지만 국제유가를 끌어 올리는 요인이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초고유가 시대를 대비해 국내 산업의 에너지효율을 동 기본계획에서 제시된 목표치보다 더욱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 기본계획에서는 오는 2030년까지의 산업부문 에너지수요절감률을 13%로 설정하고 있는데 이는 EU의 신에너지정책에서 제시된 오는 2020년까지의 산업부문 에너지 소비 감축률 25%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13%라는 국내 산업의 에너지소비절감률 목표는 산업계의 의견이 고려돼 설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곧 에너지 효율을 목표치보다 더 높이는 것이 국내 산업으로서는 매우 어려울 것임을 의미한다. 특히 에너지 소비량이 국내 제조업 전체 에너지 소비의 76%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철강, 석유화학 및 비금속광물 산업 등 이른바 3대 에너지다소비 산업의 경우에는 에너지효율이 선진국 수준에 이르고 있어 이를 더 이상 향상시키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국내 산업의 에너지 효율을 정부의 기본계획보다 더 높이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에너지효율이 이미 선진국 수준 가까이 도달해 있는 국내 에너지다소비 산업과 나아가 국가경제에 과다한 경제적 부담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가능한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왜곡된 에너지 가격 체계를 바로 잡는 것이다. IEA의 최근 보고서에서도 에너지 생산 비용과 환경오염 등 에너지 소비에 따른 외부불경제를 올바로 반영하지 않는 에너지 가격 체계로는 결코 에너지소비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1차 에너지기본계획에도 에너지가격체계를 개선하는 정책목표가 포함돼 있기는 하다.

그러나 구체적인 가격구조 개편 내용이 제시돼 있지 않다. 원가에 못 미치는 에너지가격의 현실화는 당연히 에너지가격 상승을 초래함으로써 현 시점에서 정부의 최우선 경제정책 중 하나인 물가상승 억제 방침에도 어긋나고 산업계와 일반소비자들의 커다란 반발을 초래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점들이 두려워 왜곡된 에너지 가격 체계를 언제까지나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에너지가격이 현실화될 때 에너지 소비자들은 자신만이 아는 에너지 소비에 있어서의 비효율성을 개선해 나가게 된다. 에너지 가격 현실화에 따른 문제들은 물론 법인세 및 소득세 인하 등 다른 정책 수단으로 보완이 돼야만 한다. 그리고 영세 기업 및 상인들에 대한 경제적 부담 해소 방안도 따라 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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