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여러나라가 90년 걸프전이래 10여년만에 최고치를 보이고 있는 국제유가 폭등에 몸살을 앓고 있는 모양이다.

고유가에 항의해 격렬한 시위를 한 프랑스에 이어 벨기에와 영국이 시위를 하더니 좀처럼 반응을 보이지 않던 독일까지 항의 시위를 하고 나섰다는 외신보도도 있다.

그중 영국같은 나라에서는 주유소의 3분의1인가가 기름재고가 동이난 지경이라 정부가 긴급조치권 발동을 위한 각료회의를 소집해 놓고 있을 정도라고 전해진다.

처서, 백로도 지나고 추석마저 지나가 이제는 추워질 날만 남은 우리로서도 금년 겨울을 잘 넘길 수 있을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선을 넘나드니까 악몽같은 지난 70년대 석유파동이 다시 떠올라 더럭 겁이난다.

그때 당시 세계경제는 배럴당 40달러가 넘는 고유가로 인해 물가가 천정부지로 솟아오르고 실업율이 치솟아 그야말로 말씀이 아닌 상황이었음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비록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1년여 기간이 넘도록 3배나 넘게 기름값이 뛰어 오른 것이나 30달러가 넘는 상황이 오래 계속되고 있는 것에 적지않은 불안감을 느낄게 분명하다.

요즘 국제유가가 이렇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까닭은 석유수출기구인가 뭔가가 감산합의를 한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나라의 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있어 그에 따른 원유수요 증가도 큰 몫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아 70년대 석유파동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나라가 유류소비를 줄이는 한편 원유생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했음이 새삼스럽다.

물론 그렇게 하기까지 상당한 고통과 인내가 따른게 사실이었지만 각국의 그와같은 노력이 매우 효과적이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있었음을 볼때 필요하다면 지금도 그와같은 특단의 조치를 서두르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더구나 내외신을 통해 접하게 되는 우리나라의 갖가지 사정을 보면 더욱 그렇다.

‘오일 마켓 리포터’라는 국제적인 석유정보지가 있는 모양인데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휘발유, 중유, 난방유 등의 가격이 프랑스나 독일, 일본 같은 선진국들 보다도 비싸고 경제수준이 우리와 비슷한 대만보다도 훨씬 비싸며 이를 국민소득수준을 감안해 따져보면 한술 더떠 일본 사람들보다 2배 3배 더 비싸게 쓰고 있는 셈이라고 한다.

좀더 자세히 인용하면 이중에 중유는 프랑스, 영국, 독일보다 30~40% 비싸고 서민생활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난방유도 이들 나라들 보다 비싸 서민 가계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으며 휘발유의 경우는 프랑스, 독일, 일본보다 비싼 것은 물론 미국보다도 2배이상 비싸며 우리나라보다 비싼 나라는 겨우 영국 정도가 있을 뿐이란다.

우리나라의 석유류 제품 가격이 선진국은 물론 대만이나 싱가포르보다도 비싼 것은 세금이 많이 붙어있기 때문이라고 하는 바 에너지학을 연구하는 어느 대학교수는 세금이 너무 높아 서민 가계 부담은 물론 수출경쟁력 마저 약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을 정도다.

어쨌든 1, 2차 석유파동때와 비슷한 충격을 안겨주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며 행여 물가에 악영향을 미칠까 염려스럽다.

그렇지 않아도 추석장을 보러나갔던 안식구들이 사과 한알에 1천5백~2천원, 배 한개에 4천, 5천원씩 주고 사들고 와 땅이 꺼져라 한숨이며 금년 겨우사리 걱정이 태산같았는데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렇게 계속되면 물가에 대한 불안은 더욱 고조될께 뻔하다.

그러나 막다른 처지에서도 궁여일책은 있는 법, 국민모두가 기름 소비를 줄이기 위해 힘쓰고, 정부도 에너지 절약은 물론 에너지 저소비형으로 산업구조를 바꾸는 일이며 국외유전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준다면 어려울게 없을 것도 같은데….

사가(私家)에서 검약하면 부(富)를 얻고 공가(公家)에서 검약하면 귀(貴)를 보전한다(儉於私可以獲富)는 옛말과 근면은 행운의 바른 손이요 절약은 그의 왼손이라는 영국격언이 새롭게 느껴지는 때이며 세상만사, 여러가지일로 송편맛이 제맛이 아닌 초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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