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2007년 에너지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1차 에너지 기준 에너지소비(Total Primary Energy Supply, TPES)는 2억 2,220만 석유환산톤(toe)이었다. 이 소비가 많았는지 적었는지를 국제비교를 통해 한번 알아보자.

우선 한국의 인구 1인당 에너지소비는 2007년에 4.585toe로서 일본(4.019toe)과 독일(4.027toe)에 비해 높았으나 네덜란드(4.910toe)와 벨기에(5.386toe)보다는 낮았다. 이렇게 높은 에너지소비의 한 가지 주요 원인은 한국의 비에너지 소비(석유화학의 원료소비)가 최종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6%로 네덜란드(25.4%), 벨기에(18.1%)와 더불어 일본(12.4%)과 독일(10.6%)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에너지소비의 비교대상은 우리와 산업구조가 엇비슷한 네덜란드와 벨기에이고 일본과 독일은 아니다.

한편 구매력지수(Purchasing power parity)를 사용한 한국의 2000년 기준 불변 GDP 1,000달러 생산 당 투입한 에너지는 2007년 0.208toe로 일본(0.142toe), 독일(0.143toe), 네덜란드(0.151toe)와 벨기에(0.177toe) 보다 높았다. 2004년의 2000년 불변 가격으로 계산한 한국(0.347toe) 대 일본(0.108toe)의 원단위 비율을 제시하면서 한국이 일본보다 같은 양의 GDP를 생산하기 위해 3배 많은 에너지를 투입했다는 것은 상당히 과장됐다.

흔히 한국의 가정부문도 에너지를 많이 소비(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말 그러한가? 2007년 한국의 가정부문 인구 일인당 에너지소비는 최종에너지 기준으로 0.380toe로서 일본(0.385toe)과는 비슷했지만 독일(0.696toe), 네덜란드(0.563toe)와 벨기에(0.764toe)보다는 훨씬 적었다. 일본과 1차 에너지 기준으로 비교하면 차이가 난다. 전력의 전환효율을 40%로 가정해 전력사용량을 2.5배로 곱해 1차 에너지소비로 환산하면 한국의 가정부문 인구 1인당 에너지소비는 0.525toe로서 일본(0.679toe), 독일(0.916toe), 네덜란드(0.755toe)와 벨기에(1.029toe)에 비해 훨씬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인구 1인당 전력소비는 2007년 8,502kWh로 일본의 8,475kWh보다 조금 많았다. 그러나 가정부문 인구 1인당 한국의 전력소비는 1,118kWh로 일본의 2,278kWh의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일본 가정부문은 난방과 취사용으로 고급 에너지인 전력을 한국보다 많이 사용함으로써 에너지를 다소 ‘낭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가정부문 평균 전력요금이 OECD 국가 중 제일 낮기 때문에 한국 가정부문의 전력소비가 상당히 높아야 하겠지만 월간 전력사용량 100kWh까지 kWh당 55.1원에서 500kWh 이상 사용 시 kWh당 643.9원을 단계적으로 부과하는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이 높은 전력요금누진제 때문에 전력소비가 OECD 국가 중 제일 낮게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가 에너지요금에 민감하기 때문에 에너지가격 현실화는 에너지절약정책에 있어서 중요한 수단임을 입증하고 있다.

한국의 가정부문이 에너지를 비교적 절약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국가 전체적으로 에너지를 다소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산업, 수송 및 상업부문이 상대적으로 낮은 에너지가격으로 인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친환경적인 국가로 알려진 네덜란드의 인구 1인당 에너지소비가 한국보다 높다는 사실을 통해 우리가 향후에 에너지효율화에 좀 더 노력하면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친환경국가로서 국제적인 온실가스 배출저감 노력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한국은 경제구조가 우리와 다른 일본이나 독일보다는 석유화학 및 철강산업의 비중이 높은 네덜란드와 같은 나라의 에너지정책을 보다 깊이 있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에너지효율화 및 온실가스 배출저감정책의 올바른 추진에 앞서 한국 에너지소비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시급한데 현재의 한국 에너지통계는 이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적 위상에 손색이 없는 에너지통계의 작성을 서둘러야 온실가스 배출통계도 제대로 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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