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일찍이 우주프로그램을 통해 수소기술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고 이미 활용하고 있는 나라로서 액체수소를 이용한 실험용 비행기 TU-155가 1986~1987년도에 시험됐던 바 있고, 우주항공과 관련한 수소 엔진의 개발도 활발하였다.

수소에너지와 관련되는 기술논문발표도 1980~1990년대에 활성화되었다가 1990년대에 들어 정치적인 이유로 잠시 소강상태에 있었기는 하지만, 21세기 들어 수소관련 R&D에 투자를 다시 시작하였으며, 2003년도에 미국의 주도로 출범한 ‘수소경제를 위한 국제파트너십’(IPHE)에도 가입하여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나라중 하나이다.

사실 러시아는 에너지에 있어서는 걱정이 없는 나라이다. 유전도 있고 천연가스도 풍부하다

2008년에 찾아온 리먼 쇼크 이전만 해도 러시아는 원유가격 상승으로 호경기를 누려왔었다. 천연가스 매장량도 세계 1위를 차지하며 에너지의 수출이 이 나라의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원유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 입장에서는 전세계적인 화두인 저탄소 녹색성장, 바이오연료나 재생가능한 에너지의 개발 및 확대하고자 하는 노력은 오히려 이 나라의 경제성장을 방해하는 요소인 셈이다.

군사적인 목적이나 우주경쟁에 필요한 기술이 아닌 에너지로써의 수소기술이 정책적인 지원을 받기에는 어려운 환경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2006년 5월, 러시아 대통령의 뜻에 따라 수소에너지기술은 러시아의 경제성장에 중요한 기술로 인식되게 되어, 2007년 이후 수소에너지기술의 개발과 보급을 목표로 하게 되었다.

그리고 수소에 대한 기반 연구는 러시아 과학원과 기초연구재단의 프로그램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수소를 생산하고 저장, 이용하는 기술 등 우리도 개발 중인 것은 모두 다 연구하고 있기는 하지만 수소연소동력기술에 기반을 둔 고압수증기제조기술에도 기대를 걸고 있는 점은 흥미로웠다. 표준화나 수소안전분야뿐만 아니라 인력양성에도 그동안 쌓인 기초기술이 바탕이 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교육에 사용되는 교재의 많은 부분이 1970~1980년대에 출간된 러시아 과학서적이었다는 것인데 이는 수소관련기반 데이터가 오래전부터 축적되어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러시아의 수소관련기술개발의 역사는 매우 길고 축적된 경험과 기술도 상당한 수준이며 원천기술도 많이 가지고 있다. 미국과의 우주개발경쟁으로 축적된 기술이 민수부문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많은 연구기관과 대학들이 이미 수소기술의 개발에 참여하고 있어 좋은 성과가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에너지문제에 관한한 아직 이렇다 할 해답을 내기에 어려운 조건을 가진 나라이다. 지속가능한 에너지자원을 최대한 이용하여야 함에도 기술적인 장애도 여전히 존재하고 때로는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한 가지 기술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란 어렵다. 결국 여러 가지 기술이 서로 어울려 제 역할을 다하도록 해야 에너지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다.

기술로 얻는 청정에너지라 할 수소에너지가 주는 혜택은 준비하는 국가와 기업만이 누릴 수 있다.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2015년을 수소연료전지자동차를 출시하는 시점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부존량이 풍부하여 오히려 고유가를 반겨왔던 나라가 러시아이다. 이들이 그동안 우주항공분야에서 갈고닦은 수소에너지기술에 대한 굳건한 바탕은 앞으로 어떤 에너지환경이 되든 적응할 수 있는 저력이 될 것으로 본다. 늦게 시작한 우리가 수소에너지의 모든 분야에서 앞설 수는 없다. 그럴만한 인적 물적 자원도 없다. 우리의 기술이 러시아의 기초원천기술과 협력하여 양국에 도움을 주고, 미래에 꽃을 피울 수소산업의 원동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