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요가 여름에 집중되고 가스수요가 겨울에 집중되는 에너지수요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가스냉방 보급의 필요성이 적극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차세대 냉난방기기로 각광받고 있는 흡수식 냉온수기를 중심으로 가스냉방의 필요성과 그 발전전망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여름철마다 어김없이 들리는 뉴스중의 하나가 “사상 최고의 전력수요량을 기록했다”는 보도이다. 이에 정부는 부족한 예비전력률과 여름철에 과집중되는 전력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대규모 수요처에 제한 송전할 것을 검토하기도 하고, 수요가 집중되는 시간대에 전력요금을 가중시키는 방안 등의 해결책을 강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들은 수요자를 제외한 공급자 중심의 해결방안일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도 아니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런데 전력 수요가 여름철에 집중되는 것처럼 주로 난방용으로 사용되는 가스는 동절기에 수요가 집중된다.

이에 여름철에 남아도는 가스를 활용할 수 있는 가스냉방은 하절기 전력의 과집중 현상을 극복할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한대의 기계로 냉·난방이 동시에 가능한 흡수식 냉온수기는 차세대 냉·난방기기로 각광 받고 있다.


흡수식 냉온수기의 역사

1777년에 흡수식 이론이 발표된 이후 1810년에 스코틀랜드의 John Leslie에 의해 흡수식 냉동기가 처음으로 제작됐다.

흡수식 냉동기는 1915년 이후 전기를 이용하는 압축식 암모니아 냉동기의 출현으로 한때는 자취를 감출 뻔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5년도에 미국의 Carrier사에서 물을 냉매로 리튬브로마이드(LiBr)를 흡수제로 사용하는 흡수식 냉동기가 제작됨에 따라 보급이 점차 확산되기 시작했다.

일본의 경우, 1950년대 말 리튬브로마이드를 흡수제로 하는 흡수식 냉동기가 패키지형 공기조화기 및 냉수제조용으로 개발됐으며, 1960년대 중반에 스팀을 열원으로해 효율을 대폭 향상시킨 이중 효용 흡수식 냉동기가 개발돼 현재까지 주종을 이루고 있다.

국내에서는 1978년에 센추리(구 경원세기)가 일본 HITACHI와의 제휴를 통해 흡수식 냉동기를 개발, 시판하기 시작했다. 이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정책적인 천연가스 보급 노력과 건설경기의 호황으로 중대형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해 97년까지 평균 30%의 성장세를 보였다.


흡수식 냉온수기 보급현황

에너지관리공단의 99년도 가스수요관리사업 추진 집계 결과에 따르면, 건물 냉방설비의 보유현황 중 에어컨을 제외하면 흡수식 냉온수기가 전체의 약 40%인 1천2백92대(왕복동식 28.6%, 빙축열 냉방시스템 1.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수식 냉온수기는 오존층을 파괴해 전세계적으로 사용이 규제되고 있는 CFC를 냉매로 사용하지 않는다. 즉, 물(H₂O)과 리튬브로마이드(LiBr) 수용액을 냉매로 사용해 프레온가스 대체 이용기술의 발전에도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또 대부분의 제품이 공해발생의 우려가 없는 청정연료인 LNG를 사용해 대도시 환경문제 개선에도 기여하고 있다.

또한 전기소모량이 기존의 압축식 냉동기의 10% 정도에 불과해 절전효과도 뛰어나며, 기기 몸체가 대체적으로 작아 지하실, 옥상 등 비교적 협소한 공간에도 효율적인 배치가 가능하다.

현재 중·대형 신축빌딩의 경우 약 90% 이상이 가스 냉난방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흡수식 냉온수기를 설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출하된 흡수식 냉온수기를 살펴보면, 지난 88년 3백8대가 보급된 것을 시작으로 95년 1천4백여대, 96년 1천3백여대, 97년 1천8백여대 이상이 판매됐다. 97년도에 정점을 이뤘던 흡수식 냉온수기의 시장은 그 후 내리막길을 걸어 99년도에는 1천2백여대에 그치게 된다. 흡수식냉온수기는 지금까지 8천5백여개 건물에 총 1만여대가 보급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흡수식 냉온수기업체 현황

흡수식 냉온수기를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공급한 센추리는 70년대 후반부터 외국의 선진기술을 도입하며 기술개발을 주도해왔다.

센추리는 현재 전국 50여개의 영업소 및 대리점 지점망을 갖추고 국내 최고의 경험과 축적된 첨단기술을 내세워 판매확대에 박차를 가하며 내수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LG전선은 온도가 조금만 높아도 냉온수기 기능을 효과적으로 발휘하는 새로운 시스템 설계기술을 적용한 대온도차 흡수식 냉온수기를 주무기로 센추리와 내수시장 1위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 밖에 경동보일러, 삼원기계, 삼성중공업, 대우캐리어, 만도기계 등의 후발업체들이 일본업체와 기술제휴 하거나 독자적인 흡수식 냉온수기를 개발해 선발업체들을 뒤쫓고 있는 형국이다.


향후 가스냉방 수요 전망

한국가스공사는 상업용 냉방전력에 대한 신규 냉방전력은 97년을 기준으로 이를 초과하는 냉방수요를 신규 냉방수요로 간주해 2015년까지 장기전력 수급 자료로부터 냉방용량을 예측한 바 있다. 이 예측에 따르면 신규 수요의 10% 정도는 자연 추세에 의해 대체가 가능하며, 보다 적극적인 가스 냉방 보급정책을 실시한다면 20∼30%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대체 비율이 10∼30%의 경우에 대해 냉방전력 수요와 냉방용량과의 관계는 다음 관계식에 의해 구할 수 있다.


가정용 냉방수요의 경우 전기냉방을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이 아직 보급돼 있지 않고 또한 보급 기반이 미비해 시장을 전망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근 개발완료 단계에 있는 가정용 가스냉난방기를 기준으로 대체 가능성을 검토해 보면, 가정용의 경우 냉방 전력 수요의 25% 정도 잠재 시장이 있지만 보급 초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가정용의 경우 가스냉방의 대체 시장은 패키지에어컨 및 룸에어컨이 대부분이며 88% 정도가 2.5∼4RT급인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1.5∼3RT급 가스냉방기가 가정용 전기냉방을 대체할 수 있는 용량에 적합할 것으로 판단되며 1.5RT급의 경우는 20∼30평 내외, 3RT급은 30∼50평 규모의 주택이 대상이 될 수 있다.


흡수식 냉온수기 시장 발전 전망

국내외적으로 가스냉방에 대한 기술은 수요의 증가와 환경 및 에너지원간의 불균형 등으로 매우 다양한 방법의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또 이전까지는 프레온냉매에 의한 냉방기술이 독점적이었으나 기후변화협약이란 세계적 시류에 의해 이제는 환경 친화적이며 에너지원간의 균형을 위한 가스냉방의 필요성이 자연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신축건물의 가스냉방기 설치의무화 조항을 두고 흡수식 냉온수기를 이에 적용하고 있다.

연면적 3,000㎡(909평) 이상인 업무시설, 판매시설 또는 연구소 연면적 2,000㎡(606평) 이상인 숙박시설, 기숙사, 유스호스텔, 병원 등 연면적 1,000㎡(303평) 이상인 일반목욕탕, 특수목욕탕 또는 실내수영장, 연면적 10,000㎡(3,030평) 이상인 건축물 등 일정규모 이상의 건물에 중앙집중 냉방기를 설치시에는 주간 최대 냉방부하의 60% 이상을 가스를 이용한 냉방설비로 설치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정부와 한국가스공사는 천연가스 전국 공급망을 2001년까지 구축할 계획이기 때문에 흡수식 냉온수기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은 어찌보면 아주 당연하다.

이처럼 청정연료인 LNG를 사용해 환경친화적이며 전력공급난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시책에도 부합하는 흡수식 냉온수기를 보급 확대하기 위해 정부는 각종의 혜택을 마련해 두고 지원하고 있다. 또한 가스냉방시설 설치자들에게 건물냉방을 위한 가스냉방시설의 구입·설치시 개체비의 90% 이내 10억원을 에너지이용합리화사업기금에서 3년거치 5년 분할 상환조건으로 융자 지원해 주고 있다. 이와함께 가스냉방기는 에너지 절약시설 조세감면 규제법이 적용돼 설치시에 소득세가 공제된다.

그러나 흡수식 냉온수기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제조업체들의 기술개발이 중요하다. 정책 입안이나 제도적인 장치에 의한 정부의 지원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보급은 소비자의 제품만족도에 의해 활성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업계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격경쟁에 의한 저가수주가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업계가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저가 수주에 의해 실적을 올리는 것이 자금확보 등 단기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가격경쟁의 악순환을 초래해 결국은 업계와 업체 자신에게 더 큰 악재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과 업체의 기술개발 노력, 업계의 건전 시장풍토 조성을 통해서만이 흡수식 냉온수기의 발전은 약속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조갑준 기자 kjcho@en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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