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명의 어린 생명을 무참히 앗아간 경기도 화성군, 씨랜드 화재사고 때 아들을 잃고, 사고수습과정에서 정부당국이 보여준 태도에 실망한 나머지 국가로부터 받은 훈장을 반납한 필드하키 국가대표 선수였던 김순덕씨 얘기는 가슴을 아프게 할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를 생각케한다.

특히, 남아있는 둘째아들 하나마저 잃을까 불안한 나머지 안전하게, 안심하고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이민까지를 결심했다는 데에는 비록 안전에 관심있는 하찮고 미미한 존재로서도 그렇고 이땅에서 동시대에 함께 호흡하며 사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매우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보도된대로라면 김순덕씨가 이민까지 결심한 뒤에는 사고후 유족들이 요청한 총리와의 면담이 여러차례 거절된 데 대한 분노도 크게 작용을 했겠지만 사고뒷처리나 관련대책 등에 임하는 당국의 미온적이고 성의없는 태도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느닷없이 자식을 잃은 슬픔도 주체하기 힘들었을 것이 틀림없는 형편에 하는 짓들이 오죽이나 답답하고 분통터지고 억울하기 짝이 없었으면 훈장을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정든 땅을 등질 결심을 했을까 생각하면서 동시에, 그야말로 열두번도 더 분통 터지고도 남을 일들이 떠오른다.

그동안 유감스럽게도 심심치 않게 발생했던 각종 대형사고때마다 요란을 떨며 의례껏 반복하는 일의 순서가 철저한 원인분석과 엄중문책, 재발방지대책이다.

대개는 피상적인 원인분석을 한다음 책임자 문책, 그것도 되도록이면 하급자선에서 마무리 짓는 것으로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짝이 되고 만다.

대책마련도 대체로 그런 수준에서 용두사미(龍頭蛇尾)격이 되고 말기 때문에 부족하고 미진했던 과거에의 반성이나 부실했던 관행으로부터의 과감한 탈피를 통한 사고의 효과적인 재발방지는 감히 기대하기 힘든게 사실이 아니었던가.

졸속이 십중팔구인 계획과 준비는 완전치 못하고, 진행과 처리는 과정 과정마다 적당주의가 압도하고 있으니 더욱 기대난이며, 그나마 책임있는 자리에 사람들은 세월아 빨리 가라 나있을 동안이나마 제발 탈없이 사고없이 넘기고 보자 등등이 모두 지난날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니었던가 냉정히 반성해 볼 필요는 없을까?

그런 일들이 결국 씨랜드의 참화를 초래한 것은 아닐까? 씨랜드 사고가 엉터리 건축허가나 검사, 또다른 안전과도 결코 무관한 것이 아니란 점을 인식해야 한다.

어느 학자는 90년이래 우리나라에서 각종 대형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부실시공에 있지만 그러나 그것들이 기술상의 하자에서 기인했다기 보다는 기술을 활용하는 인간과 인간사이에 커뮤니케이션 부재와 오류에 있다고 말한다.

그간에 대형사고 대부분의 직접적인 계기를 살펴보면 반드시 사업장과 관련한 구성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의 틈새가 있음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그리고 대구, 아현동의 가스사고 등등 모두가 제대로 하의상달이 안되었다는 것이다.

안전검사담당자나 현장소장이나 관리책임자 등이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었으나 그 심각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각설하고, 제2의 김순덕, 제3의 김순덕이 있어서는 정말로 안되겠기에 쓴소리 또 썼다.

다시는 씨랜드 화재사고 같은 불행은 없어야 하며 모든 분야 모든 단계에서 안전은 최우선으로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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