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 시공문화 정착 단초되길

지난 10일 국내 가스보일러업계를 대표하는 3사는 오전과 오후 시간대별로 돌아가며 50여 명의 손님들을 번갈아 맞이해야 했다.

가스보일러 제조사들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는 시공인들의 항의방문이 있었던 것이다.

전국 1만8천 회원사 시공인들의 의견을 대변하고 있는 시공협회 임원들은 보일러 제조사의 대리점 및 영업점에 의한 직접시공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며, 시정을 거듭 촉구했다. 이에 보일러사들도 본사 차원의 교육과 계도 등의 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 답을 주었다. 그러나 전국 각지에서 이뤄지고 있는 대리점 시공이 본사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지는 알 수 없다. 또 대리점들도 각자의 생존권을 주장하며 시공에 나서게 될 때 이의 제재 조치가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도 미지수이다.

사실 자격이 있는 자에 의해 시공이 이뤄지면 가스보일러사의 직접 시공도 법적인 문제는 없다. 다만 예전부터 가스보일러와 관련한 업무가 판매와 시공, A/S 등으로 분담 돼 진행됐고, 가스보일러사들도 시공인들의 많은 도움을 통해 회사의 발전을 이뤘기에 보일러사와 시공인들은 서로 존중해 줘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방문 과정에서 불거진 덤핑 시공과 면허 대여 등을 통한 무자격자 시공은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일부지역 대리점에서는 무자격자에게 면허를 대여함으로써 시공비 절감을 꾀했던 것이 사실이다. 또 덤핑시공도 보일러사의 의지와 상관 있든 없든 간에 곳곳에서 벌어져왔다.

뿐만 아니라 최근 더 없이 길게 이어지는 업계 불황의 여파로 가스보일러 시장은 끝을 모르는 가격경쟁으로 치닫게 됨에 따라 이런 불법 행위가 더욱 늘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면허 대여를 통한 무자격자 시공이나 덤핑 시공 등은 시공인들의 생존권에 타격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결국은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행위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가스보일러는 일반 전자제품과는 달라 설치·시공의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서 제품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스보일러는 설치 공간의 여건에 따라 설치·시공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게 된다. 그런데 자격이 없거나 관련 양성교육을 받지 않은 인력들에 의해 시공이 이뤄지게 되면 일반 가전제품의 설치나 기름보일러를 설치할 때의 수준에서 가스보일러 설치도 마무리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스보일러를 판매·시공하는 모든 이들은 가스보일러가 제품의 다양성·효율성을 통해 소비자에게 편리성과 만족감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적에 충실함은 물론, 소비자 안전의 유지·확보에도 한치의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대전제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가스보일러의 보급이 시작되던 초기, 폐가스에 의한 인명사고의 빈발로 가스보일러가 위험한 가정용품으로 인식되며 소비자에게 거리감을 주게 됐던 사실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가스보일러사들이 면허대여를 통한 무자격 시공이나 덤핑시공에 대한 명확한 근절 의지를 표명했지만 이를 위해선 전국 시공인들의 협력도 필요할 것이다.

이번 항의방문이 서로의 권리를 주장하는 밥그릇 싸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공인과 보일러사와의 공생관계를 유지함과 아울러 건전 시공문화 정착을 위한 단초로 작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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