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의 단열강화와 함께 보일러의 효율향상은 난방부문 에너지 효율화 및 온실가스 배출저감의 핵심이다. 1973년의 1차 석유파동으로 석유와 함께 가격이 급등한 천연가스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네덜란드 가스공급회사인 N. V. Nederlandse Gasunie가 1978년에 콘덴싱 보일러를 개발해 특허를 신청하면서 보일러의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됐다.

6개의 네덜란드 보일러 생산회사가 Gasunie사의 기술을 이전받아 1981년에 콘덴싱 보일러를 도입할 당시 총발열량 기준으로 약 91%였던 효율은 현재 96%를 상회하고 있다. 반면에 일반 보일러의 효율은 현재 83%를 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은 콘덴싱 보일러를 난방부문 에너지효율화 및 온실가스 배출저감정책의 핵심 과제로 선정해 이의 확대보급을 회원국들에게 권고하고 있다.

올해 5월에 발표된 한 학술논문은 콘덴싱 보일러를 처음 개발한 네덜란드가 이의 도입으로 1981~2006년 기간 동안 21억 유로에 해당하는 645만toe(석유환산톤)의 천연가스 소비를 절감했고 1,500만톤의 CO2 배출을 저감했다고 밝히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콘덴싱 보일러 보급촉진을 위해 1981~2002년 기간 동안 약 7,000~ 8,000만 유로를 보조금으로 지원했다. 콘덴싱 보일러는 천연가스의 가격상승과 함께 높은 효율로 인해 이 정도의 보조금 지급으로도 보급이 확대됐다. 2002년 이후에는 보조금제도가 폐지됐는데도 불구하고 2006년 콘덴싱 보일러의 시장점유율은 93%나 됐다.

그러나 우리나라 콘덴싱 보일러의 시장점유율은 2008년 기준으로 7%밖에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에너지관리공단의 의뢰로 한국가스안전공사가 2008년에 실시한 실험에 의하면 콘덴싱 보일러가 일반 보일러보다 9.7~28.4%의 가스를 덜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콘덴싱 보일러를 사용하면 일반 보일러에 비해 가스소비를 20% 정도 절감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연간 100만 대의 신규 및 교체 보일러 수요를 콘덴싱 보일러로 충족시킨다면 연간 24만toe의 가스소비를 줄일 수 있으며, 5년 후에는 연간 120만toe의 가스소비 절감으로 인해 2,000억원의 가스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내년부터 가스보일러 관련 고효율기자재인증제도가 폐지되는 대신 보일러효율등급제가 시행되면 효율 87% 이상인 1등급 보일러는 콘덴싱 보일러밖에 없으므로 콘덴싱 보일러 보급이 다소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보일러를 구입하게 되는 공동주택의 건설업자는 다소 값비싼 콘덴싱 보일러 대신 일반 보일러를 구입해 시공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경제성뿐만 아니라 에너지절감 및 온실가스 배출저감 효과측면에서도 콘덴싱 보일러의 보급보다 확실하고 입증된 방안이 없다. 따라서 정부는 보일러효율등급제 시행에 그치지 말고 이와 병행해 향후 3년 동안 한시적으로 콘덴싱 보일러 구입시 대당 10만원의 보조금 지급을 고려해야 한다. 연간 100만대의 콘덴싱 보일러에 10만원씩 지원하는데 소요되는 예산은 1,000억원이 되며 이를 통한 1년 동안의 에너지비용절감액은 보조금지급액을 상회하게 된다. 기기의 평균수명을 10년으로 가정하면 보조금 지급을 통해 16배 이상의 에너지절감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콘덴싱 보일러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보일러의 최저효율제의 도입을 2015년보다 앞당겨야 한다. 물론 이러한 최저효율제가 시행되면 보조금의 지급이 필요 없게 된다. 이 제도의 시행이 1년 늦춰질 때마다 보일러의 평균수명 기간인 향후 10년 동안 240만toe의 에너지소비 및 이로 인한 CO2 배출량이 증가하게 된다.

에너지 효율향상은 에너지 효율화와 온실가스 배출저감을 위한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이다. 정부는 업계의 이해득실을 떠나 대규모의 에너지절감과 온실가스 배출저감이 확실히 보장되는 콘덴싱 보일러의 확대보급 정책을 최우선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콘덴싱 보일러에 대한 한시적인 보조금 지급이나 보일러의 최저효율제의 조속한 도입을 제안한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