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연료전지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의 담당자들 표정이 그리 밝지 않다.

사실 정부는 지난 2005년을 ‘수소 경제 준비를 위한 원년’으로 선포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일관성 있게 지원하기 위해 ‘수소 경제 마스터플랜’을 발표한 바 있으며 이의 후속 조치로 연구개발 투자의 증액은 물론 연료전지 자동차, 가정용 연료전지 모니터링 사업을 출범시킴으로써 이 분야 산업을 앞당기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천명한바 있다. 또한 최근 2.4MW급 연료전지 발전소가 국내에 잇따라 상업 운전을 개시하면서 연료전지기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대 되고 있는 것도 이 분야 산업화를 가속화하기 위하여 발전차액 이라는 정부의 지원정책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측면의 가시적 성과 및 기술개발 측면의 괄목할 만한 진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연료전지 산업화 정책이 일관성 측면에서 최근 여기저기 표류하는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적 아젠다로 표방하고 있는 이때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기술 중 하나인 연료전지 기술의 정책적 난맥상을 지적하는 것은 아이러니컬하다.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화석에너지시대 문제점을 직시하고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를 준비하는 것은 에너지체계의 근본 패러다임을 바꾸는 작업으로, 이는 한 기업이나 정부가   단기간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신.재생에지원을 근간으로 하는 수소 및 연료전지 기술개발은 제2의 에너지 자원 확보라는 일념으로 장기적 안목을 가져야하고, 기업이 위험요소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실증/보급에 적극적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정부는 일관된 정책의지를 천명하고, 채택된 정책은 확실히,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우선 수소에너지 사회 구축의 핵심기술인 연료전지기술 조기 산업화를 위한 구체적 대안을 수립, 실행하여야한다. 작년에 확정된 국가 에너지 기본계획,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 및 보급계획, 최근 진행되고 있는 녹색기술 산업화 전략, 그린에너지 전략 로드맵 어딜 보아도 수소.연료전지 분야의 상업화 전 단계인 보급 시나리오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면 그린에너지 산업 육성 방안의 하나로 제시된 그린 홈 100만호 건설 중 10만호를 연료전지로 충당 한다는 총체적 숫자만 제시 하였을 뿐 구체적 실행 방안 및 시나리오가 없다. 단기적으로는 금년에 종료되는 가정용 연료전지 모니터링 사업의 후속 대안도 제시되지 않은 상태이다.연료전지 자동차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다행히도 연료전지 산업화의 가장 큰 걸림돌 중의 하나인 연료전지 시스템 가격 저감을 집중 극복하기 위하여 연료전지 원천기술 확보, 부품 국산화 개발에 연구 개발 투자를 확대하는 정책은 매우 바람직하다. 이와 더불어 산업화 주체인 기업이 정부의 정책을 믿고 과감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점차적으로 보급 사업을 확대하면서 가격 저감을 상용화 목표치까지 달성하는 기술적, 정책적 로드맵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재정 부담이다. 연료전지 시스템 가격이 상용화 목표치보다 엄청 비싼 현 상황에서 어쩌면 연료전지 제품의 보급은 시기상조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개발 주체인 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고 가격 저감을 가속화하여 산업화를 앞당기기 위해서 과감한 초기 시장 창출은 정부 주도로 이루어져야한다. 물론 초기 시장 창출을 위한 적정 연도별 보급 규모는 국내 연료전지 기술수준, 산업화에 대한 기업 및 정부의 의지, 온실가스 저감 목표 및 정부의 재정부담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 책정 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은 연료전지 기술개발을 중심으로 논의 되고 있는 각종 기술적, 정책적 오해를 보완, 불식시켜 불필요한 논쟁 및 기술개발 저해요인을 제거 할 필요가 있다.

연료전지 기술은 수소를 이용한 기술로 수소가 갖고 있는 화학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그리고 친환경적으로 직접 전기와 열로 변환 시키는 에너지변환 기술이다. 재생에너지기술이 아닌 신에너지 기술이다. 연료진지가 필요로 하는 수소의 경우는 복잡하다. 수소는 지구상에 에너지원으로 존재하는 에너지자원이 아니고 매체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료전지가 상업화 될 경우 연료전지가 필요로 하는 수소는 다른 에너지원으로부터 제조 되어야 한다.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은 천연가스, 석탄, 석유 등의 화석에너지에서 생산하는 방법과 물에서 생산하는 방법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현재는 물에서 수소를 경제적으로 생산하는 기술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천연가스등 화석연료에서 직접 수소를 추출하여 사용하고 있다. 향후 과도기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통해 연료전지 활용을 확대하면서 기술개발과 산업화를 견인하는 시나리오이다. 이렇게 화석연료에서 추출한 수소를 사용하는 연료전지 자동차의 효율은 36~42%나 되어 기존 가솔린 엔진의 16%에 비해 월등히 높다. 

먼 훗날 기술개발이 진행되면 수소를 현재의 화석연료에서 추출하는 것이 아니라, 물을 전기 분해하거나 차세대원자로와 연계하여 열화학 분해하여 얻게 된다. 물을 전기 분해할 때 전기는 화석연료를 사용해 생산한 전기가 아닌 풍력,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로부터 얻어지며 재생에너지기술의 경제성이 확보 되는 시점이 바로 물로부터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의 상용화 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수소 제조기술과 저장기술, 운반 등의 인프라 기술 그리고 연료전지 기술이 일상화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수소경제사회 인 것이다.

수소경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수소 발생원에 대한 기술이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에 멀리 보는 기술임이 틀림없다. 그렇다고 화석연료와 연계된 연료전지기술 조차 먼 미래 기술로 치부되는 것은 곤란하며, 또한 과도기적으로 화석연료와 연계된 기술이기에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정책지원과 차별화되어서는 더욱 아니 될 것이다. 연료전지기술은 수소경제라는 거창한 명분 없이도 기존 전력기술 및 내연기관 자동차의 한계극복을 위해 우리가 서둘러 개발해야 할 기술이다. 본의 아니게 수소경제라는 명제아래 연료전지기술의 진정한 가치를 왜곡하지 않았는지, 기술의 정치화 논리가 없었는지 재점검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정책적 판단 하에서 수송용 연료전지, 가정/건물용 연료전지, 발전용 연료전지의 보급시나리오를 포함한 산업화 정책 로드맵이 제시 되어야 한다.

연료전지는 아주 먼 미래 기술이라는 오해는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또한 연료전지는 과도기적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재생에너지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정책과 차별화 되어 지원정책에서 소외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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