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난 2001년부터 출산율 1.3 이하라는 초저출산국에 들어섰고 곧 출산율이 1.0 이하가 돼 노인의 나라가 될 것이라 한다. 산부인과 의사인 고등학교 동창은 오래전부터 저출산으로 병원운영의 어려움을 이야기해오고 있으며 출산율저하와 도시 집중으로 폐교된 시골 초등학교는 부지기수이다.

1970년대만 해도 인구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아들딸 구별 말고 하나 낳아 잘 기르자’라는 구호를 외쳤는데 이젠 상전벽해가 된 느낌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좋은 정책을 많이 입안했고 그 결과 우리나라를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게 했지만 경제성장에 따른 인구의 되먹임효과 까지는 예견하지 못했던 것 같다.   

친하게 지내는 회사직원이 시골 초등학교 동창회에 모인 사람들의 태어난 달을 조사해 보았는데 참석자의 70%가 음력 9, 10월생이었다고 했다. 유추해보면 전깃불의 혜택을 받지 못했던 50년 전 시골에서 동짓달 긴긴밤에 부모의 사랑으로 임신이 돼 9, 10월생이 된 것으로 보인다.

태어난 후 그들은 자라서 어엿하게 일가를 이루게 됐고 사회적으로는 국가경제발전에 크게 이바지해 왔으나 가족재생산에는 실패하고 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전깃불로 인해 겨울의 긴긴밤이 사라진 것도 그 원인중 하나로 보여진다.

사실 전기의 혜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가 지금 향유하고 있는 현대문명을 이룩하는 밑받침이었으며 어두운 밤을 밀어내고 인간의 시간 영역을 확장했고 외진 곳을 끌어들여 인간의 공간영역을 확장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런 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전력수혜국가가 됐다.

한국전력이 설립되던 지난 1961년 당시 총 발전 설비용량은 현재 한국의 표준화력발전소 1기의 용량(50만kW)도 안 되는 37만kW이었는데 현재는 7,000만kW를 넘어섰으며 고객도 80만호에서 1,800만호를 넘어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양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호당 정전시간 17분/년, 규정전압 유지율 99.9% 등으로 세계최고의 수준이며 송배전손실률 세계1위, 부하율 세계1위를 달성하고 있고 전기요금도 경쟁상대국인 선진국에 비해 저렴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전기와 관련해서는 유비쿼터스 유토피아를 이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의 전기가 이토록 풍부하고 저렴하다보니 전기가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빈방 전등 끄기, 가전제품 플러그 제거와 같은 필요 없는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노력은 아주 부족한 실정이다.

심지어 유류를 이용해 난방을 하던 사람들이 2차에너지인 전기 난방으로 바꾼다고 하니 에너지의 귀중함은 관심 밖이고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더구나 에너지의 소비는 곧 지구온난화를 야기하는 것이기에 이에 대한 우리 국민의 반성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웃나라 일본의 유명한 회사인 캐논사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씩 일찍 퇴근하는 날을 마련했다고 한다. 이 시책은 일본의 게이단렌(한국의 전경련과 같은 단체)에서 산하 회사에 공문을 보냈고 이 시책에 캐논사가 부응한 것인데 퇴근 후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도록 하는 문화의 정착이 있어야 비로소 출산율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 일거리를 집으로 가지고 가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 인간관계를 소원하게 하고 인간을 바보로 만드는 텔레비전을 가끔씩 꺼두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밤을 진정한 감성의 밤, 인간 중심의 밤이 될 수 있도록 전깃불마저 꺼둘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출산율이 더 낮다. 일본보다 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미래의 젊은 한국을 위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부부의 사랑을 늘려가야겠다. 탄소배출도 줄이고 부부관계도 회복시켜야겠다. 국가도 그린, 가정도 그린이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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