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그 대상이 간부직으로 제한되어 부분적이긴 하지만 가스안전공사가 곧 연봉제를 실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기업의 경영혁신이나 책임경영 차원에서 시도한다는 근본취지에 그 누구도 환영을 주저할 이유가 없고 더구나 어떤 회사가 직원들의 임금결정이나 지급방식을 어떻게하든 그것은 궁극적으로 그 회사 경영진과 직원간에서 이루어질 문제이지 누가 감놔라 배놔라 왈가왈부할 처지가 아니란 것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요즘 성과급제니, 프로계약제니, 연봉제니 하는 일련의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던 소위 일류 기업에서 조차 그로 인한 만만치 않은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는 등 골치를 앓고 있다는 소문과 보도가 간간히 있어 기왕지사 모처럼 크게 맘먹고 시도하느니만큼 일이 잘 실천되기를 비는 마음과 함께 직원들의 전폭적인 이해와 협조는 물론 여간 신중하고 세심한 배려가 전제되지 않고는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기가 그리 쉽지 않겠구나하는 염려도 있다.

정서상 연공서열의식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래도 이와같은 미국식 연봉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여러면에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겠다고 하는 어느 경제연구원 실장의 말을 미루어 보더라도 이 제도의 적용이나 적응이 그렇게 쉬운일만은 아니로구나 짐작케 한다.

타산지석 삼아 몇가지 사례를 들어보면, 어떤 회사에서는 직원들의 업무능력에 따라 월급을 지급하고 나서부터 직장내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그로인한 부작용들 때문에 여간 부심들 하고 있는게 아니라고 한다.

부작용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조직내에 급속히 퍼지고 있는 개인주의로 이 개인주의 때문에 탄탄하다고 자랑하던 회사의 결속력이 사상누각처럼 일거에 와해되고 말더라는 것이다.

성과급제를 어느 회사보다도 앞장서 실시하여 높은 업무효율을 기대하던 어느 종합상사는 또 부서와 부서간은 물론 직원과 직원 상호간에 경쟁의식이 팽배해지면서 제대로 협조가 이루어지지를 않아 큰 걱정이며, 경쟁의식이 지나친 나머지 구내식당에서 만난 직원들이 서로 말도 하지 않는가 하면 고과를 매기는 일에서부터 회사의 크고 작은 일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불신과 불만을 품는 직원들이 늘어나 고민이라는 회사의 경우도 있다.

더 심각한 얘기도 있다. 인사고과가 좋지 않아 다소 섭섭한 연봉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던 직원들이 분발해줌으로써 개인적으로는 고과도 오르고 월급도 더 받게되는 것은 물론 직원들의 그와같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회사가 발전코자 하는 것이 이와같은 제도시행의 목표일터인데 오히려 기대했던 효과는 차치하고 인사고과가 나빴던 직원들의 근무집중도가 더욱 떨어지는 의외의 결과가 발생해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되었던 전자회사의 얘기도 들었다.

차선차후(差先差後)라는 말이 있다. 때로는 앞서기도 하고 뒤서기도 할 수 있다는 경쟁을 뜻하는 말로 어느 조직이든 직원 모두가 이와같은 여유와 선의의 경쟁의식을 갖고 화합과 협동으로 일해 나갈수만 있다면 어떤 제도를 가져다 쓰든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아마도 그와같이 할 수 있게 하려면 단단한 준비가 선행되지 않으면 안될것만 같다.

그 어떤 사안보다도 민감하고 중요한 임금지급방법의 결정과 선택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누구도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며 제도의 선택에서부터 개별 계약이나 능력 평가기준의 제정에 이르기까지 과정, 과정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참여와 합의도출에 있어서도 민주적인 방법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결코 믿고 싶지 않은 얘기지만 공사노조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 제도의 추진이 어느 개인의 보신을 위해서라거나 경영혁신 실적만을 위해서라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며 국민의 안위를 책임지고 있는 공공기관으로서 공사의 사명과 위상으로 볼때에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겠다.

‘경쟁심이 악덕일 수는 없다 문제는 그 방법이다’라는 말이 있다.

미쳐 시작도 하기전에 반작용을 불러 일으켜 그나마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우책(愚策)이 되지 않도록 온 식구가 무릎을 맞대고 의논하고 또 합심협력하는 그런 모습을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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