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이라는 용어는 아마도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자주 회자되고 있는 개념이 아닌가 싶다.

대부분의 정부 부처에서 이른바 녹색성장을 위한 정책 또는 전략을 앞다퉈 발표를 하고 그 시행 방안 추진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어 사회 전반에 걸쳐 그 파장이 강력히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물론 놀랍게도 관련 전문가 또는 정부 공무원들 가운데서도 녹색성장의 개념에 대한 이해가 엇갈리는 것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각각의 입장 또는 이해에 따라 녹색성장을 단순히 환경을 성장에 활용하는 개념으로 파악하는 즉 녹색을 성장에 이용한다는 개념으로 파악하는 경우도 있고 이와 반대로 성장을 녹색화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또 일부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비슷한 개념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러한 해석의 차이는 물론 녹색성장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아 그 정의가 아직 명확하게 정립돼 있지 않은 데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개념으로 사용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적어도 최근 우리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녹색성장의 개념에 대해서만은 의견의 일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불필요한 사회적 손실이 초래가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녹색성장을 환경친화적인 성장으로 만 해석할 경우 녹색성장 정책은 최근의 경제불황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초래하고 이와 반대로 녹색성장이 환경을 이용해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시각은 환경론자들의 반대를 유발하게 돼 정부의 녹색성장정책이 사회적 호응을 얻기가 어렵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녹색성장은 성장을 녹색화하는 한편 녹색을 성장으로 적극 이용함으로써 ‘녹색’과 ‘성장’을 서로 배타적인 개념이 아니라 서로 상생하는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따라서 환경을 파괴하면서 성장을 도모하는 정책은 결코 녹색성장이 아니다. 즉 환경을 파괴하는 정책은 아무리 경제적 효과가 뛰어나더라도 결코 녹색성장 정책이 아니다. 물론 녹색성장 정책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보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반드시 저해하는 것은 아니다.

‘녹색성장’은 두 가지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첫째는 생산 및 소비 등 모든 경제활동 과정에서 오염물질과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자연환경의 파괴를 최소화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룩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환경과 에너지 분야의 시장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하는 성장은 녹색성장이라고 볼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이 두 가지 목표 중 후자에 보다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환경과 에너지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어 이 두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경제이론에서는 경제성장은 자본, 노동, 자원이라는 생산요소의 투입 증대와 기술발전 등에 의한 생산요소의 생산성 증대를 통해 이뤄진다. 따라서 기존의 성장정책은 당연히 요소의 투입 증가와 생산성 증대에 초점에 맞춰져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과거 경제발전 초기단계에는 풍부한 노동력을 이용한 노동집약적 제품의 수출을 통해 고도성장을 달성했고 80년대 이후에는 중화학공업 및 IT 등 기술집약적 분야에서 자본의 투입 증가와 기술개발을 통해 빠른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중화학공업 분야에서도 중·저기술 분야에서는 중국, 인도 등 신흥개도국들의 추격을 거세게 받고 있고 IT 등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있는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시장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어 잠재 성장률이 점차 선진국 수준으로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자원위기의 가속화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규제 △국제 환경규제 강화 등 환경과 에너지분야에서의 일련의 대내외 여건 변화는 우리 경제에 더욱 무거운 짐을 안기고 있다. 이들 여건변화의 공통점은 원자재, 깨끗한 환경 등 생산요소의 공급과 소비를 제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원위기는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와 희유금속의 안정적인 공급을 저해하고 가격 상승 요인이 되고 있으며 환경문제는 환경이라는 요소의 소비를, 기후변화협약은 화석연료의 소비를 각각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생산 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생산에 필요한 자원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원자재 공급 불안 요인은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켜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바로 커다란 타격을 가하게 된다. 즉 현재와 같은 투입요소 중심의 생산 체제로는 과거와 같은 빠른 성장을 지속하기가 어렵게 돼 가고 있다.

이러한 여건 변화는 그러나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의 요인으로도 등장하고 있다. 에너지와 자원의 고갈, 기후변화협약, 물 부족 등 21세기는 바야흐로 ‘환경의 세기’가 될 전망이다. 즉, 환경 및 에너지 관련 이슈는 IT 기술의 등장과 같이 생산과 소비 등 모든 경제 시스템을 전환시키는 메가트렌드가 되고 있다. 기후변화협약으로 인해 새로운 환경시장이 형성되고 있으며 전통적 제조업 및 IT, BT 등 신산업분야의 선진국 기업들은 환경사업으로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자원 및 환경 문제는 거대한 규모의 새로운 시장(Green Ocean)을 탄생시키고 있다. 이러한 기회를 새로운 성장의 동력으로 적극 활용하여 잠재성장률을 다시 높이고자 하는 것이 현 정부가 녹색성장 정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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