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기록경기에서 1/5 초까지 측정할 수 있었다. 1932년 미국 LA 올림픽 육상에서 심판들이 80개의 스톱워치를 사용해 기록을 측정했으며 1952년에는 0.01초 구분해 측정이 가능하게 됐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경기에서 이 정도로는 순서를 정할 수 없어서 0.001초를 구분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게 되었고 최근에야 가능하게 되었다.

선수들의 기록은 측정상태나 지역에 따라 영항을 받는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수영장의 크기, 물 깊이, 첨단 기술로 무장한 수영복 덕에 마찰 저항을 줄여 신기록이 많았다고 보도됐다. 장미란 선수가 들어올린 326kg의 바벨의 질량은 중력 가속도에 따라 적도에서 보다는 북극에서 약 1.63kg 더 무겁다. 몸무게 몇 백 그램과 바벨 1kg에 메달의 색깔이 바뀌는 것을 생각하면 1.63kg은 결코 적지 않은 크기이다. 위도와 고도에 따라 중력가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역도선수는 중력 가속도가 작은 지역에서 신기록을 수립하고 싶을 것이다. 다행히 올림픽 기술위원회에서는 이점을 고려해 공정한 경기를 치른다.

물건을 살 때 1원 까지 표시되는 디지털기기의 정확성에 무한히 신뢰(?)하며 불평 없이 요금을 지불한다. 석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한 푼이라도 싼 주유소를 찾는 것이 당연시 되었다. 휘발유는 주유기에 표시된 부피 측정값으로 요금을 지불한다. 휘발유의 부피는 온도에 따라 늘어나고 줄기 때문에 같은 값을 치렀더라도 탱크에 채워진 휘발유의 에너지 량이 달라 주행거리의 차이가 있다. 겨울철과 여름철이 다르고 하루 중에서 온도가 낮은 아침에 기름을 넣는 것이 운전자로서는 유리하다. 휘발유의 온도가 10℃ 높아지면 약 1.1% 팽창해 휘발유 L당 약 20원의 차이가 난다.

수돗물의 체적팽창계수는 휘발유 체적팽창계수의 1/5 정도이므로 온도가 10℃ 높아지면 물은 약 0.3% 팽창한다. 도시가스의 부피도 측정상태에 따라 에너지의 양 혹은 무게가 달라서 온압보정계수를 적용하거나 온압보정기를 사용하고 있다. 전기, 농축산물 등 우리 생활에서 측정을 하지 않는 삶은 생각할 수가 없다.

우리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측정값이 얼마나 정확한지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측정 장치는 검정 혹은 교정기관에서 주기적으로 법적 검정, 교정을 받아 사용하고 있다. 검정 및 교정기관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서 국가 표준기관인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소급성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측정값이 외국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측정능력이 동등하다는 것이 확인돼야 한다. 이를 위해 66개국이 측정결과를 상호 인정하는 협약을 맺고 각국의 측정능력을 비교한 후에 공개하고 있다. 측정결과의 상호인정을 바탕으로 국제무역이 이뤄지고 생활 속의 상거래도 이뤄지고 있다.

스포츠도 열광하는 국민이 있어야 선수도 신명이 나고 신기록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측정과학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있어야 측정기술이 발달하고 신기술도 개발하고 우리의 생활도 윤택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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